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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집, 무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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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65-3 / 전원속의 내집

한 대지에 두 세대가 함께 사는 듀플렉스 하우스(Duplex house). 건축가 조성욱 씨와 친구 김재윤 씨의 판교 단독주택 ‘무이동’의 기본 컨셉도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집짓고 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건축가 조성욱 씨가 집을 짓게 된 것은 땅콩집을 방문하고 듀플렉스 하우스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자신만의 건축적 해법으로 풀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 후였다. 그렇게 해서 지어진 하나의 박스형 메스에 나란한 두 채의 건물이 닮은 듯 다른 듯 서있다. 마치 쌍둥이처럼 친구와의 땅 나눔이 기꺼운 듯, 그만의 세심한 설계로 공간 구석구석 적당한 가까움과 거리 두기의 요소들이 읽히고 또 읽힌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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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측의 주출입구는 두 개 박스의 조합이다. 외관은 자정 작용을 가진외단열재 퀵믹스로 마감했다.

- 건축가의 말 -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건축가는 집을 만듦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집이 다시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삶의 바탕이 되는 그런 건축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건축가가 ‘사람 = 대지 = 건축’이라는 삼위일체적 신념을 가진다면, 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마을, 아름다운 도시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건축가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곳 판교의 단독주택 용지. 조성욱•김재윤 씨의 무이동(無二同) 주택은 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대지 마련부터 건축 설계, 그리고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한 두 사람이 반가운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빚어 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맞춤형 집’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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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 조성욱 씨의 집에는 대나무가, 동쪽 김재윤 씨의 집에는 단풍나무가 식재되어 있다. 같은 듯 다른 공간은 이런 점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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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그 여정의 시작
미리 말해두자면, 모든 일은 건축가 조성욱 씨의 친구인 김재윤 씨로부터 시작됐다. 큰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전에‘내 집’을 짓고 싶어 했던 그는 고등학교 동창인 조성욱 씨에게 적절한 설계자나 시공회사를 소개받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막상 조성욱 씨는‘나도 같이 짓자’며 집짓기에 선뜻 동참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스팔트 키즈는 이해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어른들에게 흙과 자연에 대한 갈망은 항상 가슴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 집을 짓는다’는 연유를 당사자인 아이들이 이해할 리 만무하지만, 더 이상 펜스가 둘러진 아파트 놀이터가 아닌, 내집 마당에서 뛰어노는 환경의 변화는 아이들의 인성과 자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을 어른들은 잘 알고 있다.


미션 _ 부족한 면적을 확보하라!
함께 집을 짓기로 결정한 후 듀플렉스 타입으로 확정하기까지 치밀한 조사를 거쳤다. 두 사람 모두 서울을 기반으로 생활했기에 멀지 않은 판교의 단독주택지로 땅을 결정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넓지 않은 231㎡의 대지에 나란히 두 집을 올리려니 평면부터 수직 동선 설계와 시공과정까지, 쉬운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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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정원에는 잔디와 흙 사이 한 층,  그리고 골조면이 닿는 한 층의 두 층으로 방수층을 주어 물 빠짐에 신경 썼다.   

- 공용 계단실과 옥상정원의 이유 있는 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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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으로 향하는 계단부는 영화를 보거나 빨래를 너는 용도이며, 옥상정원은 바비큐 파티와 겨울날 눈썰매를 타는 데 활용될 공간이다.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수목 식재 보다는 넓은 잔디와 데크 위주로 계획했다.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다. 가족사진을 찍자 하니 무이동 식구들이 총출동했다. 마실 온 옆집 식구들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조성욱 씨의 건축가로서의 능력은 이러한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건축가는 제한된 조건 하에서 고수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결정하고, 비용의 문제를 건축주와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설계를 완성한다. 이 집에서 건축가 조성욱 씨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면적의 확보였다. 두 집 모두 두 명의 자녀가 있고, 더구나 친구인 김재윤 씨는 어머님과 함께 2세대가 거주하길 원했다. 그러자면 각자 최소한 80~100㎡의 면적이 필요했다. 

건축가가 내놓은 해결책은 지하실을 조성해 부족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두 가정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공용 공간을 내외부에 마련하는 것이었다. 또, 한창 뛰어 놀 나이의 자녀들을 위해 옥상에 또 하나의 프라이빗 정원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온 가족의 토론 끝에 비용과 노력을 들여 이 공간을 마련해야 할 당위성이 확보되었고, 이로써 규모의 문제는 해결점을 찾았다. 
이렇게 지어진 집은 지하실을 포함해 각 103㎡의 연면적을 갖는다. 약간의 차이로 국민주택 규모를 넘지만, 각종 세제 혜택의 문제와 면적의 확보를 두고 비교했을 때, 더 중요한 것을 얻었기에 양쪽 건축주 모두 크게 유념치 않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던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지혜가 이러한 중대 결정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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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 집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스크린을 설치해 두 가족의  전용 영화관으로 활용될 계획  ▶ 흐린 날 빨래를 널거나 편히 앉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넓은 계단과 좁은 계단을 함께 조성했다.      

