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 건축가 5인의 美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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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5인의 美家
양평주택의 건축주 역시 서울 한가운데에서 바쁜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그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영위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집 지을 땅을 찾아 북한강 주변을 두루 다닌 몇 년의 시간 끝에 얻게 된 곳인 만큼 좋은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지난봄 어느 일요일 새벽에 만난 대지는 산을 등지고 멀리 한강을 굽어보는 풍광 좋은 자리에 있었다. 깨끗이 정지된 땅이라 자연의 거친 맛이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넓게 조성된 대지는 작은 소우주를 만들기에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어 건축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비교적 긴 형상의 대지에 집을 펼치면서 여러 마당을 만들었다. 제법 긴 담을 따라 걸어들어 오면서 오른편으로 한강의 풍경을, 그 반대쪽으로 약간 들어올려진 마당을 만나게 된다. 이 마당은 식당과 같은 레벨에서 연속되므로 해가 서산으로 넘어 갈 무렵 황금색 햇살로 가득한 저녁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천장이 높은 거실은 남쪽과 동쪽으로 열려있어 역시 한강이 잘 보이는 장소이다. 거실의 마당은 동쪽의 작은 정자와 함께 생활의 중심공간이 된다. 거실에서 주인침실로 가는 복도를 따라 중정이 마련되는데 이곳은 건축주가 가꾼 화초를 건사하는 장소로 쓰이게 된다. 한편 주인침실은 별도의 마당을 갖는다. 이 마당은 침실로 스며오는 아침의 맑은 햇살과 담에 비친 석양빛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부엌과 더불어 있는 작업마당과 대나무가 배치된 뒷마당도 여러 방식의 생활을 아우를 수 있다. 마당은 집의 배경이면서도 주제이다. 그것은 여러 성질의 물질로 이루어진 이 집의 담이 집을 구축하는 수단이자 배경이며, 또 다른 주제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건축물과 공간, 마당과 담, 방과 마루가 서로에게 기대며 존재하는 것이다. 도시 속에서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의 고요한 원점이 요청되듯이, 새로운 시대의 도시와 건축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의지하게 될 자연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 대지조건을 역이용한 상상력의 산물 PENUMB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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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헌
1983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1985 미 Abraham Kadushin Associates 근무
1986 미 The University of Michigan 대학원 건축과 졸업
1993~ (주)건축사사무소 yED’ A 대표
한양대, 경기대, 서울건 축학교 강사..
신경숙의 소설 ‘그가 모르는 장소’에서 표현한 대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장소의 속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서의 건축행위를 장소가 지니는 완강한 속성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화의(和議)를 취하기 위한 방편’ 으로 삼았다.
무구한 세월을 버티어 온 자연에 인간의 욕심으로 집을 짓는다는 것이 가책과 부담으로 느껴졌기 때 문이다. 그래서 이 집이 어떻게 하면 이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의 일부처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건축기간 내 내 나에게 지워진 과제였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집에 대한 건축주의 별다른 요구사항은 없었다. 다만 건축주는 이 집에서 레저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해왔다. 차라리 여러가지 요구사항이 있었더라면 집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쉬 웠을 텐데 많은 부분을 상상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더 애를 먹었다.
이 집은 거주공간이기는 하지만 간헐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모습과는 다른 집이어야 하며 또한 철저히 사적인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하에 작업이 진행되었다.
급경사의 대지조건을 활용하여 대지를 따라 건물이 자연스레 아래로 흐르는 느낌을 주려 했으며 혹시라도 넘어지 거나 미끄러질 수 있는 위험요소를 하나하나 줄여나갔다. 또 콘크리트 구조물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시각 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요소들, 그 역학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한 것도 이 집이 가지는 특징이다.
건축에 사용된 모든 자재들은 세월이 흘러도 자연스런 변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대부분의 표면처리를 과감히 생략 했다. 또한 도심 주택에서 습관적으로 적용하는 재료나 디테일을 피하고 자연 깊숙이 묻혀 있는 건축물이 어떤 모 습 이어야 할까에 초점을 맞추었다.
집은 주변의 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원에 지어진 집 인 만큼 건축주가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 집짓는 즐거움, 집을 그리는 즐거움 지축동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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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개의 메스로 결집된 김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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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여백(산, 밭, 논, 하늘)의 변화무쌍한 색깔을 담는 팔레트이다. 농촌 땅의 색은 변한다. 아침, 저녁으로 변하고 계절에 따라 변한다. 이 집의 천창과 사방의 창으로 변화하는 하루의 색을 담고, 흰 외벽과 거실 벽 간유리는 계절의 색을 담는다. 이 집은 세 개의 매스로 이루어진 결집체이다. 우뚝 서 주변을 압박하기 보다는 주변농가의 규모에 상응함으로써, 이 집은 촌락과 함께 하려 한다. 이 집엔 거실이 없다. 아니 거실이 두 개다. 하나는 사랑방의 거실, 하나는 마을 모습을 담는 가운데 마당. 전자는 혹한기 때 화롯불에 밤과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농주 한사발 나누는 사랑방 거실, 또 하나는 농번기 때 이마에 땀을 닦으며 황금 들녘을 바라보는 마당거실. 이 집은 뒷산과 들판을 함께 담는 내부공간을 갖는다. 앞에 펼쳐진 들판과 마당을 담는 복도 간유리 천장과 뒷산을 담는 식당 간유리 천장이 함께 어우러져 외부공간이 내부로 확장된다. 이 집은 건축주가 완성할 것이다. 아니 마을 사람들과 함께 완성할 것이다. 돌아온 고향 땅에 내집 마당은 내가 조성할 것이란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면, 들녘에 씨를 뿌리듯 마당을 가꿀 것이란다. 화려하지 않고 웅장하지 않은 주변 촌락과 함께 하는 집이고자 했다. 주변의 집과 다를 바 없는 건축 외장재료로 주변과 조화롭고자 했다. 기본 안식처(shelter) “ㄱ”자의 거친 구조의 모습이 드러나 그 안에 풍만한 삶의 공간을 담아 보고자 했다. 거실 광정의 북쪽 햇빛 담기로 거실이 밝고 아늑한 공간이고자 했다.(사실 이 효과는 생각 외로 훌륭했다) |
▒ 대지의 흐름을 자연스레 유도한 문호리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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