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패시브하우스의 이해와 적용 1

본문

 

서언, 변화의 고통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는 인류가 기후변화와 에너지고갈이라는 위기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건축 개념이다. 패시브하우스를 건축하려 할 때 도입해야 하는 설계요소들은 이미 알려진 일반적인 건물설계에서 고려되는 것과 원칙적으로는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설계 기준은 설계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건축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확인되고 점검되어야 한다. 앞으로 6회에 걸쳐 연재될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적용사례를 통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주택 형태를 더욱 알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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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쓴 최정만 소장은 (주)엄&이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힌 후, 2005년부터 현재까지 (주)건축사사무소 탑에서 소장직을 맡고 있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건축물에너지 절감에 대한 패시브 기법의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다.

02-553-8170 www.topaa.com, www.phiko.kr




연재순서

1회 패시브하우스 - 서언, 변화의 고통

2회 패시브하우스 - 패시브하우스의 작동원리와 배치 및 형태

3회 패시브하우스 - 단열, 열교, 에너지

4회 패시브하우스 - 기밀과 열교환환기장치

5회 패시브하우스 - 문, 창호, 차양

6회 패시브하우스 - 제로에너지주택



미리 밝혀두지만 앞으로 연재될 글의 모든 이론적 기반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윤용상 선임연구원과 명지대학교 이명주 교수께 배운 것이다. 이르긴 하지만 다 갚을 수 없는 도움을 받았음에 이 연재의 첫 글을 통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연재는 일부 비전문가를 위한 내용과 일부 전문가를 위한 내용이 섞여 있다. 뚜렷한 구분을 하지는 않았으며 지루한 부분은 넘어가도 무방할 것이지만, 되도록 건축주·설계자·시공자 모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적도록 노력할 것이다.


● 정책의 변화와 소형건축시장

2009년 11월 5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토해양부는 우리나라의 건축물 에너지절감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간단하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주거부문 위주로 옮김).


-2010년 : 에너지총량제 시행 (공공업무시설부터 도입)

-2012년 : 주택 냉난방에너지 50% 절감

           창호단열수준 2배 강화

           건축물 매매, 임대 시 에너지 증명서 발급

-2017년 : 패시브하우스 의무화

-2025년 :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일부 인센티브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발표에 혹자는 급하다는 이야기도 하고 혹자는 더 빨리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이 모든 로드맵이 공동주택 중심이라는 것이다. 즉, 이 책에서 매달 다루고 있는 단독주택과 소형 근린생활시설 등은 이 정책에서 멀리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물론 신축 주택의 70%가 넘게 공동주택이 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 책을 보고 계시는 독자는 사실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혜택도 공동주택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기 로드맵은 아주 큰 줄기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발표된 세부안에서 소형 단독 건축물도 포함되어 진행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는 단독주택이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첫 단추는 내년부터 도입될 ‘에너지총량제 시행’이다. 지금까지는 건물을 이루는 각 요소별로 규제를 해왔는데 (예를 들면 벽체의 단열두께 등) 이제는 전체 사용에너지량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에너지총량제이다. 패시브하우스의 시작이 바로 이러한 제도의 바탕을 이루는 건축물의 에너지요구량 계산이다. 이것이 제대로 시행되고 또, 민간의 소형 단독건물까지 확대되어야 우리나라에 패시브하우스가 확실히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시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건축물의 에너지요구량을 계산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넘어야할 큰 벽이 있다. 우리나라 단독주택 시장이 너무 정성적 방법만으로 설계되고 시공되어졌다는 사실이다.


