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듀플렉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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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의 장점은 갖되, 공동주택의 모여사는 이점은 놓칠 수 없다면 여기에 주목해보자.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빡빡한 다가구주택이 아닌, 조금 다른 방식으로 모여 사는 식구들의 이야기. 자신에게 꼭 맞는 공간을 찾아 정착한 그들의 ‘함께 사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 왼쪽 집의 공용부는 스킵플로어 구조가 특징이다. ▶ 오른쪽 집은 중앙의 보이드 공간으로 모든 층이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
생애주기 중 ‘단독주택 마련’을 생각하는 때는 언제일까? 자녀가 분가하고 부부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 50대 이후의 움직임은 흔히 ‘전원주택 짓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요즘 이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제 막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져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진 30~40대 젊은 건축주들의 움직임이다. 용인 동백지구에 들어선 이 듀플렉스 하우스도 젊은 두 가족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결과다.
왼쪽 집의 김문규 씨와 오른쪽 집의 김종국 씨. 두 사람은 회사의 협력관계로 알게 되어 친해진 사이다. 한두 차례 만나다 보니 마음을 터놓는 형, 동생 관계가 되었고, ‘삶’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다 보니 ‘집’까지 같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살고자 하는 욕심보다는 자신에게 딱 맞는 맞춤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둘은 머리를 맞대고 돈을 합쳐 하나의 ‘집’을 구상했다. 건축주가 두 명이기에 땅 값도 절반, 공사비도 일부 절감된다는 듀플렉스 하우스를 택했다.
대지는 가로로 긴 모양이다. 긴 대지에 건물 또한 가로로 길게 앉히니 더욱 커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사실은 대지면적 261㎡(78.95평)의 그리 크다 할 수 없는 규모다. 건축면적도 137.7㎡(41.65평)에 불과하지만, 언뜻 보면 한 건물인지 모르게 각기 다른 외관 디자인때문에 실제보다 커 보인다. 듀플렉스이기 때문에 건물의 형태가 가장 효율적인 정육면체의 형태여야 했으며 지붕의 경사도 또한 법규를 준수해야 했다. 정면은 두 건축주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디자인으로 각기 개성을 살리고, 건물 뒷면은 한 집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통일감있게 디자인했다. 여기에 창문의 깊이감과 대각선, 그리고 노랑과 청색의 강렬한 색을 사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다목적 싱글 하우스
왼쪽 집의 건축주 김문규 씨는 혼자 사는 미혼 남성이다. 라이프스타일이 확고하고 자신을 반영한 공간 만들기에 예전부터 열심인 그. 영화 ‘아멜리에’에서 손수 집을 뚝딱뚝딱 고치는 주인공 아버지를 보며 주택에서 손수 만들어가는 인생을 꿈꿔왔다. 집에서도 취미생활을 누리고 싶지만 큰 소리로 영화를 보거나 목공작업, 테라스에서 누리는 브런치 시간 등은 오피스텔에서는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 거실과 마당이 연결될 수 있게끔 단을 높여 데크를 만든 왼쪽 집의 현관부
▲ 아일랜드 식탁을 싱크대와 연결해 'ㄷ‘자로 배치한 효율성 좋은 거실
▲ 높은 층고의 거실 상부에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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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씨의 집은 다목적 공간이다. 영화관과 목공작업실, 거실과 주방, 그리고 3개의 프라이빗한 방과 수납공간까지 모두 공존한다. ‘맞춤형 집’을 짓고자 마음먹고 설계에 직접 뛰어든 김문규 씨는 설계도중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제한된 평면 안에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과 공간 또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머잖아 깨달은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버리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집. 평면과 외관 모두 초기 설계안과는 딴판으로 바뀌었지만 꼭 필요한 공간들은 빠짐없이 마련했다.
평면은 기본적으로 스킵 플로어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반 층 아래 지하실을 만들고, 또 반 층을 올려 주방을 만들었다. 사이 공간은 높은 천정고의 거실이 되었다. 180인치 스크린을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만든 공간이다.
