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하는 다가구 주택 '성산동 FOUR CAT VILLA'
본문
작은 땅에 지어진 작은 집. 억지로 커보이려 하지 않았다. 집의 규모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그곳에서 지낼 구성원들의 생활과 필요에 맞는 부드럽고 포근한 집이 완성됐다.
ARCHITECT’S SAY
지금의 금융 상황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높은 이자율과 대출 규제로 인해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짓기 더욱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설계를 진행하기에 앞서 대출 상황을 체크해보기를 권한다.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주거와 비주거의 비율에 따라서도 대출 규모가 다를 수 있어 체크해야 한다. 또한, 잘 팔리는 집을 짓고 싶다면 사회가 요구하는 집을 지어야 한다. 사회적 현상에 따라 바뀌는 가족구성의 변화를 읽고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상을 해야 한다. 잘 꾸며진 집이 아니라 거주하고 싶게 만드는 집을 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퉁이에 위치한 주택 외관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위해 크기가 작은 타일로 마감하였다. 대문 아래쪽에는 고양이들이 드나들 수 있는 쪽문도 계획했다.옆집 동측에 있는 감나무는 건물의 입면이 된다. 감나무가 보이도록 3층에 창을 내었다.“벽에 금이 갔는데 어떡해야 하죠?” 어느 날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한 분 집이 있는데 그 집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기존 집은 성미산 자락에 있는 작은 골목 모퉁이의 단층 양옥집이었다. 주변 골목은 70~80년대에 지어진 현대식 양옥들이 아직도 몇 채 남아있고 다가구, 다세대 주택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였다. 처음으로 마주한 집은 낡고 힘들어졌는지 곳곳에 균열이 생긴 상태였다. 처음부터 이 집을 허물고 새로 지을 생각은 없었다. 오래된 동네의 모습을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너무나 올라버린 공사비를 증축과 리모델링으로만 쓰기엔 경제적으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건축주에게 “이제 그만 옛집을 놓아주고 새로운 집을 짓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였다.
건축주는 오랫동안 이 집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여기에 살고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오랜 기간을 이 집과 함께해온 세입자가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세입자는 집이 사라지기 전 오래 살았던 집을 기억하기 위해, 마치 집의 장례식을 치르듯 담벼락에 집에 관한 이야기를 소중히 써 내려갔고 쓰고 있던 물건들을 주변과 나눴다. 그렇게 옛집을 보내주고, 새로 지을 집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었다. 일명 ‘현재의 집 프로젝트’였다.
HOUSE PLAN
대지면적 : 90.84㎡(27.47평)
건물규모 : 지상 4층 + 다락
건축면적 : 54.36㎡(16.44평)
연면적 : 154.39㎡(46.70평)
건폐율 : 59.84%
용적률 : 169.96%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13.05m
구조 : 기초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외벽·지붕), 경량목구조(내벽) 단열재 : 경질우레탄폼(PIR) 90~130mm, 압출법단열재 1호(가등급) 125mm
외부마감재 : 외벽 – 외장타일 마감, 노출콘크리트 위 미장 / 지붕 –컬러강판
내부마감재 : 벽·천장 – 신한 실크벽지(스케치) / 바닥 –강마루(노바마루 블랙라벨, 가든티크)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MAGAM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바스데이, Scarabeo, 바노테크, 세턴바스, 퓨로, 힘펠
주방·거실 가구 : 제작가구(PET, 오크 무늬목)
조명 : 8w 3인치 다운라이트, 리네스트라 led, 4.2w 벽볼등(브린느 직부벽등), 다윤디자인 외부벽등
계단재 : 계단판 – THK30 마천석 버너구이 / 난간 –THK9 평철 + 도장 마감
현관문 : 금속 단열도어 제작 + 도장 마감
방문 : 목재 슬라이딩 도어 + 도장 마감
담장재 : 점토벽돌
창호재 : 이플러스 알루미늄시스템창호, 43mm 로이삼중유리
조경석 : 30T 마천석 버너구이
에너지원 : 도시가스(보일러), 냉난방기
전기·기계·설비 : SD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은구조
프로젝트 매니저 : 현현
인허가 : 몰드프로젝트
시공 : 미래현건설
인테리어시공 : 사도디자인
감리 : 소재 건축, 설화재건축사사무소
설계 : 소재 건축
주택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1층과 별도로 대문을 두어 분리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현관에서 이어지는 복도는 공간을 더 깊이 있게 만든다.아주 작은 화장실에 욕심부린 반신 욕조는 만족감이 크다.
