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평면의 바리에이션, 붉은 벽돌을 입은 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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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삶의 태도와 철학, 시선이 비슷해야 재미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여기, 집에 대한 철학을 오랜 시간 공유해온 부부가 있다. 언뜻 보면 여타 집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고민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찾아보며 감탄하는 재미가 있다.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 외부에서 실내가 보이지 않도록 도로에 등지고 앉은 외관. 높은 곳에 난 창과 곳곳의 환기구로 실내는 쾌적하다.
남동쪽 코너를 끼고 있어 두 개의 도로와 면하는 땅은 태양을 가리는 옆집이 없어 오전의 따스한 햇볕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높게 쌓인 강변 둔치 탓에 샛강이 내려다보이지 않지만 탁 트인 시야만은 보장받을 수 있는 입지다. “구조를 먼저 선택했어요. 콘크리트와 목조 사이에서 고민하다, 여러 집을 견학하며 사전조사를 하고 경량목구조로 결심하게 됐죠.”
건축주는 콘크리트가 머금는 특유의 냉기가 싫었다. 발품을 팔다보니 목조여서 가능한 장점들도 눈에 들어왔다. 잘만 충진한다면 벽체의 단열성능도 오래 보장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걸리적거리는 기둥 없이 실내를 넓게 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배수를 위해 경사를 준 박공 모양의 지붕도 ‘집’ 하면 생각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다. 기둥 없는 긴 스팬(Span)으로 넓어 보이는 내부는 동일 면적의 벽체가 두꺼운 콘크리트구조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렇지만 얼핏 보고 이 집이 목구조라는 것을 알아채는 이는 거의 없다. 바로 빨간 벽돌로 치장된 외벽 때문이다. 시골을 지나다 흔히 볼 수 있는 단층의 벽돌집은 벽돌을 쌓아 하중을 잡는 조적조주택인 반면, 이 집은 경량목구조에 외부 마감을 벽돌로 치장한 경우다. 벽돌과 목구조 사이에 ‘공기’라는 또 하나의 단열층이 더해졌고, 흔히들 춥다 말하는 복층 거실이지만 쌀쌀한 날씨에도 실내는 훈훈하다. 벽돌 외장 마감은 건축주 부부의 선택이었다. 입주한 지 올해로 2년째를 맞는 주택 살이 선배인 건축주는 지금껏 살아온 소감을 이렇게 밝힌다.
“올겨울, 비슷한 외관의 콘크리트 주택과 난방비를 비교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3배가량 차이가 나더군요. 물론 우리 집이 적게 나온 쪽이지요. 단순히 구조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역시 목조로 짓길 잘했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 거실과 식탁, 주방이 일렬로 배치되어 효율적인 동선을 자랑한다.
▲ 단정한 북유럽풍 가구와 소품들로 경쾌한 분위기가 감도는 안방.
▲ 지하는 서재이자 음악 연주실 그리고 홈시어터가 설치된 A/V룸이다.
▲ 거실 위쪽의 큰 창으로 오전 내 볕이 쏟아진다. 높이 달린 펜던트 조명의 붉은 컬러가 집에 젊은 감성을 더한다.
▲ 층간을 오르는 계단은 단순하면서도 심플하게 짰다.
▲ 건축주가 퇴근 후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욕실. 밤이면 욕조 너머 창문으로 별이 보인다.
트인 거실과 컴팩트한 내부 조합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니 이 집은 ‘편의’를 가장 우선에 두고 평면을 짰음을 알 수 있다. ‘무조건 넓게!’를 외치며 면적에 욕심 부린 주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1층 거실과 주방은 연속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그 폭과 차지하는 크기가 같다. 무의식적으로 주방을 거실의 하위 개념에 두는 여타의 평면구성과는 다르다. 공용공간의 배치는 세대 간 소통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그곳에 머무르며 건축주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니 가족 구성원의 ‘동등함’과 서로의 영역에 대한 ‘존중’이 절로 느껴졌다.
오디오를 틀자 음이 굴곡 없이 집 전체에 울려 퍼진다. 부부는 주상복합에서의 삶을 버리고 이곳으로 거취를 옮긴 이유로 음악감상을 제일 먼저 꼽았다. 아예 지하실을 음악실 겸 서재 그리고 홈시어터를 설치한 극장으로 만들었고, 이사 온 직후부터 취미를 제대로 계발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키보드를 치고, 남편은 드럼을 연주한다. 한 곡씩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에는 지인들을 불러모아 함께 와인파티를 열기도 한다. 서늘한 온도의 지하실 한쪽 구석은 따로 설비가 필요치 않은 자연 와인 저장고다.
정원도 주택생활을 만끽하는 데 큰 몫을 한다. 건물들 사이에 둘러싸여 답답할 수 있지만, 그만큼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점은 좋다. 주방 쪽으로 난 슬라이딩 창을 열어젖히면 내외부가 통으로 연결된다. 거실은 그야말로 ‘소통의 공간’이 된다.
구성원들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평면구성
1층의 공용공간과는 상반되게 2층은 개인 영역이 자리한다. 아들 방과 부부 방으로만 나뉘어 있으며 두 공간이 만나는 복도에는 천창을 내 부족한 빛을 보충했다. 부부 공간에는 침실과 드레스룸, 욕실이 ‘ㄷ’자 동선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목조주택의 느낌을 물씬 풍기도록 천장면의 경사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남동쪽을 향하는 창으로는 운중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축주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창밖으로 보이는 별을 바라본다. 그럴 때면 신선이 부럽잖다는 건축주의 말이 주택생활의 넉넉함을 드러낸다. 욕심내지 않은 크기, 그리고 평면구성으로 드러나는 서로 간의 배려가 돋보이는 집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대지면적 : 230.80㎡(69.82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 114.21㎡(34.55평)
연면적 : 263.81㎡(79.80평)
건폐율 : 49.48%
용적률 : 86.99%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9.28m
공법 : 지하 및 기초 - 철근콘크리트구조
지상 - 경량목구조
지붕재 : 리얼징크
단열재 : 인슐레이션
외벽마감재 : 고벽돌
창호재 알우드 : 3중유리
설계 및 시공 : 예주홈플랜 031-8017-0970 www.yejuhomeplan.com
INTERIOR SOURCES
내벽 마감 : 벤자민무어 수성페인트
바닥재 : 테카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타일 : 수입 스페인, 이태리산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수입 아메리칸 스탠다드, 국산 다다
주방 가구 : 칸스톤상판 도장마감
조명 : 국산 기성 및 주문
계단재 : 북미산 오크
현관문 : 수입 원목
방문 : 수입 홍송
아트월 : 적삼목 우드그릴
데크재 : 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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