“처음에는 200인치를 고집했는데, 아무리 구상해도 공간이 안나오는 거에요. 고민하고 있는데 옆집 형이 저더러 욕심부린다며 따끔한 조언을 하더라고요. 작은 면적에 하고 싶은 걸 꾸역꾸역 넣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설계로 흘러가고 있었던 거죠.”
▲ 집의 모든 가구를 직접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건축주의 목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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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74.73㎡(22.61평)
연면적 159.53㎡(48.26평)
최고높이 9.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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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크기를 고작 20인치 줄였을 뿐이지만, 이처럼 부딪혔던 모든 문제를 ‘기준’을 가지고 다시금 검토하니 해결되는 것들이 많았다. 다락을 포기하자 자연스레 넓은 층고의 2층 가족실이 탄생했고, 건물을 들어 올리는 필로티를 버리자 그토록 갖고 싶던 마당을 넓게 확보할 수 있었다. 건축면적은 그리 크지 않지만 모든 층을 합쳐보면 결혼 후 가정을 꾸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택지지구 듀플렉스 하우스의 고질적인 문제인 좁은 공간감도 탁 트인 평면으로 어느 정도 해결점을 찾았다.
1층과 주방을 지나 마지막 층으로 오르면 아직 꾸미지 않은 가족실과 작은 방 2개가 있다. 층간 분리는 확실히 하되, 한 층 내에서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인테리어의 구분을 없앴다. 건식 화장실과 히노끼를 덧댄 욕실도 만들었다. 모던함과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흰색 페인트로 칠한 실내 벽은 면적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건축주는 취미인 목공 DIY로 가구를 만들어 공간을 하나씩 채워갈 예정이다.
◀ 방은 크지 않게 만들어 꼭 필요한 가구만 넣었다. ▶ 건식으로 만든 화장실
▲ 편백으로 덧대 나무향 나는 욕실
▲ 계단을 올라와 만나는 가족실은 가정이 생겼을 때 거실과는 또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예비공간이다. 다락 공간 또한 나중에 확장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INTERIOR SOURCES
내벽마감 : 방화석고보드(KCC) 2겹 위 무지실크벽지, 도장 마감
바닥재 : 동화자연마루 강화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자기 & 도기질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수전
주방가구 : 주문제작
계단재 : 스프러스집성목
현관문 : 일진게이트 단열도어
방문 : LG하우시스, 우딘도어
데크재 : 데크용 방부목
아트월 : 자작나무
오렌지 로켓
오른쪽 집의 건축주 김종국 씨 부부. 두 사람 모두 어릴 적 단독주택에 살았던 풍요로운 기억 때문에 두 아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집짓기를 결심했다. 마당에서 미끄럼을 타고, 흙장난을 하는 다섯 살 진우의 오후는 바쁘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랑 놀자!”며 소매를 끌어 마당으로 이끈다. 이곳은 동네 아이들 모두 모이는 놀이터다. 늘 다음날이 기대되는 ‘마당 있는 집’에서의 삶이다.
▲ 칼로 잘라낸 듯한 사선 사용이 경쾌한 느낌을 주는 오른쪽 집 현관부. 벽면의 사선은 단열재를 잘라 붙인 것이다.
▲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펼쳐지는 거실과 주방공간 천장으로 보이드 공간이 보인다.
▲ 계단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두터운 안전바를 설치해 짜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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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딱딱한 직선과 사각형 박스가 아닌 각종 도형이 연상되는 공간에서 자라나길 바랐던 김종국 씨 부부는 건물의 외관부터 남다르게 구상했다. 우선 직사각형이라는 큰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대각선과 컬러, 박공지붕을 가미했다. 집의 정면은 주황색 포인트 컬러와 함께 유리온실, 사선의 사용으로 경쾌한 느낌이 난다. 리드미컬하게난 창 또한 즐겁다. 김종국 씨는 큰아들과 함께 집 이름을 ‘오렌지 로켓’으로 지었다.
