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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가 설계한 '팔라우 구엘(Palau Gü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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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집을 짓기 전, 책으로만 보았던 명작 주택을 직접 경험하고 온 건축주. 6개월 동안 유럽 곳곳에서 만난 명작 주택은 ‘왜 집을 짓는가’라는 그의 물음에 명쾌한 해답이 되어 주었다. 건축주 입장에서 꼭 필요하다는 명작 주택에 관한 직·간접 경험. 그가 전해주는 생생한 이야기로 대신해보자.



 



 

INFORMATION  |  팔라우 구엘, 1988년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 중 하나로, 1885년 건축을 시작해 1888년에 대부분 완성했다. 1984년,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주소 ▶ Carrer Nou de la Rambla, 3-5, 08001 Barcelona, Spain       
오픈 시간 및 정보 ▶ 겨울 시즌(1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 오전 10시 ~ 오후 4시 30분      
여름 시즌(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 오전 10시 ~ 오후 7시  공휴일 및 휴관일은 홈페이지(www.palauguell.cat)에서 반드시 확인하시길



에우세비 구엘(Eusebi Güell)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에게 가장 많은 일을 의뢰한 건축주이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후원자였다. 가우디는 팔라우 구엘(Palau Güell)의 설계와 건축을 진행하면서 구조물과 장식물 등에 많은 예산을 지출했다. 이를 본 구엘의 재산 관리인이 가우디가 너무 많은 돈을 쓴다 보고했고, 이를 들은 구엘은 “가우디가 내 집을 짓는데 그것밖에 들이지 않느냐”며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 주었다고 한다.

 

람블라스 거리(Las Rambles) 옆 골목에 자리한 팔라우 구엘

 

건물을 짓는 일이란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한다. 땅을 매입하고, 그 목적에 맞는 설계를 의뢰하고, 좋은 자재로 시공하고, 적절한 장식과 가구를 배치하는 등, 이 모든 과정에서 건축가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기능과 미를 동시에 충족하는 설계를 해야 한다. 구엘처럼 큰 비용을 지원하며 건축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땅이라는 스케치북에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건축주.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젊은 건축가에게 일생의 인연일 것이다.

나도 건축주로서 내 집과 전원주택 단지 설계를 의뢰할 때 비용과 디자인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목적과 계획, 콘셉트는 건축주가 만들더라도 설계만큼은 건축가를 신뢰할 때 더 좋은 디자인이 탄생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역시 같은 면적이라도 좋은 디자인의 건축물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러면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바르셀로나의 사업가 저택의 결과물은 어떠한지 대지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골목에서 올려다본 팔라우 구엘의 외관과 옥상에 있는 다양한 형태 및 색의 굴뚝

 

대지와 건물의 관계성

팔라우 구엘은 카탈루냐(Catalunya) 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는 중심 거리인 람블라스 거리(Las Ramblas) 옆 골목에 위치한다. 카사 바트요(Casa Batlló)와 카사 밀라(Casa Mila)가 있는 그라시아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의 북쪽에 있는데, 그곳의 도시 계획은 바둑판처럼 이루어져 있는 반면, 남쪽으로 내려가는 람블라스 거리의 건물들은 구도심처럼 골목이 좁고 낡은 느낌이다. 실제로 거리를 걸으며 본 빈민들도 이쪽에 더 많았다.

골목을 지나 마주한 팔라우 구엘은 마치 거대한 성처럼 우뚝하니 놓여 있다. 기존 구엘이 살던 곳과 연결해 지었는데, 한 가족만을 위한 이 큰 건물은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입지적으로는 시장과 중심 거리 및 해안과 가까우므로 상가복합주택이나 호텔 등에 적합할 듯했다.

 

메자닌 공간으로 향하는 길과 외부로 나와 지하층으로 가는 중정

 

외관

팔라우 구엘의 하층부는 진회색 대리석으로 되어 있고, 중층부는 검은색 발코니 창이 설치되어 중후한 느낌을 준다. 이 창들이 있는 곳이 바로 메인 층의 갤러리 공간이다. 그 위로 상층부는 가족들이 머무는 공간과 다락이 놓인 장소로, 밝은 베이지색의 외벽돌로 마감되었다. 붉은 원색의 창틀과 그 위 독특한 모양의 굴뚝까지 모든 마감재가 조화를 이룬다. 만약 아래층과 같은 어두운 톤으로 지붕 부분까지 마감했다면 원색의 굴뚝이 도드라져 외관의 균형이 무너졌을 것이다. 내부 구조와 기능에 따라 외부의 색상과 자재를 선정한 것이 매우 현명하게 느껴졌다.

