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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부부의 시간을 담은 집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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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분주한 대로변에서 잠시 벗어나 만나는 고즈넉한 골목길. 시간이 차분히 쌓인 주택 사이로 가죽을 두드리는 소리가 작게 울려온다.


 

Family 김판준, 하나리, 반려묘 수비(2)    
Job 가죽공방 나르준 크래프트 운영     
House 1986년에 지어진 2층 주택     
Process 공사기간 약 4개월. 외부 도장 및 내부 전체 공사

동네를 존중하며 고친
2층 공방 주택의 매력

“지인 소개로 봉황동에 놀러 왔다가 그대로 이 거리에 반했습니다. 전철이 지나는 도시 번화가가 바로 근처인데도, 조금만 들어가면 옛 정취가 푸근하게 느껴졌어요.”

김해 봉황동 가죽공방 ‘나르준 크래프트’에서 각각 공방장과 대표를 맡고 있는 김판준, 하나리 씨 부부는 이 주택과 거리에 대한 인상으로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던 가죽공예가 점차 일상에서 비중을 차지하고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부부는 공방이 있는 주택을 깊게 고심하기 시작할 때 만난 게 이 거리였기 때문. 

 

 

BEFORE 1986년, 흔히 ‘집장사’라 일컬어지는 시공업자에 의해 지어진 2층 벽돌집이다. 처음 집을 만났을 때 1, 2층 모두 가정집이었으나 2층은 빈 집으로 방치된 지 1년 정도 지난 상태였다. 1층은 목재 루버로 내부 전체를 마감한 옛 주택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고, 2층은 좁은 면적에 공간 분할이 갑갑해 벽을 트고 기울어진 바닥 레벨을 조정해야 했다.

 

1층 거실은 그대로 쇼룸이 됐다. 그간 판준 씨가 리모델링 될 집에 전시하겠다고 모아둔 아이템들이 곳곳에 존재감을 뽐낸다. 눈에 닿는 곳마다 이번에 목공 작업으로 새로 만든 선반과 앤틱 테이블, 다락 계단이 전시대가 되어준다.

“가죽공예의 주요 공정 중 하나가 바늘과 실이 들어갈 구멍을 망치와 치즐로 일일이 뚫어주는 것”이라는 판준 씨는 아무리 철저히 시간을 지키고 조심해 작업해도 아파트에서는 심리적으로도 지속이 어려웠다고. 그래서 부산에서 멀지 않은 이곳 김해에서 공방과 주거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그리고 1년 뒤, 골목 안쪽이기는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그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쾌적하면서도 세월을 온존히 지키고 있는, 그간의 고민과 목표에 꼭 맞춘 듯한 주택을 만날 수 있었다.

4개월간의 시간을 들여 고친 주택은 겉보기로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는 부부의 의도기도 했다. 오랜 역사 도시의 잘 관리된 집들처럼, 부부도 이 동네의 분위기와 풍경을 존중하며 지키고 싶었다. 그 마음을 알아줬는지, 긴 기간 공사하면서도 동네 민원 한 번 안 받아봤다고. 

판준 씨의 개인 작업이 이뤄지는 작업실. 가죽에 실구멍을 내는 치즐 작업 중이다.

 

 

나리 씨가 전부터 애용하던 업라이트피아노도, 새로 목공으로 제작한 선반도 작품의 무대가 된다. 피아노는 지금도 잘 관리되고 있어서, 공방이 문을 닫고 여유로워지면 가끔 연주를 한다고.

Showroom
조명 : Vibia Flamingo Pendant    테이블 : 현장 제작    오디오 : welle tone, 마샬 스탠모어    체어 : 버터플라이 체어(건축주 제작)

 

원데이클래스 등이 이뤄지는 클래스룸에서 부부는 종종 작업 내용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곤 한다. / 다이닝룸에서 바라보는 현관 쪽 모습

기존 주택이 갖고 있던 레트로한 스타일이 취향이었던 만큼 실내도 1층은 옛날 집에서 볼 수 있는 루버 마감을 대부분 유지해 바닥과 일부 실을 정리·보수하는 선에서 마쳤고, 주거공간인 2층 정도만 생활 편의에 맞춰 구조를 조정해줬다. 물론, 공사가 쉽게만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리모델링은 작년 4월에 끝을 보였고, 집은 이제 옛 다세대주택이 아닌, 공방주택으로서의 ‘집생’을 시작했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게스트룸과 주방. 거실 한 편에는 반려묘 수비가 햇살을 즐기고 있다. 수비는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운명처럼 만나게 된 유기묘다.

