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편리함, 모두를 만족시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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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하듯 버려진 공간을 잡아내 마침내 완성한 가족의 마음에 드는 편리한 집.
한 번 리모델링에서 씁쓸한 맛을 보았다면, 다시 용기 내어 도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족에게 옛집에서의 리모델링은 설레는 과정이라기보다 어수선하고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가족은 이번에야말로 취향을 담은, 편리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고 o!h studio 노경륜 실장을 찾았다.
리모델링에 앞서 가족이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주방과 안방 한편을 차지한 벽체였다. 벽으로 둘러 싸인 공간 탓에 집 안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답답한 인상을 주었다. 방마다 딸린 베란다 역시 아쉬웠다. 거실을 제외한 모든 방에 베란다가 있었는데, 차지하는 크기가 작지 않아 각 방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고, 베란다도 고스란히 버려지는 공간으로 남았다. 대대적인 구조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깔끔한 화이트 톤의 거실. 걸레받이와 몰딩 없이, 도장 같은 느낌의 도배로 마감했다.현관 중문은 집 안의 다른 도어들처럼 통일감 있게 투명 유리로 만들어 개방감을 준다. / 가족실과 아이방으로 향하는 복도
오랜 고심 끝에,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벽체부터 손을 봤다. 개수대를 옮겨 새로 설치한 주방 아일랜드와 통일해 벽체를 최소한만 남기고 원형 기둥으로 만들자, 집 안의 답답한 느낌은 덜어지고 같은 자리엔 오히려 심미성까지 띤 구조물이 들어선 효과를 얻었다. 덕분에 막혀있던 느낌의 주방은 보다 개방적인 공간이 되었고, 이전보다 자유로운 동선을 그릴 수 있었다.
베란다를 확장해 새롭게 구조를 잡은 주방. ‘ㄷ’자 아일랜드를 만들고 뒤쪽으로는 높은 장을 제작해 수납성을 확보했다.리모델링 전 거실과 주방
거실에서 복도로 이어지는 공간은 확트인 느낌을 준다. 아일랜드와 식탁, 조명 등에 라운드를 입혀 분위기를 잡았다.
입구에서부터 개방감이 느껴지는 안방.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구조가 많이 바뀐 공간이다.
안방 벽부터 거실 기둥, 욕실 제작장까지 템바보드를 적용해 디테일을 살렸다.
POINT 2_복도에 설치한 팬트리룸
작은 드레스룸을 복도로 만들면서 한쪽에 수납이 용이한 팬트리룸을 마련했다.
공간은 분리되지만, 하나의 큰 방처럼 느껴지도록 안방과 드레스룸 사이에는 유리 도어를 사용했다.
드레스룸에는 장신구함을 가운데 두고, 다림질 후 옷을 걸어둘 수 있도록 천장에 행거를 설치했다.
거주인원 4명(부부 + 자녀 2)
건축면적 200m2(60.5평)
창호재 LG하우시스 슈퍼세이브3 단창(지인유리 T24)
내부마감재 벽 – LG하우시스 벽지,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 바닥 – LG하우시스, 마지오레 원목마루(거실, 주방, 안방), 이건 온돌마루(아이방)
욕실 및 주방 타일 윤현상재, 티앤피
수전 등 욕실기구 아메리칸스탠다드, 제이바스, 더죤테크
주방 가구 미크래빗 제작
조명 필립스 매입등
중문 유리도어 제작
방문 기존 도어 재사용
시공·설계 o!h studio 노경륜 010-2944-9927 https://blog.naver.com/noh0408
확장된 느낌을 선사하는 안방 욕실. 변기와 샤워공간은 안쪽에 배치했으며, 커튼을 쳐 복도로부터 시선을 차단할 수 있다.
그레이와 블랙으로 조화를 이룬 가족실. 베란다를 확장한 곳에는 단차를 주어 벤치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이는 맞은편 TV를 시청하기에도 좋다.
서재로 향하는 길목의 벽체도 원형으로 다듬어 현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복도가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집의 모든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공간은 더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기존에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던 구역을 구조변경해 실용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던 것. 거실의 소파 겸 벤치, 주방 안쪽의 인출식 서랍 등 휴식공간 및 수납공간을 새로 만들어 집 안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벽체와 베란다를 잡으니 집을 처음 리모델링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족이 목표로 했던 ‘시원시원하고 넓어 보이는 집’이 자연스레 따라왔다. 한편, 실내는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으로 꾸며 깔끔한 분위기가 살아났다.
여기에 템바보드와 라운드 형태의 디자인 요소들로 포인트를 더해 밋밋하지 않은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가족실, 안방 욕실 등 곳곳에 유리 도어를 설치한 것도 특징적이다. 이를 통해 각 공간은 기능적으로 분리되면서도 열린 시선으로 이어진다. 네 식구의 개인 공간에 대한 배려와 크게 보았을 때 하나의 보금자리로 연결되는 가족의 집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큰아들방. 맞춤 가구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침대와 책상의 간접등으로 집중력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천장의 관절 팬던트로 포인트를 준 작은아들방. 책상 옆 아담한 벤치는 휴식공간이 되어준다.
리모델링 후 가족들은 모두 저마다 마음에 꼭드는 공간이 생겼다. 남편은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날엔 가족실을 서재처럼 사용할 수 있어 좋고, 아내는 깔끔하고 동선 효율이 살아난 주방이 그 어디보다도 마음에 든다고. 아이들 역시 각자 방을 좋아해 그 안에서 자신만의 꿈을 키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노 실장은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 아까운 구석이 너무나 많이 보였다고 한다.
버려진 채 활용도 면에서 꼭꼭 숨어 있는 공간들을 어떻게 잡아내 버젓한 모습으로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가족의 집은 모두의 취향을 적재적소에 담고, 겉으로 보기에 깔끔할 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하는 면에서도 편리한 집으로 거듭났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은 환하고, 깔끔하며, 편안함이 묻어난다.5주에 걸친 디자인 협의, 10주에 이르는 공사 기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보기에 예쁜 집도 좋지만, 결국 그곳에 사는 이들이 좋아하고 살기 편한 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살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것. 가족과 시공자가 한마음으로 염원한 그 바람이 멋스럽게 이루어진 집이다.
취재_ 송경석|사진_ 진성기(쏘울그래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64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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