옥상의 굴뚝은 벽돌, 사암, 세라믹, 포세린, 유리, 대리석 등의 다양한 자재와 형태, 색으로 20개가 만들어져 있다. 이 굴뚝들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보일 정도로 외벽 쪽에 붙어 있다. 이는 건축주의 요청사항이라기보다는 부적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의 건강, 부, 화목 등의 상징성과 기원을 담아 디자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벽돌로 이루어진 지하 공간. 카탈루냐 신화에 나오는 동물이 조각되어 있다. 오른쪽 메인 층 갤러리 공간의 천장이 멋지다. 

 

각 실의 관계와 동선

입구로 들어오면 외부를 통해 마구간의 지하로 나가는 공간과 중층인 메자닌(Mezzanine) 및 메인 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나뉜다. 벽돌로 된 굵은 기둥이 숲처럼 들어서 있는데, 동굴 같은 분위기와 검은 방범창틀 때문에 당시 교도소 같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하는 창과 구멍을 통해 빛과 공기 순환이 되도록 해두었다. 때문에 말(Horse)만 머무는 것이 아닌 사람도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벽돌 마감 아래서 비추는 조명은 오래된 벽돌 특유의 질감을 두드러지게 표현해 고성의 느낌을 준다.

메자닌 공간은 구엘의 사무실로 썼던 공간이다. 메인 층으로 가면 팔라우 구엘에서 가장 거대한 공간인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천장을 보면 옥상의 15m 높이의 탑 안쪽까지 뚫려있어 층고가 매우 높다. 천장의 돔 공간은 위쪽 층에서 창을 열고 아래와 소통할 수 있다. 이곳까지가 공적인 공간이며, 악사의 방을 제외하고 그 위층은 침실이 있는 사적인 공간이 된다. 이렇듯 각 공간은 구조로서 성격이 분리되어 있으며, 공적인 공간까지는 집주인 허용하에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각 층의 기둥. 공적인 공간은 층고가 높고 사적인 공간은 층고가 그보다 낮다. 가장 오른쪽 사진은 구엘의 딸인 이사벨 구엘(Isabel Güell)의 방 

 

 

메인 층 갤러리 천창. 옥상 탑의 작은 창문을 통해 중심이 되는 빛 옆으로 작은 빛이 수를 놓듯 내려온다. 

 

층고와 각 사이즈

팔라우 구엘은 ‘구엘 궁전’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대로 한 가족을 위한 성이다.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카사 바트요나 카사 밀라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특히 공적인 공간의 층고는 일반 건물의 두 개 층을 아우를 정도로 매우 높다. 층고가 높으니 같은 공간에 비해 1.5배 이상 더 크게 느껴진다.

사적인 공간의 방들은 좀 더 아늑하게 천장이 내려와 있지만, 그래도 일반 방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 아니다. 방 중에서는 부부 각자의 방이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데, 대신 방의 개수는 대가족인 구엘 식구 수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이는 당시 구엘의 자녀들이 대부분 성장해 독립한 상태였고, 가끔 머물 임시 거처로만 쓰게 될 테니 방의 수를 줄인 것이다. 반면 생애 주기를 고려하여 더 오래 머무르게 될 부부의 방은 크게 만들었다.

 

카탈루냐 깃발 색 및 캐릭터가 있는 파티션과 외부창의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메자닌 층과 갤러리의 네모난 창 

 

창과 빛

메인 층 갤러리 천장의 돔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의 교회인 하기야 소피아(Hagia Sophia)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하늘에서 빛이 모여서 내려오다 보니 갤러리는 성스럽고 거룩한 느낌마저 든다. 특히 파이프 오르간의 음색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져 빛과 공명으로 공간을 환하게 채운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팔라우 구엘의 내·외부 곳곳에 사용되었으며, 카탈루냐 깃발이나 구엘이 좋아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작품 속 인물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적인 공간에서 이러한 아이템들은 구엘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의 소재로 사용했을 것이다. 즉, 건축주의 특성과 의도를 파악한 건축가가 이를 세심하게 반영해준 결과로 여겨진다.