새로 짓게 되는 집은 작은 골목에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게 작은 변화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퉁이의 작은 땅에 짓게 될 집은 작은 집들이 모여있는 다가구주택으로 결정하였다. 핵 개인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집은 각기 다른 취향을 반영하고 그 수요를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요리를 좋아해서 주방이 좀 더 크기를 바라고, 어떤 사람은 침실 공간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의 집 프로젝트’는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집의 의미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인 ‘현현’과 함께 ‘과정이 즐거운 건축’을 지향하며 출발했다.
4층 북측 외부공간은 관리가 쉬운 작은 플랜트 정원이 있는 마당으로서 기능한다.SPACE POINT : 천창
4층과 이어지는 다락 천장에 창을 내어 다락의 좁은 면적과 낮은 층고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내부 공간이 바깥으로 확장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천창을 통해 빛이 내려앉으며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2층과 3층에도 외부와 소통 가능한 발코니를 계획해 내외부가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했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다락 깊은 곳까지 은은하게 밝힌다.4층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일부는 여닫을 수 있게 가구 안으로 숨도록 계획했다.최대한 많은 수납이 가능하도록 좁은 방 곳곳에 수납장을 설치하였다.서재에 적용한 코너 창과 윈도우시트에서 옆집 감나무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3층 서재에서 바라본 모습. 현관 바닥에 난 창은 환기를 돕는다.따뜻한 느낌이 드는 목재로 마감한 주방. 발코니와 연결돼 있어 환기에 용이하고 개방감이 든다.
우선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사는 포캣 빌라가 계획됐다. 건축주와 오랜 세입자들은 각자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양이부터 낮에 외출하였다가 밤에 들어오는 외출 고양이까지 있었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집, 작지만 편안한 집을 구상하게 되었다. 4층 규모의 포캣 빌라는 북측으로 계단실을, 모퉁이 도로변으로 각 세대를 배치하였다. 3세대의 평면은 비슷한 듯하지만 각기 다르게 계획되었고 1층의 상가는 바닥에서 1m 정도 밑으로 내려가 높은 층고로 계획했다. 2층과 3층에는 작은 발코니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네를 이어주고 작은 숨을 고를 수 있는 외부 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4층은 원룸 정도의 규모로 다락을 두고 천창을 계획하였다. 1층에는 대문을 두어 주거와 상업 공간을 분리하고 대문엔 고양이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작은 문을 두었다.
모퉁이 작은 땅에 지어질 집은 그 집의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었다. 작은 집을 크게 보이려고 하진 않았다. 다만 작은 집을 인정하며 집의 규모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좀 더 포근하고 따뜻한 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집을 짓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설계가 끝나고 시공이 들어가면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건축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이고 이 모든 과정은 다 함께 극복해야 한다. 그렇게 매번 주어지는 미션을 다 깨고 나서야 포캣 빌라가 완성되었다.
각 층의 외부공간은 동네를 향해 열려있어 개방감을 준다. 주택의 입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동네와 조화로우면서도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포캣 빌라의 모습.건축가 이현식 : 소재 건축
조성룡도시건축에서 도시, 건축, 공공프로젝트 등 다양한 건축적 경험을 익혔다. 도시건축집단 공동대표로 다양한 건축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이후 soje(소재)를 설립하여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두지않는 실험적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070-7798-1445 | www.so-je.com
글_이현식 | 사진_노경 | 기획_오수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99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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