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을 만나는 방법,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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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나는 집짓기를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에 앞서 ‘상상하기’를 권했다.
그들 중 일부는 상상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이들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계속 고민하던 차에 상상의 힘을 더해 집짓기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상이 완성되기 전, 건축주가 꼭 알아야 할
작은 원칙 하나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떤 이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충돌하느냐에 따라
게임 혹은 거래의 유형을 나누는 분류법이 있다.
바로 Zero sum, Plus sum, Minus sum이다(sum은 ‘합계’라는 뜻).
Zero sum(제로섬)은 당사자 간의 이해득실의 합계가 제로인
경우를 말한다. 누군가가 이익을 가져 가면, 반면에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의 손해를 입기 때문에 합계는 늘 제로가 된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거래는
제로섬 게임의 유형을 지닌다.
Plus sum(플러스섬)이란 당사자 간의 이해득실의 합계가
결과적으로 플러스(이익)인 경우다. 플러스섬에서는 누군가의
이익이 반드시 다른 누군가의 손실로 연결되지 않는다.
상대와의 협조를 통해서 서로의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에,
각자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협조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소위 말하는 ‘윈-윈 게임’이라는 것이 이 같은 분류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Minus sum(마이너스섬)이다.
당사자 간의 이해득실의 합계가 결과적으로 마이너스(손해)인
경우를 말한다. 서로가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결국 둘 다 망하는 식으로,
아무도 승자가 되지 못하고 패자만 남는 싸움이다.
이런 구도는 가능한 피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 가지 유형의 차이점을 확실하게 이해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나에게 앞으로 평생 동안 일어날 모든 일에 대해,
그 거래의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유형을 선택할 것인가?”
현명한 그대의 선택은 100% 플러스섬 유형일 것이다.
그것만이 절대로 손해보지 않는, 약자나 패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내가 이야기하려고 한 작은 원칙이 바로 이것이다.
그대가 상상하는 삶의 모습, 그리고 그 삶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가는 설계라는 작업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원칙이 ‘플러스섬’이다.
플러스섬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일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천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까지 펼쳐 온 상상의 날개에 ‘내 가족’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이제 등장 인물에 이웃을 포함시키기만 하면 된다.
“이웃과 함께 어떻게 살면 기분이 더 좋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이웃들도 당연히 하고 싶겠지?”
“내가 입기 싫은 피해는 이웃들도 당하기 싫겠지?”
이런 상상을 통해서 설계 작업을 진행한다면
그대는 플러스섬의 원칙을 지키며 함께 살 수 있는
행복한 집 짓기에 성공할 것이다.
택지개발지구처럼 새롭게 개발된 단독주택 단지를 다니면서
제로섬의 원칙으로 설계된 집들을 많이 본다.
먼저 자기 집만 지었을 때만 생각하고 설계한 집은,
옆집이 들어서면서 그 장점을 모두 잃어버린다.
어떤 집은 주변에서 아예 욕 먹을 각오를 한 듯 우뚝 솟아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모두가 순간적인 만족감에 눈이 멀어
자기 욕심에 집을 짓는다.
결국 마이너스섬의 악순환에 빠져 서로 흉물이라고 탓을 하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집들을 보면 너무나 슬프다.
남을 이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집주인들은 본인이
마이너스섬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그들에게 ‘단독주택의 삶’에 대해 물어보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단독주택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이웃을 잘 만나야 해.”
이 말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자연발생적으로 좋은 이웃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행복한 집 짓기를 위해서는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이웃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기로
마음먹고 행동해야 한다.
일전에 한 전원마을에서 동시에 네 채의 집을 설계한 적이 있다.
1년 후, 그 건축주의 소개로 옆 두 개 필지에 설계 작업을
다시 맡게 되었다. 새로운 필지의 건축주와 미팅을 마치고,
기존 건축주들 중 한 분을 안부차 방문했다.
“소장님, 저 집은 어떻게 짓겠다고 하나요?
저 집에 가려져서 좋은 경치를 못 보게 될까 봐 걱정이네요.”
모든 건축주들의 고민은 늘 같다.
“선생님, 기억 안 나세요?
처음 이 집을 설계할 때 설명 드렸잖아요.
나중에 저 필지에 집이 지어져도 가장 도로 쪽에 붙여도
여기까지 밖에 못 오니까, 이렇게 배치하면 앞으로
걱정할 것은 없다고, 그렇게 결정한 거잖아요.”
“어? 그랬던가? 그럼 나 이제 걱정 안 해도 되는 거네(허허)?”
그대에게 묻는다.
당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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