그 외의 창은 모두 네모반듯하다. 정확하게 대칭되는 구조적인 면으로 그 무게감을 드러낸다. 외부에서 본 갤러리 창이 진회색 벽체에 직사각형과 검은 철제 장식으로 무게감을 준 것과 같은 통일성을 보여준다.

 

공적인 공간의 화려한 천장 장식 및 갤러리안 벽체. 금색으로 코팅된 장식에 봉의 끝에는 갖가지 색의 보석으로 꾸몄다.

 

내부 인테리어 소품

공적인 공간의 게스트룸은 매우 화려하고 디테일이 복잡하다. 이는 팔라우 구엘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구엘 가문의 위용과 부유함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이 공간들을 거쳐야만 구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과 벽체에 박힌 금장과 보석들, 화려한 조명 장식과 창틀까지도 금장으로 치장되어 있다.

 

나무로 제작한 난간의 장식들, 같은 모티프로 만들어진 각기 다른 곳의 난간과 창문 손잡이, 철제 장식의 갤러리 조명, 검은색과 금색이 혼합된 가족실의 부가적인 디테일 

 

반면에 사적인 공간은 디테일한 장식은 있으나 그 수가 많지 않고 벽과 천장이 비교적 단순하다. 이는 가족의 취향대로 내부를 다시 꾸밀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즉, 다른 어떤 스타일의 가구를 배치해도 공간과 어울릴 수 있게 인테리어 되었다. 다만 대리석으로만 두기에는 밋밋했는지 검은색과 금장이 같이 있는 금속 장식이 난간과 기둥을 둘러쌌다. 난간 아래와 손잡이 장식은 고사리나 풀잎 등을 모티프로 한다. 이것은 외부의 금속 장식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정문의 불사조 장식은 가우디도 참여한 카탈루냐 르네상스 문화사조의 상징이다.

 

가시를 연상케 하는 외부 철제 장식, 옥상의 타일과 현관 입구의 내부 타일. 옥상 타일은 바르셀로나 지방의 옥상 색 규율에 따라 스페니시 기와의 붉은 색을 띤다. 현관 내부 타일은 강한 소나무 소재를 사용하여 입구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였다.

 

이렇게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 외부 공간까지 각각의 기능성을 보여주면서도 통일성을 만들어 전체 한 건물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외부 사람에게는 압박감을, 내부 사람에게는 편안함을 줌으로써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에 따라 다른 심리를 갖게 한다. 기능과 심리를 고려하고 색감과 형태 및 배치를 결정해 완성한 팔라우 구엘은 가우디가 불과 34살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구엘의 절대적인 지지를 통해 지은 이 건물은 결국 구엘의 사업적 영향력과 편안한 가족의 삶을 동시에 만족시켰으며, 구엘 가족은 기존 집 대신 팔라우 구엘을 주 거처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건축주는 건축가와 소통하고 요구사항을 말한 뒤, 건축가가 실력 발휘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혜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음은 역사적으로도 확인된다. 물론 그러한 건축가를 선택할 수 있는 건축주의 안목은 필수 요건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 사진_ 손창완

 



 

이 글을 쓴 손창완 씨는 4년 동안 집짓기와 관련된 부동산 투자, 건축, 목조주택, 설계·시공, 재료, 건축법, 부동산법을 공부하고 6개월간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지의 유럽 명작 주택을 순례했다. 이를 바탕으로 직접 건축주가 되어 판교에 단독주택을 짓고, 건축주 역할로 경기도에 마을을 만들었다. 책 <건축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집짓기 진실>의 저자이며, 현재 건축주를 위한 집짓기 컨설팅 및 인테리어 서비스 밈스페이스(www.memespace.co.kr)를 운영 중이다.



구성_ 김연정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36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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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전원속의내집님에 의해 2019-12-17 17:15:40 HOUS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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