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 건축주가 직접 한 헌 농가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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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내 집은 내가 바꾼다”

1935624645_f4884699_gu132a.gif 오래전부터 전원에 터전을 마련할 계획으로 월간 ‘전원속의 내집’을 2년 이상 구독해 꼼꼼히 읽었다는 박봉환(55)씨. 그러나 책에서는 늘 반듯하고 비싼 집만 소개되니 자신의 형편과는 맞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소규모 자본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강원도 영월에 8백평 규모의 농가가 딸린 부지를 매입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전원생활 준비에 나섰다. 허물어져가는 집이지만 직접 고쳐 살 예정. 박봉환씨는 자신처럼 돈이없어 전원행을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그 개조과정을 공개하고 싶다며 본지를 노크했다.

비록 전문적인 지식없이 시작한 개조지만 실전에서 부딪히는 문제들과 갖가지 에피소드를 소개, 독자들에게 농가개조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맨손으로 시작한 농가개조의 A to Z, 박봉환씨의 내집 마련 체험담을 들어보자.

▶전원행을 결심하기까지→
오랫동안 서울생활을 해 온 사람에겐 도시에 사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한 것은 당연한 일일텐데 나의 경우엔 사정이 좀 다르다. 어려서부터 막연하게나마 전원생활을 꿈꿔왔던데다가 한동안 겪어야 했던 투병생활은 하루 빨리 전원으로 나가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가르쳐야 할 자식이 있고 아이들 교육문제가 해결이 된다하더라도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돈벌이가 있어야겠기에 마음은 굴뚝같아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다보니 기회가 왔다. 아이들의 교육비 지출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무렵, 서울에서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니 전세금과 매달 이자를 합치면 생활비 정도는 해결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돈문제만 해결되면 다 될 줄 알았던 전원행에 뜻밖의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번엔 아내가 절대로 시골생활은 안하겠다며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원행의 꿈을 접을 수가 없어 혼자라도 내려갈 결심으로 부지를 물색하며..... 






둘  초보 솜씨로 벽돌쌓기 OK!

1935624645_9da15690_gu128a.gif 서울 집에서 영월까지는 2시간 반이 족히 걸린다. 우리 부부의 교통수단이자 임시거처인 승합차를 몰고 영월과 서울을 오가면서 일주일에 3~4일은 집고치는 일에 매달려 있다. 그러다보니 동네사람들과도 친분이 생겼다. 서울사람이 시골와서 고생한다며 ‘차에서 자지 말고 잠만이라도 우리집에 와서 자라’고 넉넉한 인심을 베푸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사양했다. 우리 부부만 편하자고 여러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얼마 동안만 고생하면 임시로 쓸 수 있는 방을 하나 마련하게 될 것도 같다.

■ 제대로된 농가선정이 개조 성공의 열쇠

집의 상태를 보고 어렵겠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큰소리는 쳤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이론적 기반이 부족하니 자신감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해답이 있는 법. 처음부터 잘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집짓는 원리를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오히려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우선 이 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골조공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1935624645_013c7c2e_gu129a.gif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 보이는 흙벽을 털어내고 골조를 수리한 다음 새로 벽을 쌓는 것이다. 벽을 허물면서 보니 형편없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골조는 그런대로 쓸만했다. 집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 중에서 썩은 것으로 판단되는 5개만을 교체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살릴 수가 있었다. 자원 재활용과 자재비용 절감, 두 가지 측면에서 이득을 본 과정이었다. 혹시 잘못 건드렸다간 기둥 전체가 무너져 내릴세라 교체할 부분에 미리 디딤목을 대가며 간신히 골조 보강공사를 마쳤다. 개조할 집으로 어떤 농가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농가개조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농가 중에는 간혹 너무 오래되어 골조를 살릴 수 없는 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신축을 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개보수가 가능한 농가를 선택하는 것이 급선무. 제대로 된 농가를 선택하기 위해 꼭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 바로 지붕과 추녀부분인데, 일단 지붕에서 물이 새는 집은 안된다. 지붕이 새는 집이라면 오랫동안 비에 노출되어 구조목이 부식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흙이 떨어지는 집도 안된다. 흙이 떨어져 내린다는 것은 비가 샌다는 증거이므로 역시 구조부식의 우려가 있다. 이때 흙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추녀부분이다.