 

 

창문 크기를 조금 더 키워 풍성한 햇살과 풍경을 들인 안방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남도 김해시
대지면적 ≫ 159.9m2(48.37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83.89m2(25.37평) | 연면적 ≫ 138.21m2(41.80평)
건폐율 ≫ 52.5% | 용적률 ≫ 86.4%
구조 ≫ 시멘트블럭조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1종, 열반사단열재
외부마감재 ≫ 기존 벽체 위 도장
창호재 ≫ 예림도어 | 에너지원 ≫ 도시가스
내부마감재 ≫ 벽 - 1층 : 우드 루버, 2층 : 벽지 / 바닥 - 1층 : 에폭시 도장, 2층 : 동화강화마루
주방가구 ≫ 한샘
현관문 ≫ 동양초이스 CD-2020
방문 ≫ 예림도어 MDF + 필름지 부착
시공 ≫ 직영 시공
총공사비 ≫ 9천만원

 

원래는 벽으로 막혀있던 공간이었지만,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넓게 개구부를 만들어줬다. 덕분에 주방과 게스트룸(식당) 관계로 이어졌고, 주방에서도 바깥 시야가 열려 더욱 밝아지고, 집으로 다가오는 기척도 더 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공방 출입문과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바닥의 자갈과 판석은 구매부터 시공까지 부부가 직접 해낸 부분 중 하나다.

 

PROCESS

D-72|1월 22일 공사 시작      
주거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인 2층부터 철거를 시작했다. 내장재를 살릴 1층과 달리 2층은 새롭게 정리할 계획이라 뜯어낼 것이 훨씬 많았다. 일주일 정도 지나 1층 철거에 들어갔고, 열흘 정도 걸렸다.       

D-61|2월 1일 - 2월 4일     
1층 목공 작업을 시작했다. 공방 겸 쇼룸이기에 현장 제작해야 할 테이블과 선반이 많았다.      

D-56|2월 7일 - 2월 11일      
2층 배관과 방통 작업을 진행했다. 다만, 오랜 세월 약간의 침하로 인해 수평이 잘 맞지 않아서 보강이 필요했다.

 

D-50|2월 13일  
1층 루버는 샌딩 작업 후 재도장했다. 일부 새로 조적된 벽은 비슷한 규격의 루버를 구해 최대한 복원해줬다.       

D-39|2월 24일 - 2월 26일      
외관 전반적인 도장과 2층 마루 시공이 시작됐다. 이제 제법 새집다워졌다.       

D-02|4월 2일       
외부 조명도, 실내 마감작업도 다 마무리됐다. 이제 정리만 남았다.

 

음악 활동으로 만난 부부답게 공방 다이닝 공간에는 드럼과 키보드를 두고 가끔 연주하곤 한다.

 

주택 외부 모습. 작년에는 바빠서 미쳐 못했지만, 부부는 멀지 않은 미래에 옥상에 파고라 등을 설치해 파티룸처럼 꾸며보고 싶다고 전했다.

한 번은 구배 없이 복잡하게 깔린 배수관 때문에 온종일 고생을 했다며 부부는 주택 생활이 매일 장밋빛은 아니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3년 넘게 이 집을 기대하며 모은 아이템을 여기저기 장식할 때, 탁 트인 개방감 속에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영감이 떠오르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작업할 수 있을 때, 이 정도 불편함은 넘치는 행복감에 싹 가신다고.

“그래도 두 번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 같다”는 부부의 이구동성 한마디. 멋쩍게 웃는 부부의 미소에서 공방 부부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충분히 성공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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