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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집 짓는 세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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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7-02 / 전원속의 내집

홀로 두 달 만에 통나무집을 뚝딱 지은 국중모 씨,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통나무집을 짓고 있는 진상돈, 정우상 씨. 같은 통나무집이지만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게 담긴, 건축 초보 세 남자의 좌충우돌 집짓기 이야기가 펼쳐진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좁은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아담한 통나무집이 한 채 보인다. 이 집에 모인 세 남자 에게 집 짓는 이야기를 들으러 간 참이다. 굽어보는 산세가 절경인 마당의 정자에 둘러앉았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마치 신선놀음하는 기분이다. 

“저희 셋은 집 짓다 친해진 사이예요.”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자 중모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집을 지은 중모 씨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웃인 두 사람의 집짓기를 돕고, 상돈 씨와 우상 씨는 서로의 현장에 품앗이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다. 그렇게 통나무집을 짓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생면부지의 세 남자가 만나 친구가 됐다. 사실 세 남자는 건축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사람들인데 말이다.

세 사람 집은 모두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겉보기에는 세 채 모두 비슷한 통나무집인 것 같아도, 짓는 이를 닮아 그런지 자세히 보면 저마다 다르다. 집을 앉힌 자리만 봐도 그렇다. 꽤 깊은 산 중턱에 있는 중모 씨의 집과 달리, 우상 씨의 집은 큰 도로변에 외따로 떨어져 있다. 상돈 씨의 집은 뜻을 함께하는 20가구가 모인 집터에 자리 잡았다. 

각자의 색깔이 뚜렷한 세 사람의 집이 점점 더 궁금해질 즈음, 중모 씨가 내어온 차를 마시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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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벽체를 올리는 중인 우상 씨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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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세 남자  ▶ 중모 씨가 만든 그네 너머로 보이는 통나무집 

국중모 씨 _ “내 한 몸 누일 작은 통나무집이면 되지요” 
중모 씨는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통나무집을 지었다. 인천에서 타이어 대리점, 오디오 전문점, 카센터 등을 하던 그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2012년 3월, 이곳 평창에 땅부터 덜컥 계약했다.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는데, 오직 제 고집으로 주말주택 삼아 내려왔어요. 집안 어른들은 ‘네가 무슨 집을 짓느냐’며 걱정도 많이 하셨죠.”
그러나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의 그는 같은 해 5월 집짓기에 착수해 단 두 달 만에 집을 지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부터 밤 9시까지 쉬지 않고 작업했다. “나는 하루에 4시간 일하자는 주의인데, 형님과 일하다 보면 좀 쉬자고 할 수밖에 없더라”는 상돈 씨의 증언이 이어진다. 기초 콘크리트 타설, 전기설비 등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통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그라인더로 표면을 손질할 때는 아들, 딸이 틈틈이 와서 도왔다. 12자(약 3.6m) 길이의 통나무를 혼자 들어 올리기 어려워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 둘이서 벽체를 쌓고 지붕을 마무리했다. 그러기를 두 달, 12평의 아담한 통나무집 한 채가 뚝딱 만들어졌다. 그가 집 짓는 데 쓴 돈은 3천5백만원이다. 
“집이 작기도 작지만, 구조도 복잡할 게 없어서 더 쉽게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방 하나에 거실 겸 부엌, 다락이 전부거든요. 딱 필요한 공간만 있으니까 유지비도 적게 들고, 겨울엔 난방을 조금만 해도 금방 훈훈해져요.”
한데, 마당을 가꾸며 집 주변을 정리하고 3평짜리 찜질방을 완성하기까지는 1년도 더 걸렸다. 트럭도 없이 SUV 자가용만으로 작업하느라 벽돌 등의 자재를 조금씩 사다 나르고, 강가에서 대야 한가득 돌을 주워와 마당과 찜질방 외관을 장식했다. 힘은 들지만, 매일 아침 새소리를 듣고 평상에 앉아 음악을 즐기며 사는 삶이 이를 모두 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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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음악을 즐긴다는 중모 씨  ▶ 세 남자의 모임 현장. 중모 씨는 직접 만든 정자에 오디오와 스피커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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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돈 씨는 모든 나무를 직접 손으로 다듬는다.  ◀ 조금씩 형태를 갖춰 가는 상돈 씨의 통나무집  ▶ 온돌방 바닥에 황토벽돌을 깔았다. 벽돌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온수관을 배열할 계획이다. 


