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료진에만 초점 맞춘 개인병원 건축 > HOUSE

본문 바로가기


 

환자와 의료진에만 초점 맞춘 개인병원 건축

본문

Vol. / 전원속의 내집

노령층 고려한 주차장 갖춘 ‘광양 광동한의원’

 


건물을 지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집을 지어보기도, 임대용 상가주택을 지어보기도 했다. 10년 전부터 좋은 건축가와 인연이 되어 우리 집도, 동생들 집도, 친한 지인들도 전부 같은 건축가에게 일임하여 진행하였다. 큰 문제 없이 만족하여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에 한의원을 짓는 프로젝트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집을 지을 때는 내 취향만 충족하면 됐지만, 병원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건축물이었다. 한의원을 수십 년간 해왔지만 언제나 타인의 건물에 임차하여 운영해왔지 전용 공간을 마련한다는 생각은 처음이었다. 이상하게도 더이상 미루었다가는 후회하며 은퇴할 것 같았다. 더구나 최근의 변화하는 병원의 트렌드도 계속해서 피부로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엘리베이터 이용을 힘들어하고 간병인과 동행하더라도 좁은 한의원 공간이나 복도를 지나칠 때면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오기 일쑤였다. 아무리 그래도 환자들 상황이 그렇다고 정말로 병원을 짓겠다고 나서는 의사는 흔치 않을 것이다. 상상은 자유다 보니 나름 전용 병원 설계도의 밑그림을 그리곤 했다. 널찍한 1층에서 환자를 맞이하고, 주차장도 기왕지사 10여 대쯤 넉넉히 마련하고, 휠체어도 거침없이 들어오는 쾌적한 우리 병원. 이런 새 병원의 모습을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 같다. 

종단면도 및 횡단면도

설계를 맡은 홈스타일토토 임병훈 소장과는 수시로 통화하면서 최근 개인병원들의 상황과 미래, 변화의 추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막연했던 계획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개인병원은 대부분 건물 일부를 임차하여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갈수록 고령화되는 환자들과 미비한 주차장으로 인한 접근성 부족, 병원 구조에 적합지 않은 폐쇄적인 임대건물의 내부구조 등으로 인해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어디에 다시 공간을 빌려 병원을 개설해도 해결되지 않는 숙제였다. 1층의 널찍한 임차공간을 알아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보통 상가건물들의 1층은 여러 개로 쪼개져 분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평소 머릿속으로만 상상해 오던 계획을 실질적인 토지 매입으로 실행하게 되면서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게 되었다.

 

내심 꼭 지키고자 했던 기본안

첫째, 병원을 지을 토지를 중심시가지에서 멀지 않은 교외에 매입한다.    
둘째,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한 덩치 큰 건물을 짓지 말고 한의원 전용으로 짓는다.   
셋째, 걸어와도, 차를 타고 와도 접근성이 좋도록 주차장이 넓은 단층건물로 짓는다.     
넷째, 둘째 및 셋째 계획을 꼭 지킨다.

보통 이렇게 결심하지 않으면 주변 의견에 휘둘려서 건물을 크게 짓고 말기 쉽다. 또한 건축비도 감안해야 했다. 토지를 매입할 때도 건물을 지을 때도 대부분의 예산을 은행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 부차적인 욕심은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했다. 또한 임차해 있던 시내 중심가의 병원을 떠나 한적한 교외로 갔을 때 과연 기존 환자들이 다시 찾아올 것인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을 위한 환경으로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목표였다.

