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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미학 '문도방 갤러리 &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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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단순하지만 분명히 드러나는 존재감. 직접 빚은 그릇과 무척 닮아 있는 도예가의 집을 만났다.

 

오래전 한 도예가와 그의 동지들을 위한 공간을 설계한 적이 있다. 그가 “도예가가 위로 열린 그릇을 만든다면, 건축가는 옆으로 열린 그릇을 만든다”라고 말해 공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 듯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본질을 꿰뚫는 말처럼 여겨지기도 하여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예술인들을 위한 거주공간과 작업장, 갤러리 등이 있는 작은 마을을 설계하는 일이었다. 공공 공간과 사적 공간의 분리가 필요한 이 마을을 위해, ‘밭 전(田)’자 형태의 주거 유형을 제안했다. 4개의 정방형 모듈 중 세 곳을 채워 집을 만들고, 한 곳을 비워내 중정을 두었다. 이를 두고 나는 ‘건축에도 위로 열린 그릇이 있는데, 바로 중정이다’라고 했더니 이번엔 그가 크게 웃었다.

 

해가 진 후 주택의 전경. 집을 밝히는 조명이 입체적인 입면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형태의 매스가 어우러져 건물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만큼 동선에도 신경을 썼다.

 

SECTION 1 공방 2 창고 3 중정 4 탈의실 5 화장실 6 주차장 7 갤러리 8 사무실 9 진입마당 10 수공간 11 잔디마당 12 현관 13 거실 14 다이닝룸 15 주방 16 다용도실 17 아이방 18 욕실 19 안방 20 다락

 

갤러리로 연결되는 진입 마당에서 본 수공간과 징검다리

‘문도방 갤러리 & 주택’의 부지는 행정구역상 신도시 분당에 속하지만, 계획도시 범위 밖에 위치한다. 주변은 단독주택과 카페, 갤러리 등이 적당히 섞여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도심 외곽의 무분별한 개발지역과는 달리 좋은 마을의 조건이랄 수 있는, 수준 있는 건축들이 만드는 정온한 분위기와 상업적인 활력이 혼재되어 있다. 다만 개성이 우선되는 상황에서 오래된 지역과는 달리 지역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은 어렵고, 성과는 미약하다는 점은 안타까웠다. 우리는 도예공간으로서의 아이덴티티와 함께 중성적인 재료와 색, 형태, 그리고 인접한 건축들과의 사이에 놓여있는 공간의 해석을 통해 주변과 조화되도록 했다.

 

수공간 위로 드리운 나무 그림자가 운치를 더한다.

 

큰 수목을 식재해 자연을 담아낸 중정

비교적 여유로운 외부 공간과 전시장을 포함하는 단순한 형태의 건축을 중심으로, 가로와 전시공간, 거주공간에 이르는 과정을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가로로부터 시작되는 과정적 공간의 첫 단계는 진입공간 및 방문자들을 위한 주차공간이다. 두 번째 단계는 문도방에 들어서는 관문으로, 분명한 경계로 구획되기보다는 열려있는 영역으로 구현된다. 높지 않은 담으로 나뉜 얕은 수공간을 두고, 방문자들은 물 위를 징검다리를 통해 건너간다. 전통적으로 수공간을 건너는 일은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섬을 의미한다. 

 

선큰 중정으로 향한 전면창 덕분에 공방은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환하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  대지면적 ▶ 643㎡(194.50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  거주인원 ▶ 4명(부부 + 자녀 2)       
건축면적 ▶ 128.57㎡(38.89평)  |  연면적 ▶ 386.60㎡(116.94평)           
건폐율 ▶ 19.99%  |  용적률 ▶ 39.07%    
주차대수 ▶ 6대  |  최고높이 ▶ 10.71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벽 – 철근콘크리트(지하, 1층), 2×6 구조목(2층, 다락) / 지붕 – 2×10 구조목      
단열재 ▶ 외벽 – 압출법단열재 135mm / 지붕 – R40 인슐레이션 + R7 그라스울        
외부마감재 ▶ 벽 – 두라스택 벽돌(S시리즈) / 지붕 – 징크(VM ZINC)       
담장재 ▶ 담장 – 두라스택 벽돌(S시리즈) / 상부 두겁 – 금속        
창호재 ▶ 필로브 창호 39mm 양면로이 유리(에너지등급 2등급)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지붕 부분)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석 ▶ 디딤석 – 화강석 잔다듬  |  조경 ▶ 건축주 직영      
전기·기계 ▶ 새봄전기  |  설비 ▶ 밸콘이엔지      
토목 ▶ 오복토목  |  구조설계(내진) ▶ ㈜모산이엔씨      
시공 ▶ ㈜시스홈종합건설  |  프로젝트 담당 ▶ 조예린      
설계 ▶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갤러리 입구 모습

 

적재적소에 둔 창으로 공간이 한층 더 풍성해졌다.