왼쪽 집과는 언제든 길게 연결될 수 있으면서도, 각자의 프라이빗한 마당을 가진다. 집 앞으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모래 마당도 만들었고, 도로로 바로 나갈 수 있도록 대형 이동식 펜스도 설치했다.
스프러스 집성목과 자작나무 등을 이용한 내부 인테리어는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엄마와 아이가 오랜 시간을 보내는 거실과 주방이 크게 마련되어 있는데, 백미는 바로 하늘로 열린 공간이다. 이곳 상부에는 천창이 나 있어 실내 부족한 빛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또, 자칫 좁다고 느낄 수 있는 3개 층을 위아래로 연결해 가족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도 한다.
자그마한 계단과 복도를 중심으로 각 실이 나뭇가지처럼 뻗어있는데, 2층은 부부 공간과 큰아들 방이, 3층은 가족실과 다락, 그리고 서재가 있다. 2층 안방 전면에는 볕이 드는 따뜻한 온실 공간이 있는데, 특별히 단열을 위해 로이코팅과 아르곤가스가 충진되어 있는 독일식 3중 유리를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 3층 가족실은 TV도 보고 운동도 하는 부부만의 안락한 쉼터다. ▼ 성능 좋은 창호와 3중 유리를 이용해 만든 온실 공간은 아이들과 따뜻한 하루를 보내는 아지트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대지면적 : 261㎡(78.95평)
건폐율 : 52.76%
용적률 : 114.22 %
주차대수 : 총 2대 (가구당 1대씩)
구조재 : SPF 구조용 목재
공법 : 에코셀 공법
지붕재 : 컬러강판
단열재 : 벽체 - 왕겨숯, 셀룰로오스폼단열재, 비드법보호판(EPS), 지붕 - Energy Star Passive Insulation(Saint-Gobain Isover)
외벽마감 : 하디패널, 적삼목 사이딩, 스타코플렉스
창호재 : 독일식 시스템창호, 삼중 로이 아르곤 유리(지게니아시스템)
기밀자재 : 벽체- Smart Air-Guard(Dupont), 지붕 내측 - Vario KM Duplex UV(Saint-Gobain Isover), 지붕 외측 - MENTO3000(Proclima), 창호 - CONTEGA(Proclima)
계획설계 : 이장욱, 김부희
실시설계 : ㈜GIP 홍진성, 김민석, 전홍균
시공 : ㈜GIP 031-259-7520 www.ecocellhome.com
건축비 : 3.3㎡(1평) 당 평균 420만원(인테리어에 따라 비용차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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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62.97㎡(19.05평)
연면적 : 168.41㎡(50.94평)
최고높이 : 10.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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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을 중시한 두 건축주는 ㈜GIP의 에코셀 공법을 선택했다. 이는 벽체가 왕겨숯과 단열재로 채워져 미리 치수대로 공장에서 제작 후 현장 조립하는 패널라이징 방식이다. 또한, 각 벽체마다 가변형 투습 방습지를 사용해 기밀 시공했으며 지붕에도 패시브하우스용 고밀도 그라스울을 별도로 주문해 사용하는 등 부분별로 패시브하우스에 적용되는 단열과 기밀 공법을 적극 사용했다.
특히, 옆집과 붙어있는 맞벽에서 전달되는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 세대 간 벽체에 거리를 두어 시공했다. 이 때문에 맞붙은 벽체 구성에 비용이 두 배로 들었지만, 소음 차단에는 효과적이었다. 또, 벽 사이와 층간에는 그라스울을 충진해 차음과 단열을 노렸고, 슬라브 상부에는 층간차음재인 EVA발포고무패드(래오케미칼)를 적용하여 2중으로 층간소음을 해결했다.
한 필지에 두 채의 집을 지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음에도, 벽체를 타고 전해지는 옆집의 소음이나 마당을 함께 쓰는 문제, 그리고 찍어낸 듯 한 디자인으로 아파트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비판까지 받던 듀플렉스 하우스. 하지만 이 집은 디자인과 시공 양면에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리드미컬하게 배치된 창문이 재미있는 배면. 화이트에 오렌지로 포인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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