 

경사지 활용해 기본레벨 높이고 가시성 확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지를 찾아 나섰다. 새로운 토지 물건이 나올 때마다 건축가와 상의하여 신중하게 병원 입지를 골랐다. 대중교통이 서울만큼 발달하지 않은 지방 특성상 자차로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라도 자리 잡는데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 순천과 광양의 중간지점쯤으로 입지를 결정하고 나서는 한의원 설계에 집중하기로 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광양시 덕례리
대지면적 : 939.5㎡(약 284.20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298.20㎡(90.21평) | 연면적 : 299.35㎡(90.55평)
건폐율 : 31.74% | 용적률 : 31.86%
주차대수 : 10대 이상 가능 | 최고높이 : 5.75m
구조 : 경량목구조
단열재 : 벽 - T140 연질수성폼(가급) + T50 비드법 1종3호단열재 / 기초 - T100 비드법 2종1호 단열재(가급) / 지붕 - T185 연질수성폼(가급)
외부마감재 : 외단열 위 콘크리트 타일, 합성목사이딩
지붕재 : POS-MAC 내부식성 강판
창호재 : 이건창호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 홈스타일토토 02-720-6959 www.homestyletoto.com
인허가 : TOTO건축사사무소
시공 : JCON


대로변에서 수십 미터가량 들어온 위치라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단층건물로 지을 경우 더더욱 대로변에서 안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수차례 3층 이상으로 높여 짓는 안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병원의 접근성을 좋게 하기로 한 애초 기획대로 주차장은 넓게, 그리고 바로 걸어 들어 올 수 있게, 간병인이 있을 경우 휠체어를 밀고 오기 편하도록 여유 있는 단층건물로 짓기로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었다.

대로변에서의 가시성과 병원 구조 등의 해결책은 건축가에게 일임하였다. 경사가 급한 대지였기 때문에 낮은 쪽의 땅을 옹벽으로 올려서 기본레벨을 2층 높이로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단층이지만 누마루처럼, 대로변에서 시각적으로 우러러 보이게 구성하겠다는 생각에 적잖이 안심되었다. 일부러 튀는 디자인보다는 수평으로 넓게 앉혀 건물이 장중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 신경 쓴 점도 마음에 들었다. 코너부로 걸어 들어오는 수요는 많지 않지만, 그 부분을 손님을 맞이하는 첫 게이트로 인식되게 해달라 요청하였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차량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건물 후면부 주차장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차장에서 건물로의 접근을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쉽도록 계획하였다. 이 부분은 환자와 동행하는 간병인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좋은 환경이라고 자부한다. 

PLAN 1F – 299.35㎡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삼화친환경페인트
타일 : 포세린 타일(국산/수입)
수전/도기 : 대림바스
조명 : 린노조명, 공간조명
도어 : 우딘도어
바닥재 : 미크리트


내부구조는 좁은 임차공간에서 허락되지 않았던 탕전실, 약방조제실, 넓은 대기실을 갖게 되었고 대기하는 분들을 위한 힐링실도 따로 두었다. 게다가 원장실에는 부속실로 전용 화장실과 원장 전용 휴게실, 휴게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전용 동선도 두어서 의료진의 쾌적함에도 신경을 썼다. 이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었다. 주치료실은 청정한 환경을 위해 불필요한 멋을 내는 실내공간보다는 조명, 공기순환, 넓은 침상 공간, 여유 있는 천장고 등등 기본적인 휴먼스케일을 넉넉하게 확보하려 노력하였다.

끝으로 병원을 짓고 난 후일담을 전하고자 한다. 완공되기 직전까지도 의료계 지인들로부터 왜 돈 들고 힘들게 그런 일을 벌이느냐며 한마디씩 들었다. 그러나 깔끔하게 완공된 후 방문해서는 모두들 나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며 부러워들 한다.

사실 이런 선택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금전적으로도 당장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도 있지만, 무언가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 놓인 병원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글 : 광동한의원 건축주)


주택디자인 _ 홈스타일토토 

13년간 100채가 넘는 집을 디자인했으며, ‘디자인(임병훈 소장) + 인허가(정신애 소장) + 협력시공사’ 세 팀이 하나 되어 매끄러운 집짓기를 진행한다. 보면 볼수록, 살면 살수록 괜찮은 주택디자인을 추구하며, 언제나 다음 집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www.homestyletoto.com


구성_ 이준희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84  www.uujj.co.kr

20221028070047330mpea.jpg

 

월간 <전원속의 내집>의 기사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복사, 배포는 저작권법에 위배되오니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인스타그램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