돌담 사이로 피어난 주황색 빛깔, 속초 스테이 '주황집'
본문
무채색의 돌담 사이로 피어난 주황색 빛깔.
바위와 나무, 설악산의 정취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주황집'에서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주황빛 에너지를 충전한다.
자연 환경과의 긴밀한 관계 속 흥미로운 시각적 공간의 탄생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지며 튀지 않는 인상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돌담집 하나. 방향을 조금 틀어 들어가니 강렬한 인상의 주황색 빛깔이 돌담 사이로 번쩍하고 그 존재감을 내비친다. 덤덤한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미세하게 기울어져 내려오는 지붕 선과 파사드로 인해 보는 각도마다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묘미가 있다.
벽 마감부터 바닥과 아웃도어 의자까지, 주황색으로 물든 중정 공간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앞쪽의 돌마당은 기존 구옥에 있던 돌들과 토목 공사를 진행하면서 모아둔 돌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HOUSE PLAN & INTERIOR SOURCE
대지위치 : 강원도 속초시
건물규모 : 지상 1층
대지면적 : 467.16㎡(141.32평)
건축면적 : 87.67㎡(26.52평)
연면적 : 87.67㎡(26.52평)
건폐율 : 18.77%
용적률 : 18.77%
주차대수 : 2대
외부마감재 : 종석 긁기
내부마감재 : 노출콘크리트, 종석 긁기, 마이크로토핑
욕실 및 주방 타일 : Studio GDB 커스텀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Vola
주방 가구 : Post Standards
조명 : Flos
조경 : 4t
구조설계(내진) : 아르스미국기술사사무소
시공 : 경도건설
설계·감리 : 원애프터 one-aftr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건축물, 사람 그리고 식물 등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를 상상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원애프터 one-aftr’는 ‘주황집’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의 특성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설악산 산지의 특징인 돌산의 이미지를 외관에 담았고, 대지 주변으로 형성된 바위와 계절에 따른 나무의 변화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갈라진 돌 속에서 광물이 나오는 것과 같이 외관이 파여져 노출되는 표면들은 단풍색과 같은 주황색으로 공간을 감싸주어 스테이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고 있다.
노출콘크리트와 주황색 포인트 요소들, 그리고 은은하게 공간을 밝혀주는 조명이 주황집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다.
맑은 날에는 키친 아일랜드 뒤의 폴딩 창과 게이트, 그리고 뒷마당 쪽 슬라이딩 창호를 열어 건물 전체를 주변 자연과 연결할 수 있다.
침실 공간은 단차를 낮추어 공간감을 분리하고 가구를 통해 시야를 차단해 주었다.
PLAN
‘주황집’은 들어서는 길에서 보이는 건축물의 벽을 담으로 구성해 대지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건축물로 흐르도록 하면서, 동시에 주황색 게이트를 통해 대지와 명확한 경계를 조성했다. 게스트는 문을 여닫을 때마다 경계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
스테이 내부 공간은 4m 폭의 칸 6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면서도 각각의 칸마다 주거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 남동쪽에 위치한 두 개의 칸은 중정과 야외 데크로 조성해 담 너머로 보이는 주변 나무를 내외부 모두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북쪽으로 열린 큰 창을 통해 설악산의 전경을 담아내며 채광과 자연스러운 공기의 순환을 확보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해가 주황색 중정과 벽면에 반사될 때는 집 내부도 주황빛으로 물든다.
(위, 아래) 나무숲의 풍경이 펼쳐지는 뒷마당.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나무들이 설악산의 풍경을 프라이빗하게 만든다.
INTERVIEW : 주황집 김성열 대표
속초에 숙소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속초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호텔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호텔 비즈니스에 대한 의지를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었고, 호텔을 만들기 전에 먼저 작은 집을 사람들에게 보여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 아는 도시에서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 콘셉트의 시작은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가던 도중 창밖으로 보이는 제주도 구옥들의 알록달록한 지붕을 마주했습니다. 회색 지붕 아래의 사람들보다 빨간 지붕 아래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활력 있어 보인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공간을 구성할 때 모양과 물성보다 컬러에 집중해서 구현해 보면,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그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다양하게 상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컬러의 집을 시리즈로 구현하는 프로젝트, ‘수집’을 기획했습니다. ‘수집’ 프로젝트의 첫 번째 집이 ‘주황집’입니다. 이후 수영장이 있는 ‘파랑집’과 와인을 판매하는 ‘포도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인트 컬러로 주황색을 선택한 이유
‘수집’ 프로젝트의 첫 번째 집을 짓기 위해 속초와 고성의 땅은 다 보러 다녔던 것 같습니다. 마침내 설악산 아래 장재터 마을에 있는 150평 남짓한 땅을 찾게 되었습니다. 설악산과 동해 사이를 잇는 쌍천 옆에 위치한 마을로 큼지막한 돌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우연히 어느 땅에 놓여 있는 깨진 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깨진 돌 사이를 보니 철분 때문인지 주황색의 선들이 있었는데 회색의 돌과 주황색의 선들이 매우 조화롭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 짓는 집은 주황색과 회색의 조합이어야 가장 자연스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테이 내 애정하는 소품은
주황집 내부를 구성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소파와 조명 그리고 식기였습니다. 소파는 어느 스테이보다 편하고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애정하는 브랜드인 ‘B&B Italia’의 ‘Camaleonda(카멜레온다)’ 소파를 배치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어 오기 때문에 장장 10개월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주황집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조명은 ‘Flos’ 조명으로 총 4가지 타입의 제품을 설치했습니다. 콘크리트 벽과 석고보드 천장에서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중정 디자인의 아이디어는
중정은 가장 애정하는 공간입니다. 화장실과 중정이 ‘주황집’의 콘셉트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황색 테라코타로 벽면을 마감하고 주황색 화산석으로 바닥을 다졌습니다. 선베드에 누워서 별밤을 바라보면 미국 서부의 ‘조슈아 트리 공원’ 의 베이스캠프에서 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황집 : 강원도 속초시 장재터마을3길 25 / 인스타그램 orange.house.ofcl
정면의 주황색 게이트를 오픈하면 내부를 지나 뒷마당까지 시야가 확장된다. 사선 지붕과 기울어진 앞벽이 입체적인 건물을 완성한다.
SPACE POINT : 비주얼 타일로 채운 욕실
평소 집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욕실 공간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다. 욕실에서 보이는 풍경이 평소와는 다른 비주얼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했다. 그래서 욕실 내부 구성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타일에 포인트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건축주는 평소에 애정하던 네덜란드 타일 디자인팀 ‘Studio GdB’의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주황색의 슬라이딩 문을 열면 아름다우면서도 오묘한 패턴 그래픽 타일이 벽을 채우고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Studio GdB’ 팀도 이 정도 물량의 타일을 아시아로 유통해본 경험이 없어 FTA 서류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타일을 수입했다고.
건축가 마준혁, 안미륵: 원애프터 one-aftr
one-aftr는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한 건축사무소이다. 2020년에 마준혁 소장과 안미륵 소장이 설립했으며, 이들은 설립 이전 OMA와 Studio Daniel Libeskind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one-aftr는 각 프로젝트의 문화적, 공간적 그리고 자연적 요소들을 세밀한 관찰을 통해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one-aftr에게 새로움은 단순한 형태적인 변화가 아닌, 기존의 자연적, 물질적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공간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www.one-aftr.com
기획_ 조재희 | 사진_ 장미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9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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