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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삶, 용천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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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7-10 / 전원속의 내집

긴 담장을 따라 걷다보면 집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이 주는 온기를 곳곳에 들이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새로운 공간이 그려진다. 건축주의 첫인상을 닮은 이곳에서 건축가가 담은 추상적인 공간을 만났다. 

취재 김연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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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세와 어우러진 주택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한켠에는 여울져 흐르는 시냇물을 끼고, 또 한 켠에는 경사도가 급한 산자락과 어깨동무한 좁고 긴 대지를 만난다. 산과 천이 만나서 만들어낸 단출한 형상이 서로에게 의지하듯 관계를 맺고 있다. 정착되어 있는 산의 덩치 큰 매스와 흐르는 선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 거주하게 된다. 본래의 자연이든 인공으로 빚은 자연이든, 자연을 추상화하면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 될까?

건축주의 첫인상이 이 주택의 콘셉트가 되었다. 그의 섬유미술 작품도 함께 보았다. 비물질화되고 추상화한 작품과 인류의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화려한 수사법을 달고 사는 현대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거주할 집에 대한 생각과 취향이 확실하고 군더더기를 거부하는, 이른바 추상적인 현대인이었다. 그의 표정과 사유를 추상화하기로 하였고 그것이 모티브로 작동되었다. 추상이란 어떤 대상의 전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덜 띄는 한두 개의 특성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형태와 공간을 구성하는 관습적 관찰형식에서 벗어나, 전체를 대표하는 특성을 표현하게 된다. 건축을 구성하는 내면성을 읽어내어 구축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궁극에는 공간의 자체적 본질이 형상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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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업실 앞 데크에 나와 언제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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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외장재의 조화가 멋스러운 오른쪽 입면  ▶
2층 내부와 연결된, 데크 깔린 지붕층은 이 집의 또 다른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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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공간과 별도로 마련된 건축주만의 아늑한 작업실   ▶ 시원하게 펼쳐진 마당은 드라마틱한 풍경을 만들어준다.


자연은 어떻게 추상화되는가? 캔버스가 아니라 공간 속에서 추상화되는 자연을 표현하고자 했다. 소리와 바람, 빛과 그림자, 자연의 빛깔 등이 수사적 껍질을 벗고 속성만을 이 공간에 남기려 한다. 환경 친화적 건축 또는 생태적 건축이라는 인공화된 친자연과 해와 물과 바람 등의 자연이 서로 무심하게 함께 거주할 수 있다면, 그것이 본질을 찾아가는 추상화의 공간일 수도 있겠다. 

이 주택은 해와 바람, 시냇물 소리와 빛이라는 추상화된 원시적 자연이 머무는 구축된 마당을 중심으로, 매스와 가벽으로 둘러쳐진 영역을 제1차적 인공화한 자연공간으로 규정하여 구성하였다. 또한 기다랗게 뻗어나가려고 하는 대지의 형태적 속성을 지닌 앞마당을, 담장과 데크로 된 길로 마당공간을 연장하여 제2차 자연공간으로 만들었다. 

건축물의 위계를 없애기 위해 현관은 드러내지 않았고 각 공간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는 크게 본채와 작업실로 구성하였지만 부분이 전체이고 전체가 부분인 듯 연결되어 있다. 건물의 형태는 세모와 네모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공간을 형성하는 많은 선들은 본질적으로 단순화하면 세모와 네모를 지향한다는 가정을 세웠다. 네모를 수직·수평적으로 공간화하고 세모가 결합되는 형식이다. 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 공간의 절제를 꾀하고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지역지구  계획관리지역 / 자연보전권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837.00㎡(253.19평)
건축면적  157.60㎡(47.67평)
연면적  151.52㎡(45.74평)         
1층 - 103.34㎡(34.26평)         
2층 - 48.18㎡(14.57평)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 일반목구조
시공  최형권(HOUSE PLAN)
설계  이윤하(건축사사무소 노둣돌) 02-776-3051, www.ecoarch.org

 
각 실의 공간의 크기는 축소 지향적으로 최적화하였다. 전체적인 덩어리를 들여놓고 덜어내는 과정 속에서 대지의 생김새와 건축주의 공간소비 취향으로 재구성하여 잉여 공간을 최소화하였다. 이미 절개된 대지라는 몸의 형상 위에 탑재되어 기억하는 내적 이미지와 감각을 건축물에 투영하였다. 평면의 동선은 중정을 에워싼 채 순환적이고, 수직 동선은 좁고 가파르다. 자연요소가 건물과 만나는 추상화된 자연의 동선은 느리고 완만하게 대지를 감싸고 돌아간다. 내재되어 있던 대지의 고유수용감각적(Proprioceptive Sense) 이미지들은 인공건축물과 만나서 추상화되어 나타난다.

1층은 작은 안방과 거실, 주방 및 식당, 2층은 주인의 서재 및 침실로 콤팩트하게 구성되었다. 대지의 경사지 고저차를 수용한 평면과 2층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배려해 식당 상부는 오픈(Void) 형식을 취하였다. 2층 서재와 옥상지붕을 연결하여 경관 조망과 소규모 사적 만남을 매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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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얀 외벽이 눈길을 끄는 심플한 주방  ▶
레트로풍의 소파가 모던한 공간에 경쾌한 포인트가 된다. PLAN –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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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에 마련된 건축주를 위한 공간  ▶
침실 맞은편에는 욕실과 게스트룸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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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집짓기 작업에 전념하여 왔다. 건축에 있어서 친환경적 요소인 에너지, 재료, 물, 녹지, 토양, 대기 및 실내 공기질 등을 정량화하고 물리적으로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은 건축주의 철학과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단순함과  간결함 속에서 자연적이거나 친환경적인 것이 인간의 삶과 결합하여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공간이나 가벽 프레임 속에 추상화된 자연이 머물게 하는 것이다. 자연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속성과 인간의 주거생활이 무심하게 만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물론 건축 주재료를 목구조와 노출콘크리트로 택한 것은 그 두 재료의 물성이 자연적 요소와 잘 결합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지만, 집주인의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이기에 선택하기도 했다. 

분명 추상적 개념을 건축 작업을 통해 형상화하고 건축주의 삶을 공간으로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설계과정 속 명쾌한 동의와 시공과정 속에서 미술적 감각을 보탠 건축주가 이 집의 최종 설계자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많은 도움으로 완성한 이 집 한 채를 이제 세상에 내보낸다. <글 _ 이윤하>   

 

건축가 이윤하 
시인이며 건축가. 현재 건축사사무소 노둣돌의 대표이다. 생태주의와 친환경을 주제로 설계와 연구를 하고 있으며,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아홉건축가 아홉무늬>, <친환경건축설계가이드북(공)> 등이 있고, ‘한국생태건축상’, ‘2012년 교보생명 문화대상’을 포함한 여러 수상이력이 있다.
주요작품 : 조태일시문학관, 세진당, 물아당, 어깨동무어린이집, 하늘뜨락, 남한산초 리모델링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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