 

주인공인 도자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단정하게 마감한 갤러리.

근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생산과 소비의 장이 분화하여 가정과 직장, 즉 제1의 공간과 제2의 공간이 분리됐는데, 동시에 그사이에 카페 등과 같은 제3의 공간이 생겨났다. 그것은 도시 내에서 여가의 공간이며, 자유의 공간이다. 제3의 공간은 가장 도시적인 공간으로 간주된다. 문도방 갤러리 & 주택은 이러한 분류를 따르지 않는다. 주거와 상업, 공방을 통한 교류가 층을 달리할 뿐 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현대사회에서 상품이 만들어지는 일과 상품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단계는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분리되어 있다. 경제성과 효율을 우선한 분업화의 원리이다. 그러나 문도방은 이 과정들을 모두 통합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그릇은 쿠킹클래스 등의 과정을 통해 상차림이 재현되고, 그릇으로서의 유용성이 검증된다. 이 부분이 문도방 창조성의 바탕이 된다고 여겨진다.

 

주택 현관. 계단을 오르면 주생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쪽 풍경. 높은 천장고로 생긴 다락에 작은 창을 내어 아래층과의 소통을 끌어냈다.

도예, 즉 그릇 만드는 일은 건축과 닮아있다. 고유한 형태가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겨짐의 본질(비어있음의 이유)을 넘지 않는다. 면으로 이루어진 그릇의 경계는 안으로 비움의 형태를, 밖으로는 그릇의 형상을 만든다. 문도방의 그릇은 가장 기본적인 색이라고 할 수 있는 흰색을 주종으로, 형태요소를 최소화해 절제의 미학을 이룬다. 단순하지만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음식이 담기는 순간을 위한 여백을 분명하게 남겨둔다. 이러한 문도방의 그릇에 대한 인상은 좋은 건축의 그것과 같았다.

 

박공 지붕선이 고스란히 드러난 실내. 길게 뻗은 구조목은 그 자체로 인테리어의 한 요소가 되어준다.

 

흰 벽과 원목 바닥재를 바탕으로 필요 요소만으로 채운 안방

 

PLAN

 

안방 안쪽에 놓인 욕실. 건물 형태대로 자연스럽게 욕실 가구를 배치했다. 욕조 위 천장은 채광은 물론, 하늘을 보며 피로를 풀 수 있어 만족스럽다.

 

수납공간까지 고려해 아이들의 놀이 공간뿐 아니라 여러 용도로 활용도가 높다.

 

아이방을 통해 연결되는 다락 역시 천창으로 풍부한 빛을 들인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던에드워드 친환경 페인트      
욕실 타일 ▶ 윤현상재 수입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붙박이장 ▶ 디자인씨앤디     
조명 ▶ 바오조명  |  계단재·난간 ▶ 오크집성(광폭) + 금속       
현관문 ▶ 메탈게이트 목재(이페) 마감 도어      
중문 ▶ 무늬목 도어(오크)      
방문 ▶ 백색 도어(우레탄 도장)      
데크재 ▶ 애니우드 19×90 방킬라이

 

갤러리 창 앞에선 건축주. 직접 빚어 만든 그의 작품처럼 단순하지만 절제미가 느껴지는 집이 완성되었다.

이곳은 지하층과 1층은 철근콘크리트구조, 주거공간인 2층과 다락은 박공 형태의 목구조로 구현된 하이브리드 건축이다. 이러한 결정은 각각의 구법이 갖는 성능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설들이 갖는 기본적인 메타포에 순응하고자 하는 의뢰자와 건축가 사이의 암묵과도 같은 것이다. 회색 톤 벽돌의 결정은 의뢰자에게 맡겨졌다. 그가 백색 그릇을 선호하듯 담겨질 내용을 의식해 흰색과 회색 벽돌 사이에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회색을 선택한 것은 재료 스스로의 완결성을 우선한 결과이고, 그 결정 기준은 우리의 방식과 같았다.
우리는 시멘트벽돌이 이루는 다양한 변주보다 기본적인 순수함에 집중하고자 했고, 두 개의 시설을 조합하는 과정에서 선택된 사선 벽면에 기존 쌓기에 직교하는 이형쌓기를 통해 다른 성격의 표면을 만들었다. 이처럼 다름은 이질적인 것의 공존이 아닌 같은 질서의 변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글 : 조남호 >


건축가 조남호 _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대표이며, 서울시 건축정책위원과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그리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출강하였다. 대표작으로 교원그룹게스트하우스(2000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서울시립대강촌수련원(2011 건축가협회 올해의 BEST7), 방배동집(2013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 등이 있다.  02-562-7576│www.soltos.kr

취재_ 김연정  |  사진_ 윤준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6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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