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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과 전통을 잇는 집, Living K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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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2-4 / 전원속의 내집

보이기 위한 집이 아니다. 그저 시간이 지날수록 집과 사람이 함께 자라는 공간이 필요했다. 전통과 자연, 그리고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이 어우러져 그 어떤 집보다 아름다운 강릉의 주택을 만났다. 


취재 김연정  사진 신경섭


Living Knot는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건축주가 은퇴 후 머물기 위해 지어진 집이다(이곳의 또 다른 이름인 ‘양한제(養閑)’는 한가로이 수양하는 곳이란 뜻으로, 건축주의 지인께서 지어주셨다고 한다). 사랑채와 안채가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밀접한 관계를 맺어 하나의 한옥으로 완성되듯, 생활과 낭만이 삶의 고리와 같이 잘 조화될 수 있는 집으로 계획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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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로 둘러싸인 입면과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입면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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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기 다른 크기의 창으로 외관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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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 중정을 갖는 두 ‘ㅁ’자 볼륨의 연결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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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면창을 통해 사계절의 풍광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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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패널은 주변 산세와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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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의 소나무숲을 배경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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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마당에 꾸민 텃밭은 부부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흔히 전원주택이라 하면, 목조로 된 국적 없는 주택이나 안팎이 사방으로 뚫려 겨울에 춥고 여름엔 더운 살기 불편한 집을 상상하기 쉽다. 특히 이런저런 이유로 건축가가 설계한 집은 불편하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죄스러운 생각까지 들었으니, 내가 설계한 첫 주택만큼은 아름다우면서 생활도 편리한 이율배반적인 이상이 모두 가능했으면 하고 바랐다. 낭만적이지만 지극히 실용적인 집, 면적은 넓지만 구획을 나눌 수 있어 관리도 쉬운 집, 남향집이지만 후면인 북쪽에서 봐도 앞모습처럼 멋진 집, 앞마당 못지않게 재미있게 생활하는 후정(後庭)이 있는 집을 설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연세 있으신 건축주께서 직접 모든 관리를 해야 하는 엄연한 현실 앞에,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생활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곳이 되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전원의 낭만을, 그리고 새로운 삶을 즐길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현실을 조화롭게 균형 잡기 위해 도입한 것이 각기 중정을 갖는 두 ‘ㅁ’ 자 볼륨이다. 이것들을 겹쳐 입체로 엮은 것이 바로 삶의 고리, Living Knot이다. 이는 마치 사랑채와 안채가 합쳐져 하나의 집이 된 것과 같은 형태다. 전자는 생활의 영역으로, 후자는 사교의 영역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각기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가지며, 필요시 미닫이문으로 구획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생활의 영역은 안방, 거실, 부엌 등 아파트처럼 집에 꼭 필요한 영역들이고, 사교의 영역은 갤러리, 차실, 온돌방 등 전원에서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삶들로 채우기로 했다. 각 볼륨은 외부 마감 재료나 창이 뚫린 방식이 다른데, 이를 외부에서 보면 목재로 둘러싸인 입면과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입면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두 영역은 창이 뚫린 방식 또한 다르다. 생활의 영역에는 작은 창들이 설치되어 단열효과를 높이고, 사교의 영역엔 전면창을 적용하여 건축주가 아름다운 경관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전원에서의 삶이 낭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삶의 효율을 충실히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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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건축주에게 집은 온전한 쉼의 공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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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시에는 두 영역을 구분해 선택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준공 후 일 년이 지나 확인해보니, 남향의 안방보다 사교의 공간인 북쪽 다실에 주로 기거하시는 등 건축주는 두 영역을 섞어 유기적으로 쓰고 계셨다. 아마도 그쪽은 아궁이가 있어서인 것 같다. 북향은 안 좋다는 막연한 선입견에 대해 여쭸더니 전원주택엔 어느 향이나 빛이 잘 들어 북향도 문제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뒷마당은 인위적인 조경으로 계획하지 않고 건축주가 편히 쓰시도록 했다. 오랫동안 준비하셨던 텃밭 농사 뿐 아니라 오골계도 키우시고 양봉도 하신 덕분에 지금은 풍성한 자연 활동들로 가득 찼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재료는 대부분 이 뒷마당에서 나온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재배한 재료로 부부는 같이 요리하고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은퇴 후 부부의 삶이 더 밀착되고 풍성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완공 후에도 건축주와 자주 통화를 나누며 안부도 챙기지만, 무엇보다 집에 대해 어떤 점이 좋고 불편한 지 가장 알고 싶다. 아무리 건축가가 신경 써서 계획한다 해도 부족한 부분은 항상 있기 마련일 텐데, 그래도 행복하게 지내시는 건축주 부부를 뵐 때마다 감사할 따름이다. 경험이 미천했던 젊은 건축가를 믿고 설계를 맡겨주신 사동진 선생님께 진심어린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글 _ 김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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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2층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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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창을 통해 늘 밝은 빛이 집안을 비춘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강릉시 

지역지구 : 자연녹지지역, 자연취락지구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2,507.65㎡(758.56평)
건축면적 :  161.01㎡(48.71평)
연면적 : 208.02㎡(62.93평)
건폐율 : 16.27%
용적률 : 21.02%
규모 :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 노출콘크리트, THK24 복층유리, 목재널붙임
조경 : 손주희
시공 : 세경하우징 박명호
설계 : 김호민, 유승우(poly.m.ur) 070-4215-3083 www.polymur.com


건축가 김호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대우건설을 거쳐 영국AA School에서 학업을 마쳤다. 이후 런던에서 FOA에서 경력을 쌓고 영국왕립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와 건축사무소 poly.m.ur를 운영하고 있으며 AA school, Cornell University, 서울대학교, 경기대학교, 건국대학교 등에 출강하기도 했다. ‘뉴욕, 런던, 서울의 도시재생 이야기’의 저자임과 동시에 기획자이며, 2011년 공공디자인 조성사업 평가위원과 공공디자인 엑스포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였다. 
주요작품 : 인천도시축전 주택공사홍보관, 기예능공방, 강릉주택, 동대문 제이더블유 메리어트 호텔, 중원출토유물보관센터 외 다수의 국제·국내 현상설계 입상 및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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