■ 문제는 여지없이 나타나는데…

아무 문제없이 척척 공사가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나다를까 흙벽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흙벽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스레트의 2/3 이상이 허물어지면서 서까래가 같이 무너져 내린것. 지지목을 대줘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속수무책 가슴만 졸이고 있는데 이때 마을 이장님이 작키(자동차를 들어올리는 기구)를 들고 나타났다. 서울 사람이 혼자 해보겠다고 끙끙대는게 안쓰러웠던지 마을 이장님이 벽돌도 사날라주고 포크레인도 빌려다가 공사를 도와 주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처음엔 잘 안될거라며 포기하라던 주민들이 말동무도 되어주고 점심도 날라다 주는 등 작업을 하면서 시골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에 원없이 감동을 받았다. 동네 주민들의 도움은 우리 부부에게 단순히 물질적 도움이 아니다. 전원생활을 시작함에 있어 그들은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이다.

■ 냉반방비 절감하려면 과감히 벽 허물것
 
흙벽을 털어내고 골조를 다시 세우고 교체한 후, 본격적인 벽쌓기 작업에 들어갔다. 버려진 농가의 대부분은 벽체가 흙과 짚, 싸리 등의 혼합물로 되어있다. 오래되어 벽체가 약하고 흙이 떨어져 나오는 것은 물론, 단열이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 벽체를 아예 헐어버리는 것이 추후 냉ㆍ반방비 절감을 위해서도 ..... 








셋  구조 안전진단부터 미장공사까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스타렉스 대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줄 방 하나가 완성되었다. 이 방의 완성은 곧 우리 부부가 서울을 이전처럼 자주 드나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직 집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이로써 본격적인 전원생활이 시작되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개조를 시작하면서 세운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바로 ‘최소 비용의 원칙’이다. 또 3, 4년 살아보고 전원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땐 새 집을 지을 생각도 가지고 있는 터라 다소 모험적인 이 작업에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수 연발하며 공사 진행 

1935624645_9cc988fb_gu142a.gif어느 정도 완성되었다고 생각했던 벽체에 창과 문을 달았다. 그저 폐가에 불과했던 집이 이제 어디가 들고 나는 문인지, 어디가 밖을 감상할 수 있는 창인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그런데 여기서도 초보자의 실수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창문을 설치하는 데에도 방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창호에는 여닫이를 위한 골이 패여있는데 비가 오면 여기에 물이 고이게 된다. 그래서 창호에는 고인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홈을 파 두었는데 그걸 모르고 창문을 거꾸로 달아버린 것이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벽돌을 뜯어내고 새로 창호를 시공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다.

처음 벽체를 쌓을 때 창과 문의 크기를 고려해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창은 벽에서 20cm 가량 떨어지게 되었다. 건축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정교하고 세심하게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 결국 빈 벽을 메꾸기 위해 합판을 대고 시멘트가 잘 발리도록 망사를 붙인 후 시멘트로 외벽을 마감했다.


구조 안전진단은 목수에게 맡겨


아무리 애를 써도 혼자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기둥과 보, 서까래 사이에 수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도저히 나로써는 해결이 안되는 것이었다. 이를 해결해 줄만한 전문가를 찾던 중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목수 한분을 알게 되었다. 목수는 4일 동안 수평도 맞춰주고 구조가 부실하다며 이곳저곳 점검해 주었다. 처음 기붕과 보를 맞출때 망치로 쳐도 잘 안들어갈 만큼 힘이 들기에 별도의 못질이 필요없으려니 생각했었다. 그러나 목수의 말이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는 것이다. 자칫 잘 못되면 구조적 불안정으로 인해 집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것. 예산에 없던 4일치 일당을 쳐주더라도 정말 목수를 부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다 마치고도 목수는 시멘트가 너무 얇게 발라졌다며 미장까지 반나절 일을 더 해주고 갔다.

자연수 끌어다 생활용수로 활용

구조부분의 마무리와 함께 입식주방공사에 들어갔다. 미장을 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배수관을 설치하고 수도를 끌어들이는 일. 강원도 영월, 그 중에서도 이곳은 산이 깊어 일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끌어다 식수 및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몇 십 년만에 처음이라던 올 해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던 물이니 믿을만하다는 생각에 곧바로 주방으로 끌어들여 정수기를 연결했다. 식수용으로 사용할 물은 정수기 판매사업을 하는 동생의 도움을 받았다. 150m,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수압도 세고 양도 많아서 물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낮은 바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복토작업도 하고 단단히 메운 후에 미장공사까지 끝내니 완전한 입식주방으로 변했다. 내가 공사를 도맡아 하는 동안 아내는 자잘한 일들을 도와주고 있는데, 다른 일은 몰라도 도배만큼은 완전히 집사람의 몫이 되었다.