진상돈 씨 _ “저에겐 집짓기가 놀이예요” 
이제 막 통나무집의 지붕을 올린 상돈 씨. 그 역시 카센터를 운영한 경력이 있고,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는 서울에서 재활용 목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에 몸담았다. 그리고 약 1년 전, 20가구가 모여 산 땅에서 가장 먼저 집짓기를 시작했다. 
단출한 중모 씨의 집과 달리, 이 집은 25평의 널찍한 면적에 2층이나 다름없는 다락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내 손으로 하자 마음먹은 그는 기초공사를 위한 거푸집도 직접 짜고 철근도 손수 묶었다. 나무를 다듬어 벽체를 올리고 지붕을 얹는 것은 물론, 창틀 제작과 전기배선공사도 직접 했다. 마침 건설기계 면허가 있어 포클레인을 한 달 임대해 직접 운전하며 작업하기도 했다. 이로써 얻는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건축비 절감’이지만, 그의 더 깊은 속내는 따로 있었다. 
“제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절만 해도 동네 사람들이 모여 집을 지었지만, 지금은 기술자, 전문가가 맡아서 하죠. 그러다 보니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내로라하는 장인들도 처음엔 다 시행착오를 거치잖아요. 집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지으며 실수도 하고 이를 바로잡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죠.”
집을 지으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단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나무 벽체 안쪽에 투습방습지를 붙이고, 2×4 목재로 경량목구조처럼 다시 구조를 세워 단열재를 채워 넣었다. 2중 벽체인 셈이다. 온돌방으로 계획 중인 방 한 개는 구들과 온수관을 같이 깔았다. 바닥에 황토벽돌을 깔고 그 사이로 온수관을 배열해 두 가지 난방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레고 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 같아요. 아직 서울에 있는 아내가 주말마다 내려와서 도와주곤 하는데,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재미에 성취감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집의 하나부터 열까지 도맡아 하느라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단번에 ‘재밌다’고 대답한다. 딱히 작업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천천히 즐기며 집을 짓는다고. 아내의 갑작스러운 설계변경 요청에도 웃으며 응할 수 있는 건, 그에게 집짓기가 곧 ‘놀이’이기 때문이 아닐까.


정우상 씨 _ “내 마음대로 짓고 집을 누리며 살기” 
싱글남 우상 씨는 늘 나이가 들면 전원생활을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준비 차 통나무집 짓기, 구들 놓기 등의 교육도 다수 받았다. 그러다 귀촌 시기를 조금 앞당기게 된 것은 갑자기 찾아온 ‘병마’ 때문이었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그는 작년, 서울에서 강원도 횡성으로 내려왔다. 
형님들을 따라 지금 한창 통나무집의 벽체를 올리고 있는 그는 귀촌한 지 1년쯤 지난 올해 4월, 집짓기를 시작했다. 집 지을 자리 몇 군데를 가까이서 지켜본 뒤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땅은 큰 도로에서 멀지 않되 마을과는 떨어져 있고 마당의 활용도가 높은 대지였다. 지금은 현장 바로 옆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며 집을 짓고 있다. 
“우상 씨는 원래 흙부대 공법으로 집을 지으려고 했어요. 저희 집 현장에서 몇 달 일하다 보니 통나무집이 낫겠다 싶어서 마음을 바꾸게 된 거죠.”
상돈 씨의 말에 그는 ‘지으면서도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한 것’이 통나무집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물론 많은 이들이 그에게 통나무집이 단열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공법에나 단점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감수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덧붙인다.
대신 단열을 보완하기 위해 형님들보다 더 굵은 나무를 써서 벽체를 두껍게 만들었다. 또, 둥근 면을 평평하게 다듬어 통나무 사이의 틈을 최소화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나무가 마르면서 갈라지거나 틈이 벌어질 수 있지만, 나무로 지은 집에서 성실한 유지관리는 필수다. 난방 시스템으로는 러시아 난로 ‘페치카’와 원리가 비슷한 ‘벽난로 구들’을 들일 계획이다. 직접 만들어볼까도 생각했지만 구들은 공부하면 할수록 잘해낼 확신이 없어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제 나이가 오십인데, 내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계는 60살이라고 생각해요. 그때쯤이면 집도 어느 정도 자리 잡을 테니, 많이 움직이지 않고 살 생각입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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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나무를 다듬는 작업 중인 우상 씨  ▲▶ 그는 집을 짓기 전, 계획한 집의 형태를 모형으로 몇 개 만들어 두었다.

▼◀ 집을 지으며 숙식하고 있는 컨테이너  ▼▶ 현장에서 시공에 관한 얘기가 한창인 중모 씨와 우상 씨   

함께 집짓기 현장을 둘러보던 중모 씨가 “제일 먼저 집을 짓는 바람에 좋은 정보는 동생들만 얻게 됐다”며 투정 어린 농담을 한다. 같이 허허 웃던 두 남자는 이내 작업에 필요한 집짓기 자재나 시공법에 관한 이야기에 몰두한다.  
우연히 중모 씨의 집을 찾은 한 건축가가 “선생님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지은 것이 참 좋다”고 했다던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직접 짓는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시공자들과 승강이 벌일 일도 없고, 정해진 기한이 없어 마음대로 쉬다 오거나 볼일을 볼 수도 있으니 ‘집 짓다 10년 먼저 늙는다’는 말이 무색하기만 하다. 흐르는 바람을 따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짓는 세 남자의 통나무집에서 꼭 그들만의 향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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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자락에 폭 안겨 있는 중모 씨의 통나무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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