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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손수 지은 강화도 펜션 NANY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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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2-2 / 전원속의 내집

강화의 저녁풍경에 폭 안긴, 그림 같은 세로집을 지었던 황진석, 김난희 부부. 2년이 지나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딴 펜션 두 동 ‘나니’와 ‘지니’를 지었다. 처음 방문한 마을인데도 결코 낯설지 않은 것은 부부가 직접 지은 집에서 묻어나는 따스함 때문일까. 그간 겪었던 우여곡절이 고되지만은 않았다는 부부에게서 삶의 넉넉함이 느껴진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바람 한 점 없이 화창한 오후, 강화도의 어느 한적한 마을에 자리 잡은 펜션 ‘나니하우스(NANY HOUSE)’를 찾았다. 2년 전만 해도 내 집을 지어 갓 입주한 건축주였던 황진석, 김난희 부부가 지금은 시공, 인테리어, 가구제작까지 직접 도맡아 펜션을 짓고, 펜션지기로의 삶을 시작했다. 

남편 진석 씨는 고향이 강화도다. 그래서 미리 귀촌을 준비했겠거니 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계획했던 일은 아니었다. 2002년, 운영하던 고시원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강화도로 내려온 것은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갑작스레 시작된 시골 생활에 부부는 생활비와 자녀들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처음에는 막막했죠.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 당시에도 시골에서 농사만 지어서는 생활하기 어려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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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과 펜션을 하려고 생각했던 땅이 있었지만, 2004년에 그곳에 있던 고인돌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정작 농사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4년 동안 진석 씨는 에어컨을 설치하고 농작물 저장고를 짓는 일을 했다. 그때 진석 씨가 강화도에 지은 저장고만 해도 이삼백 개는 족히 넘는다. 난희 씨는 언니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식당에서 함께 일하거나 밭에서 참외를 키워 도로변에서 직접 팔기도 했다. 

“아내가 고생을 참 많이 했지요. 어머니께서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신 후, 바로 아버지까지 편찮으신 바람에 8~9년 정도를 꼬박 병시중을 들었어요. 그 와중에 농사도 짓고 아이도 키우고 아마 숨 돌릴 틈이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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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의 손때가 묻은 자투리 목재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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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부는 날에는 청아한 종소리가 울린다.  /  
따사로운 햇볕을 즐기기 좋은 고양이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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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뜰 안에는 자연 속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도록 데크를 넓게 깔았다.   

말 그대로 참 ‘별일’ 많았던 부부다. 젊었을 때 고등법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진석 씨가 2년 만에 첫 직장을 박차고 나온 뒤, 부부는 고생길이 훤한 길만 찾아다녔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처음에는 고달픈 생활에 원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나이가 들수록 남들은 가지지 못한 마음의 여유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게 됐음을 느낄 수 있다며 허허 웃는다. 그 순간에는 정말 고됐지만, 지금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깊이와 풍요로움을 얻게 된 것이 감사하기만 하다. 

지난해 부부의 세로집은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집에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집짓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을 보며 전원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실감했다. 부부 역시 세로집에 살면서 늘 강화도의 풍경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화려하지 않지만 일상의 여백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참 좋았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 가는 것보다 한적한 곳에서 마음껏 쉬는 것이 더 좋은 휴식처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러던 중 마침 지인과 함께 매입하여 세로집을 지었던 필지의 나머지 절반을 사들이게 되었다. 부부는 그 땅에 먼저 지은 세로집과 똑 닮은 펜션 두 동을 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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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니하우스에서는 식탁, 싱크대는 물론 쟁반 하나까지 부부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불편하다 여길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자연과 벗 삼는 마음으로 하루 정도는 특별하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나니하우스는 각각의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욕실과 화장실을 가려면 문을 열고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침실도 밖으로 나가 계단을 올라가거나 다른 공간을 건너야만 들어갈 수 있다. 마치 어릴 적 방학 때마다 들렀던 시골 할머니 댁 같다. 오밤중에도 화장실에 가려면 밖으로 나가야만 했던, 겨울에는 찬 공기에 오들오들 떨며 안채에서 사랑채까지 건너가야 했던 옛날 한옥의 구조를 묘하게 빼닮았다. 집의 어느 문을 열어도 자연을 만나게 하는 것, 건물 사이사이에 최대한 자연을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부부가 나니하우스를 지으면서 구상했던 기본 콘셉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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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대에 누워도, 소파에 앉아도 창을 통해 마을의 풍경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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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도의 저녁풍경은 늘 따뜻하다. 어둠이 내리자 노랗게 별빛을 발하는 나니하우스

먼저 지은 살림집인 세로집은 설계와 시공을 모두 전문가에게 맡기고 부부는 데크와 대문, 휀스만 직영공사했다. 하지만 이번 나니하우스는 설계만 세로집을 설계했던 스무숲건축사사무소의 홍진희 소장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부부가 모두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자투리 목재 외장은 진석 씨가 하나하나 이어붙인 결과물이다. 목재의 폭이 일정하지 않아 골라가면서 붙이느라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니하우스의 문, 가구, 소품은 모두 난희 씨가 직접 나무로 만들었다. 옷걸이, 싱크대, 선반, 식탁, TV장 등 나니하우스에 있는 모든 것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다.

“소품은 물론 타일, 조명 하나까지 직접 발품 팔아서 골랐어요. 사소한 걸로 둘이 많이 싸웠죠. 결국은 대부분 제 고집대로 하게 됐는데, 어떤 때는 제가 너무했나 싶기도 해요.”

남편의 말에 난희 씨는 ‘진정한 승리자가 누군지는 아직 모르는 것’이라며 하하 웃는다. 아옹다옹하는 부부의 모습이 오히려 정답다. 서로 의지하며 우여곡절을 함께 해온 세월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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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니’가 바라보는 ‘나니’의 모습. 남편의 눈에 들어온 아내의 모습처럼 다정하고 포근하다.  / 
진석 씨에게 집짓기는 언제나 즐거운 놀이다. 하나씩 완성해가는 성취감에 또다시 톱질을 한다.  /  문을 열면 방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우거진 숲을 만나게 된다. 자연 속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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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욕실. 욕조 바로 옆 벽면에 창을 내어 뒷산의 풍경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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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늑하고 조용한 뒤뜰을 만들기 위해서 산과 거리를 조금 둔 위치에 집을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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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집을 지으며 부부는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나니하우스를 다 짓고 나서도 진석 씨의 DIY는 끝나지 않는다. 이제는 세로집 옆 데크 공간에 펜션 손님들을 위한 작은 카페를 만들 계획이다. 미술을 전공했던 난희 씨도 목공 작업을 계속하며 새로 지을 카페에 둘 와인장과 소품 만들기에 한창이다. 펜션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면 진석 씨는 펜션 일을 아내에게 일임하고 강화도에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한다. 

“하얗게 쌓인 눈 때문에 주변이 대낮처럼 환했던 겨울밤이었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저벅저벅 소리가 나서 밖에 나가봤더니, 고라니 한 마리가 한가롭게 데크를 가로질러 가더라고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죠.” 

이런 그림 같은 풍경과 영화 같은 순간의 경험이 바로 자연에 사는 맛 아닐까. 부부가 의도했듯, 나니하우스에서는 모든 문이 밖으로 이어져 있어 언제 어디서나 자연을 만나게 된다. 이는 곧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들에 대한 부부의 마음이기도 하다. 집 안 곳곳에 작게 난 창으로 보이는 강화도의 담백한 풍경은 두 사람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황진석, 김난희 부부의 넉넉한 삶이 몸과 마음을 한없이 풀어지게 하는 특별한 하루다.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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