● 변화의 고통 - 정성적방법과 정량적 방법

에너지는 숫자이다. 숫자라는 의미는 정량적이라는 의미와 같다. 즉, 건물에 들어가는 많은 요소가 정량화되어야 하며 주택을 설계하거나 시공하는 사람들이 그 정량화된 수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모여서 계산이 되고 에너지총량제를 시행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주택의 설계하거나 시공하는데 있어서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자재의 성능과 그 근거에 대한 논의가 황폐화 된지 오래되었다. 오직 디자인, 외피, 매스, 색에 관련된 단어만 난무한지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건물은 삶이다. 건물을 밖에서 보는 사람은 사실 건물과 직접 관련이 없다. 건물은 안에서 사는 사람이 더 중요한 것은 자명하다. 안에 있는 사람에게 이롭기 위해서는 건물의 성능을 따져야 한다. 밖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나 혹은 건물을 밖에서 감상하는 사람에게는 해당 건물의 안이 춥든, 결로가 줄줄 흐르든, 파이프가 터지든, 녹물이 나오든 사실 상관이 없다. 그저 아름답기만 하면 된다. 건축을 다루는 사람은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이다. 양 날개를 펴야 제대로 된 집이 된다. 패시브협회 홈페이지에서 정성적 방법과 정량적 방법의 차이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가 있다. 그 정량화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성능이며 그것을 이룩하는 것도 건축가의 몫이다. 형태나 공간을 디자인을 하는 감각이 정성적 방법이라 한다면 그 디자인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정량적 방법이다. 그럼 정교한 디테일은 정량적인 것인가? 그렇지 않다. 디테일은 정성과 정량의 가교 역할일 뿐이다(사실 주택도면에서 디테일은 이제 찾아 볼 수조차 없다).

창을 모양으로 고르는 시대가 된지 오래되었다. 사실 모양으로만 창을 고른다면 건축가와 건축주가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다못해 길을 지나가는 불특정다수도 자기 안목에 의해 창을 다 고를 수 있다. 건축행위를 통해 밥을 먹는 사람들은 최소한 그것보다 더 알아야 한다. 창을 벽에 달아매는 디테일을 알고 있다고 해서 건축가인가? 그것도 아니다. 창의 성능을 보는 안목과 그 창문의 성능을 제대로 내기 위한 디테일, 그리고 창의 모양을 제대로 선택하는 안목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가 원하는 건축가인 것이다. 우리의 주택도면을 보면 입면에 18㎜ 복층유리이라고 적어 놓고 끝난다. 그럼 그 창의 성능은 누가 보장하는가? 시공하시는 분들을 100% 믿으면 되는 것인가?

아래 그림은 국내 한 창호회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의 일부이다. 이 회사와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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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줄을 그어 놓은 글이 이른 바 성능과 관련된 글의 전부인데 성능을 제대로 표시한 글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특수", "극대화한", "충분한", "뛰어난"…. 판타지소설 속의 글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현상을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건축가이다. 건축가가 창호를 선택할 때 성능을 묻지 않고 또 묻더라도 이런 식의 말로 들은 성능으로 만족을 하고 지나가니 창호회사에서도 성능을 제대로 표시할 일이 없다. 요구하지 않는 걸 누가 일부러 하겠는가? 그것도 성능을 객관적으로 표시하는 거라면 더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건축가와 창호회사간의 대화는 짧고 굵다. "이 창 단열 잘 됩니까?", "네. 정말 좋습니다. 그 유명한 ○○회사 창보다도 더 좋고, 더 쌉니다.", "오호~ 좋네요." 이런 식의 대화는 인류의 행복에 전혀 보탬이 되질 않는다.


다시 창호회사 홈페이지 내용으로 가보자. 오른쪽에 그나마 성능을 표시하는 숫자가 있다. 그런데 단위가 없다. "kcal" 인지 "w" 인지 "마리"인지 건축을 하는 분들이 이런 내용을 보면 화를 내야 한다. 그만큼 국내 자재회사가 건축하는 사람들을 무시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일반 알미늄 이중창" 이라고 적고 놓고선 그것보다 자사의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일반 알미늄 이중창"을 아래에 두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믿고 선택할 것인가?

