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어느 외딴 숲속.
가구를 지어내고 자연을 유유자적 즐기는 이곳은
디자이너 부부와 두 고양이만의 세계다.
나무와 톱과 망치로 혼자 짓는 작은 건물
담백한 박공을 가진 두 건물이 가을로 물든 숲의 긴 틈을 따라 자리해있다. 안주현 씨의 작업실이자 아내 이진아 씨와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다. 이곳에서 주현 씨는 ‘안키텍쳐(Anchitecture)’라는 이름으로 그만의 가구를 만들고 있다.
“아키텍쳐(Architecture)의 r에 작대기 하나 붙여 내 이름과 관련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소개하는 주현 씨. 그의 이야기는 건축에서 시작된다. 그는 건축을 전공해 건축일을 해왔다. 여러 프로젝트를 거쳐온 그는 어느 순간부터 건축이 가지는 아이디어와 결과물 사이의 시간적, 결과적 간극에서 점차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생각을 결과물로 바로 만날 수 있는 가구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스케일만 다를 뿐 아이디어를 드러내는 프로세스는 건축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친근감도 느꼈다. 그는 조금씩 취미부터 시작해 한 발짝씩 내디뎠고, 그는 어느새 목수가 되었다. 그래서 주현 씨의 작업은 공간을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건물이 땅에 따라 달라지듯, 가구도 공간에 따라 디자인부터 재료까지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래서 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공간에 녹아드는 그의 가구. 그는 다양한 공간에 그만의 작은 건축물을 지어나가고 있다.
목공방과 집이 숲속으로 오게 된 것은 ‘자유’ 때문이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 이전 공방 공간보다 자유롭기를, 긴 출퇴근 시간에서 자유롭기를, 주변에 대한 소음피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도 자유롭기를 바랐다. 그리고 주변을 갑갑하게 가로막는 것에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작업실은 인적 드문 숲속임에도 주변을 유리로 감싸 녹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런 땅을 만나기 위해 부부는 꽤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았더랬다. 재료를 깎고 다듬으며 이따금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자연에서 그는 아이디어와 치유를 얻는다.
건축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가 오랜만에 건축주로 돌아온 주현 씨는 건축의 녹록지 않음을 오랜만에 느꼈노라고 회고했다. 그래도, 해보고 싶은 건 거의 다 해봤다는 그. 옆에서 듣던 아내이자 동료인 진아 씨는 “이이가 만드는 가구를 처음으로 내 집에 써보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며 웃어 보였다. 그녀가 작업을 이어 나가는 테이블도, 그 뒤에 자리한 주방가구도, 복도에 무심히 걸린 작은 수납장도, 침대도 그의 작품이다. 물론, 자금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라 아낄 곳은 아낄 수밖에 없었지만, 원하는 곳에는 아낌없이 투자했다.
입주한 지 8개월. 내부 정리를 마무리하고 주현 씨는 본격적인 다음 발걸음을 준비 중이다. 목공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그것. 해외 영상에서 종종 보는 차고 속 DIY 영상처럼, 그는 가구를 만드는 과정의 재미를 나누고 싶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작업실 한켠에 그런 계획의 흔적이 엿보이는 가운데, 조만간 작업실은 숲처럼 사람과 목공의 즐거움으로 우거질 것이다.
취재협조_ 안키텍쳐 인스타그램 anchitecture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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