공사중 틈틈이 텃밭 가꾸며 시골사는 재미 경험 

1935624645_705ce748_gu143a.gif얼마전, 두 아들이 영월에 다녀갔다.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집인지 궁금했던 차에 구경을 온 것이다. 작은 아들은 마냥 좋다고 하는데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는 큰 아이는 집이 답답해 보인다며 전문가적 입장에서 하나 둘씩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랴. 아들이 하는 일과 내가 계획한 집고치기는 목적부터 다른 것을...

날씨가 너무 더워 요즘은 일을 많이 못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휴가차 놀러오라는 말을 전해두었다. ‘좋은 공기 마시고 마음껏 쉬고 가면 그게 휴가지, 뭐’ 했더니 날 잡는대로 오겠다고 야단이다. 자연스럽게 일도 좀 도와주면 좋은 일이지 싶은 생각도 든다. 요즘은 우리집 근처에 나같은 서울사람이 하나 더 있어 신이 난다. 서울 목동이 집이라는데 우리집 옆에 집을 짓고 있어서 서로 말동무도 되고 가끔 그 차를 빌려 타고 서울에 올라오기도 한다. 요즘 영월은 유입인구가 많아 현지인보다 오히려 외지인이 많을 정도다.

이 밖에도 한참 재미를 들인 일이 있다. 바로 봄에 심었던 채소들이 결실을 맺기 시작해 거두어들이고 있는 것. 옥수수와 고구마, 고추, 땅콩을 심었었는데 감자는 이미 절반쯤 캐먹었으며 고구마, 고추도 별탈없이 잘 자랐다. 특별한 농사기술이 없어 심어 놓고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잘 자라는 걸 보니 신기하다. 집고치는 일 이외에도 시골 사는 이런저런 잔재미로 요즘은 하루해가 짧게 느껴진다.

공사비 계산해 보니

첫달에 3백만원으로 모든 비용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미 34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 물론 장판, 벽지, 정화조, 배관자재, 변기 등 큰 비용이 들어갈 만한 자재들은 대부분 구입을 했지만 공사 도중 소소하게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아직은 비용이 얼마나 더 들게 될지 의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최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생각이다.






넷  여름 장마도 두렵지 않은 축대쌓기

농사와 집수리 병행

가을은 사계절 중에서도 전원생활이 가장 즐거운 계절이다. 들국화, 코스모스, 색색으로 물든 단풍, 그리고 수확의 설레임. 여느 농부들처럼 올 봄, 기대에 벅찬 마음으로 텃밭에 이것저것 심었었다. 그러나 초보솜씨로 집수리와 농사, 두 가지에 욕심을 낸건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집수리에 매달려 있다보니 풀 한번 제대로 뽑아주지도 못하고 여름을 나게 된 것. 그 바람에 제대로 된 수확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여러 가지 종류를 심었으나 그 중에서도 병충해에 강한 채소들만 살아 남았다. 그러나 올 겨울이 오기전엔 공사를 마무리 짓고,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농사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결심한 게 하나 있다.

‘아무리 고추값이 비싸도 불평않고 사다 먹으리라’는 것이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뜻대로 되지도 않을 뿐더러 몇 알의 감자, 옥수수나마 거두어들이기까지 그 노고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 얼마되지 않는 텃밭을 가꾸면서 생전 처음으로 소비자가 아닌 농부의 심정이 되어 보았다.

일하기도 좋은 계절, 가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독서뿐만 아니라 일을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여름동안 무더위와 내리쬐는 땡볕을 핑계로 조금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고 공사를 시작했다. 시골에서는, 특히 산 밑에 자리한 집은 여름이 되면 만성적인 습기와 곰팡이로 골치를 썩는 경우가 많다.

현재 개조하고 있는 강원도 영월 농가 역시 뒷마당의 비스듬한 땅이 흙벽과 맞닿아 있어 여름철 습기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경사가 심해 장마철이면 흙이 떠내려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축대쌓기를 생각해 냈다.

축대를 쌓으면 두 가지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첫째는 장마철에 흙이 유실되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없다는 것. 두 번째, 벽면과 축대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게 되므로 습기가 집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업 또한 만만치가 않아서 완성되기까지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1.5m 높이로 축대쌓기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뒷마당의 땅 고르기. 그러나 일일이 삽으로 흙을 퍼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또 한번 이장님댁 포크레인 신세를 지게 됐다. 수작업을 할 경우 얼마가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을 포크레인 작업으로 단 며칠만에 해낼 수 있었다. 강원도 산골짜기라서인지 땅을 정리하면서 나온 돌의 양이 엄청났다. 이는 모두 축대를 쌓는데 사용했다.