창호의 성능은 열관류율, 기밀성, 내풍압강도를 숫자로만 간단히 표현하고 관련된 시험성적서만 올려놓으면 된다. 굳이 타사의 알지도 못하는 제품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그건 건축하는 사람이 판단할 몫이다. 이 창호회사 홈페이지 어디에도 시험성적서 혹은 성능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아래는 독일 창호 회사인 Veka 미국법인의 홈페이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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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vekainc.com/commercial/euroview70-tilt-turn-windows.asp>


프레임에 대한 치수 등 자료와 열관류율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처음엔 내풍압성이나 기밀성에 대한 숫자가 없어서 의아해 했는데, 찾아보았더니 왼쪽 아래 붉은 박스를 친 부분의 코드들이 미국산업안전코드와 창호시험코드에 대한 사항이다. 이 시험방식에 의해서 단열과 내풍압성, 기밀성을 충족시켰다는 내용이며, 각 시험코드를 찾아 살펴보면 코드별로 적시된 숫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건축가가 알아야 할 사항이며 창호회사가 기본적으로 제공해야할 정보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보가 창호 성능의 전부를 말하지는 않는다. 숫자를 믿고 사용해 보았더니 결국 좋게 느껴지지 않는 창호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아픈 경험은 더 나은 창호를 만들도록 독촉하는 순기능이 있다. 숫자라는 근거가 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기본이 되는 숫자를 무시한 경험은 우리나라의 집이 좋아지는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시험성적서를 요구하면 아예 가지고 다니질 않거나 가방을 한참 뒤져서 내놓은 뒤 “타 회사에서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해서 다니기 때문에 그 쪽 수치가 높게 나와 있더라도 믿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자재 회사도 있다. 그럼 무얼 믿어야 하는가? 말? 행동? 결국 서로 서로 자기 시장을 죽이고 다닌다.

박봉의 설계사무소에서 낙중의 하나가 특정 자재회사의 제품을 설계에 반영해 주고 술을 얻어먹는 것이다. 그걸 말릴 생각도 없지만, 최소한 따질 것을 따지고 난 후 주어진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제품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술도 맛있고 잘 넘어 간다.

패시브하우스는 데이터 싸움이다. 정량화된 재료가 있어야 제대로 된 패시브하우스가 된다.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누가 보아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시공사별로 일일이 다 지어보기 전에는 품질의 차이를 알 수도 없고, 집을 짓고 나면 10년을 늙는 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정성적 방법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정상적 주택시장일 수록 신규업체가 뛰어들기 편하다. 기술적 기반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입이 쉬워 경쟁은 더 가열되고 차별화방법은 오로지 가격 경쟁만 남는다. 가격을 싸게 하고 이윤을 남기려니 자재는 더 나빠지고 성능을 따지기 시작하면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다. 오히려 설계·시공자가 성능에 대한 논의를 피하게 된다. 빈곤의 악순환이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는다.

그동안 이런 시장의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하던 회사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회사가 짓는 집은 가격이 높다. 시장에 회사의 진실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비싼 건지 제대로 해서 비싼 건지 확인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 개인의 노력으로 이 시장이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에너지총량제가 시행된다. 강제적으로 성능을 요구한다는 이야기이다. 비록 이것이 주택에 들어가는 많은 자재의 일부일 뿐이긴 하지만 시대가 설계/시공자에게 변화를 요구한다는 반증인 것이다. 이런 정량화로의 변화는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고통스럽다고 피할 수 있었던 때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 단독주택 시장에서 설계와 시공이 합쳐진지 꽤 되었다. 일부 집을 제외하고는 시공사에서 설계까지 하고 있다. 설계사무소는 그저 허가만 대행할 뿐이다. 매번 설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봐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설계사무소에서 하는 설계와 시공사에서 하는 설계의 차이를 알게 되지 못하는 이상 그 구조는 바뀔 리가 없다. 차이가 없는데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된 시장구조를 만든 책임은 시공사에게도 있겠지만 설계사무소의 책임이 더 크다.


데이터를 무시하지 말자. 결국 누가 무어라 해도 건축설계는 서비스업이다. 무형의 기술을 팔고 돈을 받는 일이다. 설계비가 적어서 이런데 까지 신경 쓸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데 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설계비가 작아 진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때 이다. 결론은 짧다. 패시브하우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제대로 된 집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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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꿈꾸는영애님의 댓글

이상을꿈꾸는영애 작성일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