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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주택, 하늘이 비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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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어쩌다 집을 짓게 되었다. 은퇴 후 둘이서 밭을 일굴 땅을 찾으러 다니다가, 경치 좋고 볕 좋은 이곳에 반해 그대로 눌러앉고 말았다. 예고 없이 찾아와 선물처럼 안긴 새로운 일상. 길게 뻗은 천창 너머 하늘이 보이는 이 단순한 집은 부부의 삶을 충실히 담는다.


 


단순한 네모 상자 안
푸른 하늘을 담아내는
반전 있는 집

 

깨끗한 하얀색에 네모반듯한 단층집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길에서는 창도 하나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 사뭇 차갑다 느낄 때쯤, 집 앞에 놓인 청록색 벤치가 잠시 쉬었다 가라며 정답게 반긴다. 퇴임 후 이제 막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려던 부부는 우연히 이 땅을 만났고, 자연과 더 가까이 살고자 집을 지었다. 이웃집과 거리가 꽤 가까운 동네라 주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했고, 땅이 가진 멋진 전망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집은 인접도로와 거리를 두기 위해 남향 창이 하나도 없는 집이 되었고, 대신 천창을 매우 길게 내어 실내 채광을 확보했다.

싱가포르에서 6년을 살았고 해외 출장도 잦았다는 부부의 집 곳곳에는 이국적인 물건이 가득하다. 개성 있는 패턴과 색감의 찻잔과 장식품, 손때 묻은 나무 가구들이 따뜻한 공간을 이룬다. 개울과 산 풍경이 펼쳐진 서쪽으로는 전면 창을 내고 작은 마당을 두어 전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또한 방의 개수와 면적을 최소화하고, 개방적인 거실과 주방, 욕실 공간에 면적을 투자해 주로 생활하는 공간 만큼은 여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점차 기울어지며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머리 위로 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집. 자연의 변화에 따라 물드는, 작지만 풍부한 집이다.

 

주택 현관이 있는 동쪽 입면. 집 앞에 둔 벤치는 부부가 손수 리폼한 것으로, 별보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장소이자 이웃을 위한 작은 쉼터다.

 

도로와 맞닿은 면에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남향임에도 창문을 과감하게 없앴다.

 

입면도

 

풍광 좋은 거실은 부부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 길게 낸 천창을 중심으로 곡면을 이루는 목재 마감 천장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면 조카가 그려준 그림이 산뜻하게 반겨준다.

 

서쪽으로 널찍하게 놓인 주방과 거실은 하나로 길게 이어져 시원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부부는 함께 배운 스포츠댄스를 가볍게 즐기기도 한다고.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여주시
대지면적 ≫ 419m2(126.75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60.31m2(48.49평)  |  연면적 ≫ 147.05m2(44.48평)
건폐율 ≫ 38.11%  |  용적률 ≫ 34.94%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4.2m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단열재 ≫ 바닥 - T130 압출법보온판 특호 / 벽체 - T140 비드법보온판 2종1호(가등급) / 지붕 - T220 비드법보온판 2종3호(가등급)
외부마감재 ≫ 스터코
내부마감재 ≫ 벽 - 삼화페인트 친환경 도장, 요코합판 위 투명스테인 / 바닥 - 스타마루(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을지로 한양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 협정가구  |  조명 ≫ 룩스몰(LUXMALL)
현관문 ≫ 단열방화도어 위 우레탄도장
방문 ≫ 영림도어
창호재 ≫ 공간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열회수환기장치 ≫ 에코버  |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조경 ≫ 건축주 직영  |  시공 ≫ JD 건축
설계·감리 ≫ JYA-RCHITECTS 원유민, 조장희, 성지은 02-391-9910 http://jyarchitects.com

 

주방에는 아내가 그동안 모아온 컬러풀한 그릇과 찻잔이 가득하다.

 

꼭 필요한 것만 둔 안방. 한쪽에 가벽을 세워 작은 드레스룸을 마련했다.

 

평면도

 

욕실 문 안팎의 모습. 아내의 특별 요청에 따라 욕실은 면적을 최대한 넓게 확보하고 수납공간을 넉넉하게 두었다. 욕실 앞 공간에는 오픈 세면대를 두고 세탁실과 수납 선반을 구성했다.

단순하고 경제적이며
관리가 쉬운 집

집을 짓고자 건축가를 찾은 부부가 내건 조건은 명쾌했다. 단순하면서 경제적이고 유지관리가 쉬우며 생활이 편리한 집. 이 모든 걸 집약한, 가장 효율적인 형태가 바로 네모난 단층집이었다. 이제 부부는 풍경을 곁에 둔 넓은 거실과 주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드레스룸을 겸한 침실은 콤팩트하게 꾸려 잠만 잔다. 욕실 앞 공간은 파우더룸, 세탁실을 겸한 멀티 공간이다. 난방, 에어컨, 환기 시스템, 스마트홈까지 모든 컨트롤러는 편의를 위해 거실 벽 한쪽에 모아두었다. 이렇듯, 집을 그리는 과정은 단순히 공간과 형태만을 단순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집을 짓고 난 후, 부부의 생활 또한 간결하게 정리된 것처럼.

 

욕실 앞 공간에도 천창을 내어, 낮에도 조명을 켠 듯 늘 환하다.

 

깊은 차고에도 천창을 내어 채광을 확보하고 작은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전기차 충전기도 미리 계획하여 사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설치했다.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테라스. 거실, 주방에서 바로 드나들 수 있는 이곳에선 저 멀리 계절 담긴 산 풍경이 펼쳐진다. 부부가 애용하는 브런치 공간으로,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이제는 가벼워질 시간

부부가 전에 살던 집은 수직으로 공간을 쌓은 땅콩집 형태였던 터라 계단이 많았다. 이 때문에 단층집에 살리라 마음먹었다지만, 사실 그 마음 아주 깊은 곳에는 아주 단순한 집과 삶의 본질에 대한 갈망이 있었으리라. 인생의 새로운 막을 펼치며, 부부는 삶을 조금씩 덜어내고 가벼워질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친구들을 만나거나 할 때는 복잡하고 화려한 도시의 생활을 즐기지만, 이곳에서 누리는 자연의 고요함과 한적함이 오히려 더 풍요롭게 다가온다. 매일 양평을 오가며 600평 텃밭을 일구는 고된 노동에도 부부는 그저 즐겁다. 경기도보다는 강원도에 더 가깝다는 시골 마을, 두 사람은 하늘을 품고 여유롭게 살아간다. 


취재_ 조고은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67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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