1.5m 높이의 축대를 쌓아 올리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작업만큼은 기계로 하는 것보다 수작업이 훨씬 튼튼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일일이 지렛대를 이용해 돌을 쌓아 올렸으며 뒤뜰이 너무 삭막하지 않도록 돌 틈에 연산홍도 몇 그루 심었다. 이 과정에서 돌에 손을 찧고 부딪히는 통에 양손이 온통 상처 투성이다. 대지정리를 하고 나니 마당이 조금 정리가 되어 보인다. 원래의 구옥은 두 세 계단을 올라가야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땅을 고르면서 지반을 조금 높여 턱을 없애고 대신 집 앞뒤로 뜨락을 만들었다. 먼저 작업 후 나온 돌들을 쌓아 올린 후 시멘트로 마감했다. 아직 완성은 안됐지만 이곳에 차양을 설치해 비가 오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외부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처음의 계획에서 차질이 생긴 부분이 있다. 올 여름을 보내면서 강원도의 겨울 날씨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집은 단열 측면에서 미비한 점이 많고 아궁이에 불을 때는 것만으로 난방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할 수 없이 1년 중 봄, 여름, 가을만을 영월에서 보내기로 했다. .....






다섯  지붕 페인팅 후 새집으로 탈바꿈

약속한 날짜는 다가오는데, 이번 한 달간은 거의 공사를 하지 못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 하나가 사고를 당해 그곳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수리 시간이 빠듯한 건 당연하다. 게다가 추석이 지나서도 3일 동안이나 비가 오고 날씨가 흐린 탓에 지붕이 마를 틈도 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30년 묵은 지붕의 때빼기

올 봄부터 공사에 들어가 서울에 다녀올 때 빼곤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에 매달렸지만, 이번 작업처럼 결과에 만족한 때도 없는 것 같다. 일이라는게 항상 잘 한 것보다는 잘 못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니 말이다. 처음의 계획대로 지붕재는 교체하지 않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1차 작업은 스레트 지붕의 묵은 때를 말끔히 걷어내는 것이다. 족히 30년은 묵었을 듯 보이는 스레트 지붕재는 겉만 지저분할 뿐이지 어느 한 곳 부서진 데 없이 멀쩡하다. 집짓고 한번도 청소를 한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수 년씩 주인없이 폐가로 남겨졌던 집이니 이정도 더러움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지붕 청소를 위해 도구를 챙겨 들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 처음엔 아찔했지만 조금 지나니 이력이 나 조금씩 일의 속도도 빨라졌다.

와이어브러쉬로 골마다 일일이 벗겨내고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닦아냈다. 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인 만큼 일하는 내내 안전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되었다. 스레트가 약하긴 해도 못을 박은 자리만 잘 밟으면 부서질 염려는 없다고 해 약간은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경이 곤두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붕 페인트 칠로 새집처럼 연출

일단 지붕 청소가 완료되면 칠을 하기 전까지 충분히 말려야 된다고 들었다. 일정을 맞춰야 겠기에 중간중간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제대로 마를 틈도 없었던 지붕을 그냥 칠해 버렸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는 별탈이 없다. 지붕은 집의 외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색을 칠할지가 고민이었다. 주변 환경과 비슷한 녹색계열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고 너무 튀지 않도록 흰색을 칠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다홍색 페인트를 선택했다. 좀 훤해 보이리라는 생각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막상 칠을 해놓고 나니 우려와는 달리 멀리서도 눈에 띄는 개성있는 집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도 ‘밤새 새 집이 들어섰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야단이다. 또 이웃사람들이 아내에게 ‘시집 잘 갔다, 솜씨 있다’며 칭찬이 자자하다는데, 때문인지 아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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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외부 마감 방법을 결정했다. 처음엔 시멘트 미장 위에 흰색 페인트를 칠할 예정이었으나 황토칠로 방향을 바꾸었다. 황토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가격이 비쌀 것 같아 그동안 망설였었다. 이 집이 제대로 고쳐질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토 도료 한 통이면 이 정도 규모를 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공사가 다 끝난 후에 마감을 해야 깨끗한 외벽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황토칠은 조금 시기를 미루려고 한다.

총공사비 380만원으로 뚝딱

이 정도의 지붕공사를 하려면 적어도 50만원은 든다는데 총 8만원이란 비용으로 지붕공사를 끝냈다. 원래는 천장공사까지 계획했었다가 시간에 쫓겨 천장공사까지는 마무리를 짓지 못했었는데, 이제 천장공사만 마치면 주변정리를 끝으로 집이 완성된다.