- 지하 공간의 야무진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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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은 건축가 조성욱 씨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이로 인해 월 150여만원의 임대비를 절약한다. 폐열회수환기장치 덕분에 공기의 질은 여타 다른 지하실과 달리 매우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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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아일랜드식탁이 중앙에 자리하는 1층은  거실과 주방이 함께하는 가족의 공용공간이다.  건축가는 거실과 주방이 혼재한 1층의 거실부를 들어올려 툇마루로 조성했다. 3살, 7살의 서율이와 수민이가 바닥에서 뒹굴며 뛰노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또한, 이곳은 거실과 주방 사이에 중문을 두어 게스트룸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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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집의 공간 탐험 
조성욱 씨는 그리 넓지 않은 대지에서 두 가족을 위한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수직으로 구분하고 이를 적층해 물리적 3개 층, 심리적 5개 공간으로 만드는 건축적 장치를 고안했다. 
우선, 지하는 건축가 개인의 공간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책과 작업을 할 책상은 모두 지하실로 내려왔다. 그로 인해 공용공간과 침실 등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현관과 마당에서 바로 이어지는 1층의 주방과 거실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앞뒤로 들락거리는 아이들 덕분에 그 문이 닫힐 틈이 없다. 
2층에 올라서면 각 방을 비롯해 화장실과 드레스룸이 복도를 따라 나란히 늘어서 있다. 건축가의 장치는 여기서 더욱 탄력을 받는다. 2층의 다락방과 양쪽 집이 만나는 공동 계단부가 합쳐져 꽤 넓은 공용계단실이 만들어진다. 이 공간은 심리적으로 단독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와 함께 지붕에 ‘제대로’ 들어선 옥상정원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두 가족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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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 아빠는 복도 끝에 아이들을 위한  색색의 클라이밍 도구를 만들어주었다.  ◀▼ 두 집이 마주보는 맞벽을 계단실로 조성해  소음의 완충 역할을 하도록 했다.  ▶ 계단을 두어 다락으로 오르는 이 곳은 딸 수민이의 방. 다락 상부에 천창을 내어 빛을 확보했다. 

 

외부 디자인은 건축가의 재기를 보여준다. 사선 제한을 받는 서쪽 집 때문에 건물이 양쪽 모두 20cm씩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건축가는 집 전체의 면적을 줄이지 않고, 제한을 받는 북서쪽 메스의 40cm를 목검으로 쳐낸 듯 깍아내기로 결심했다. 메스를 베어내고 보니 전체적인 디자인 균형을 다시 잡을 필요가 있기에 동쪽 집 파사드의 하단부분 또한 얇게 깎아냈다. 그 덕분일까? 건물의 북쪽 전면부는 두개의 거대한 메스의 조합임에도 경쾌한 리듬감을 가진다. 

 

부자여서 지은 집? No! 
처음에는 두 가족 모두 예산이 제한적이었다.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여태껏 저축한 돈을 합친 금액만으로 집짓기에 덤빈 것. 다행이 판교의 대지를 분양가에 가까운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야 집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배를 탄 두 명의 건축주는 함께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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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세면대를 설치해  바쁜 아침 시간 효율을 높였다.  ▶ 침대만 하나 있는 부부 침실.  창을 낮게 내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스치듯 드는 생각! 내집 짓기를 장기적인 문제로 보니 생각보다 선택이 간단하다는 사실이다. 잠깐 살고 팔아버릴 것도 아니고 계속 단독주택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평생 벌 수입을 감안해 내집 구입에 조금 더 비용을 들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족 모두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계산을 해보니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충당이 가능한 수준임이 가늠되었다. 자금에 대한 확신이 서자 더 이상 건축예산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하나의 대지에 두 개의 집이 서있는 것이기에 판교의 여타 주택보다 비용은 절반 정도의 수준으로 짓는 셈이다. 


두 가족의 집에 대한 소망을 가슴 깊이 이해하는 건축가가 야무진 설계로 탄탄하게 공간을 받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조성욱 씨가 건물의 형상을 만들었다면, 김재윤 씨는 주택에 정체성을 부여했다. 평생을 함께할 집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말을 찾던 그는 ‘무이무동(無異無同)’을 떠올렸다. 같이 집을 짓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무이동(無異同)은 이 집을 칭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어 보인다.  


햇살이 따스한 토요일 오후, 건축의 과정이 ‘연애’같다던 김재윤 씨는 계단에서 책을 읽다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조성욱 씨의 아내는 아이들에게 먹일 간식을 만드느라 주방에서 분주하다. 동네 아이들까지 다 모인 남쪽 마당은 꺄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인다. 가족의 변화는, 이미 시작된 듯하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지면적 : 232.00㎡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다락방
건축면적 : 115.32㎡
연면적 : 206.74㎡
건폐율 : 49.7%
용적률 : 89.1%
주차대수 : 3대
최고높이 : 9.75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조
구조재 : 철근콘크리트 옹벽
지붕재 : 철근콘크리트 슬라브
단열재 : 외부 T150 스치로폼+내부 T30 네오폼
외벽마감재 : 퀵믹스 도포 
창호재 : PVC 3중 시스템창호
계획 및 실시 설계 : 조성욱 건축사사무소 www.johsungwook.com
시공 : (주)하오스 031-708-4067 


HOUSE SOURCES
내벽 마감 : 비닐페인트
바닥재 : 원목마루(2층), 타일(1층), P타일(지하), 강마루(다락)  
욕실 및 주방 타일 : 자기질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한샘
조명 : LED 매입등, T5 간접등
계단재 : T18 합판 2겹 + 투명락카
현관문 : 삼중 목재문
방문 : 목재 슬라이딩 도어
붙박이장 : 주문식
데크재 : 방킬라이
전열교환기 : 스위스 zehnder社(회수율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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