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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에세이 / 상상을 통해 마주하는 집에 대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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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9-01 /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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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구성 편집부 

 

칼럼을 맡아 그 처음을 ‘어떤 글로 시작해야 좋을까?’라는 고민을 잠시 해봤다. 그리고 내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가 ‘imagine’이었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 대부분은 아마도 지금 건축주이거나, 앞으로 주택을 짓고 사는 것을 꿈꾸는 예비 건축주들일 것이다. 그래서 그대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IMAGINE”
상상해 보세요. 

그대들의 꿈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림 같은 예쁜 집’이나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마당’을  갖고 싶어서,

도심의 탁한 공기나 교통 체증, 층간 소음, 일상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많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한 절실한 선택일  수도 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실 이런 이유들은 행복한 집짓기나

그 집에서 누리게 될 삶의 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로 집을 지은 건축주들은 입주한 그 날부터

고민하거나 후회하기 시작한다. 

이게 아니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다른데 어떻게 하지?’

이렇게 되어 버리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집’이라는 것은 그것을 

소유했다고 해서 원했던 무언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마법의

상자’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집은 사는 이의 삶을 담는 ‘그릇’일 뿐, 집을 짓고 사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정중히 권하고 싶다.

“IMAGINE”
상상해 보세요. 

어떤 곳에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아이들 혹은 가족, 친구나 이웃들과 함께 어떤 삶의 풍경을 그려나가고 싶은가?
어떻게 살아야 나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그대들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삶의 모습, 즐거운 일상의 윤곽이 잡혔을 때,

비로소 행복한 집짓기가 가능하고 주택에서의 행복한 삶의 문이 열린다.
그렇게 그려진 삶의 모습을 잣대로 세상을 다시 본다면, 
거기에는 지금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진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마냥 예쁘고 멋있게만 보였던 집들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속 집들의 디자인이나 공법이 우리나라

기후나 여건에 잘 맞는지, 나와 가족의 생활 패턴에 적합한지  생각하게 된다.

멋은 없지만 쓰임새가 좋은 디자인인지, 아니면 멋있게 보이기 위해

쓰임새를 포기한 디자인인지 구별하는 눈이 생긴다.

이것이 첫 번째 진실이다. 

아마도 그대들은 새집에 있으면 좋을 것들에 대해 많은 
유혹들과 싸웠을 것이다. 실상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과 ‘꼭 필요한 것’을 가늠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대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상황은 달라진다. 
새로운 잣대는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자연스럽게 결정한다. 
그대들에게 꼭 필요한 우선순위를 알게 되면 그동안의 깊은 
고민은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야기하는 두 번째 진실이다.

하나 더, 집짓기를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하게 될 설계자

(나는 건축가라는 단어보다 설계자라는 단어를 좋아한다)와 

시공회사에 대해서도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대가 만나는 설계자들이 본인의 포트폴리오에만 관심이 있고

그대가 상상하는 삶의 모습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가 내놓는 결과는 뻔하다.
작품인양 멋부리기만 하지 삶의  그릇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설계자의 역할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다. 그대들이 상상한 
내용을 공유하고 그대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모습을 실제로
그려주는 사람, 그것이 설계자가 할 일이다.
아울러 믿을 만한 정보가 없거나 부족해서 항상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는 시공자 선택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이다.
그대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 생각이 있는 회사인지
생각해 본다면 답은 나오게 되어 있다.
이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다고 열심히 설명하는 그대에게 
“그런 이야기는 저희한테 하실 필요는 없고요,

어떻게 지을 건지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대답한다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인지 그대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던 정말 원하는 삶의 모습과 
방향을 찾고, 그것을 유일한 잣대로 삼아, 선택과 판단을 반복해
윤곽을 잡아가는 일이다. 
이때 그대가 상상하는 삶의 모습에 공감하고 그 느낌을 공유할
줄 아는 설계자와 시공자를 만나야 비로소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부터 그대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아무리 
열심히 봐도 보이지 않던 진실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대에게 권하는 것이다. 
“IMAGINE”
즐거운 상상을 시작할 때가 왔다고.    

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채,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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