지금까지 들어간 총 비용은 380만원으로 이 정도 집을 하나 지으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비용. 이번 집고치기로 인해 자신감이 생겨 요즘 또 하나의 일을 계획하고 있다. 인근에 좋은 땅이 아주 저렴하게 나와 매입하게 된 것. 그런데 전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게 올 해가 마지막이라고 해 예정보다 앞당겨 건축에 들어갈 생각이다. 현재 우리집 뒤에 집을 짓고 있는 분의 도움을 받아가며, 2천만원 정도를 들여 조립식 주택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추수 도와주며 전원생활 실감

가을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 부부의 본격적인 전원생활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건 누런 황금들녘, 알이 꽉찬 갖가지 열매들이다. 그동안 우리가 끙끙대며 집을 고치는 과정을 보아온 동네 사람들이 추수를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이젠 우리를 완전한 이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런 부탁도 가능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팔 걷어 부치고 일을 도와줬더니 보답이라며 직접 농사 지은 무와 갖가지 채소들을 가져다 주는 바람에 요즘은 식탁이 훨씬 풍성해진 것 같다.






여섯  4백만원 들여 완성한 농가개조 “어때요?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습니까?”

집고치기를 마치며

지금 생각해 보면 6개월이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른다. 전문가를 불러 집을 수리했다면 아무리 길어도 1~2개월이면 온전한 집 한 채가 완성되었을 것을 망치 한번 제대로 잡아본적 없던 내가 집을 고치겠다고 나섰으니, 지나고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큰 돈을 가지고 나선 전원행이 아니었기에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보고자 시작한 일인데, 어찌보면 이렇게 어려운 일인줄 몰랐기 때문에 쉽게 도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한 차례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으며 덤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됐다.

만만치 않은 후반 마무리 공사

마무리 공사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누었다. 외벽의 페인팅과 주변정리가 그것. 처음에는 흰색 페인트칠을 하기로 결정하고 외벽 마감을 진행했으나 자재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황토페인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처음부터 건강주택이라는 집의 컨셉에도 잘 맞아떨어져 황토칠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건강자재일 뿐만 아니라 은은한 색상을 지녀 황토주택의 느낌을 연출하기에 적격이다. 페인트 한 통으로 3~4평 정도의 벽을 칠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네 벽면을 마감하는데 필요한 페인트 수량은 6통 정도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이다. 주변 정리 마무리가 되어야 깨끗한 페인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우선 주변 정리부터 시작했다. 축대를 쌓느라 가져다 놓은 돌은 꽃밭을 만들고 주변을 구획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나무나 종이 등 유해가스 배출 걱정 없는 폐자재들은 소각장을 만들어 태우는 등 각종 널빤지와 폐자재들로 어지럽혀진 집 주위를 정리하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가 않아서 꼬박 며칠을 매달린 끝에 제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성공적인 정착을 도와줄 운학리 이모저모

원래 운학리는 외지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산골 동네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강원도 내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라며 입을 모은다. 한 번 와보면 이러한 절경에 매료되어 살 목적이든, 관광 목적이든 다시 찾게 된다. 언젠가는 지역 방송국의 작가가 취재를 위해 이 동네에 들렀던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후 그녀는 이곳에 집을 구하겠노라며 마을을 다시 찾았다. 그녀에게 영월군 운학리가 남긴 인상이 꽤나 깊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입소문으로 살기 좋은 동네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동네 원주민보다 외지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려 이주해온 사람들이 훨씬 많을 정도다. 

경제적 이유로 전원생활 미루는 이에게 농가개조 권해

이런 상황이다보니 원주민들의 텃세에 부딪히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특히 전원에 정착하기 위한 첫 방법으로 농가개조를 선택한 우리 같은 경우는 현지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기는 커녕 여러모로 도움까지 받는 등, 성공적인 전원생활이 보이는 듯하다. 전원생활을 시작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같은 농가개조를 권하고 싶다. 우선 주민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적응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축에 비해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나의 경우처럼 꼭 직접 개조에 나설 필요는 없다. 현지에 살고 있는 목수를 불러 개조를 한다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므로 적은 비용으로 맘에 드는 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집이야 비바람만 막아주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새 집 한 채를 지어볼 요량으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다. 나의 농가개조는 전원에 정착하기 위한 비용을 줄이는 하나의 수단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년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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