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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동네, 새로운 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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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과거에 시간이 멈춘 듯한 이면도로 안 거리. 마을의 공기를 새롭게 할 상가주택이 들어섰다.
ⓒ박영채

반듯하고 큰 도로를 살짝 빗겨난 좁은 이면도로. 시간이 멈춘듯한 구불구불한 동네 길을 스쳐 지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노출콘크리트와 시멘트벽돌이 층을 교차하며 만든 세련된 건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상가주택 ‘gLayer’다.

①주차장  ②근린생활시설  ③계단실  ④거실  ⑤주방/식당  ⑥침실  ⑦욕실  ⑧툇마루  ⑨테라스  ⑩현관  ⑪보조주방  ⑫엘리베이터  ⑬기계실 

건축주 우상완 씨는 “80~90년대에 멈춰있는 봉선동 마을 풍경은 정겨웠지만, 다소 침체되어 있었다”며 집이 지어지기 전 동네 모습을 설명했다. 상가주택을 목표로 했기에 수익성을 무시할 순 없었지만, 일단은 동네 사람으로서 거리에 활기를 주고 싶었다는 그. 이를 위해 지인의 소개로 받아든 ‘필동2가 아키텍츠’ 조경빈 소장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gLayer’의 층을 하나하나 쌓아가기 시작했다.

큰 길가에서 좀 빗겨난 동네 가운데 자리한 주택. 군데군데 치즈처럼 비워낸 공간과 테라스가 외관에 독특한 재미를 준다. (좌) 노출콘크리트와 함께 외관을 구성하는 시멘트 벽돌은, 이 프로젝트에 맞는 최적의 색감을 찾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강원도 철원 공장에서 수급해왔다. ⓒ박영채 / (우) 다이그램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6층의 규모로 지어졌다. 1층에서 4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로, 5층과 6층은 주거공간으로 조성되었고, 1층은 작은 규모의 갤러리 공간과 주차장으로 구성했다. 2~4층의 근린생활시설은 덩어리 자체는 같되, 한 평면을 만들고 층마다 반복하는, 이른바 ‘기준층’의 개념은 지양하고자 했다.

조 소장은 “이곳을 활용하려는 임대인에게도 층마다 다양한 선택지와 재밌는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며 “테라스와 같은 외부공간의 적극적인 재배치로도 충분히 다른 평면과 경험을 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택의 주출입구. 경사로 등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해 누구나 접근이 쉽도록 했다.조명과 근린생활시설 배치로 ‘자연적 감시’를 통한 안전한 거리 분위기 조성도 염두에 둔 1층 외부. ‘1층 같은 2층’을 위해 외부에서 2층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계단을 별도로 두었다. ⓒ박영채 

이런 의도로 2층은 외부 도로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계단을 추가로 적용해 ‘1층 같은 2층’으로 차별화했고, 3층은 테라스의 위치를 틀면서 메인계단으로부터의 출입구를 두 개 두어 변주를 줬다. 정북일조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4층의 외부공간은 테라스 정원 같은 느낌으로 적극 활용했다.

공용공간이라는 이유로 종종 홀대받곤 하는 계단실을 주택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이 프로젝트에서는 보다 넓은 면적, 질감을 충분히 살린 구로철판 난간 등의 요소를 더해주었다.

2층 근린생활시설 외부공간은 ‘서비스 면적’을 고려하지 않고 역할에 맞게끔 과감하게 면적을 부여했다. 4층 근린생활시설의 실내 모습. 구로철판의 물결무늬와 콘크리트 일부 벽면을 거칠게 깎아낸 부분이 재료의 물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현관 바로 앞에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안에는 신발을 신고 벗을 때 앉을 벤치가 놓였다. 계단쪽 현관은 평소엔 문을 닫아 계절용품을 보관한다. 

5층과 6층은 두 세대로 구성된 주거공간으로 건축주는 한 층만 쓴다. 공용과 분리된 주거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시선이 벽에 한 번 굴절된다. 거실과 주방, 식당을 바로 노출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이 벽은 주택 안에서 복도를 구성해 현관을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자녀들 방으로, 오른쪽으로는 안방으로 이어지며, 그 중간에는 욕실을 뒀다. 주방과 식당, 거실, 그리고 평상은 하나의 열린 공간으로 구성됐다.

그중 평상에는 수납공간과 함께 아내의 강력한 요구로 급·배수 시설이 완비된 족욕탕을 두었다. 거실 바깥 테라스에는 작은 텃밭을 마련했다. 테라스 텃밭에선 소소하게 반찬거리를 키우고 꽃을 가꾸면서 부족한 녹색을 누린다.

계단실 구로철판은 무늬 수직방향으로 재단해 붙여 시공했다. 로스율은 높아졌지만, 특유의 무늬를 선명하게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평상은 족욕 공간으로도, 수납 공간으로도, 때론 걸터앉아 차를 마시는 다실로도 자주 애용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 164-5
대지면적 ▶ 620㎡(187.87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6층
거주인원 ▶ 4인(부부 + 자녀 2)  |  건물용도 ▶ 단독주택 + 근린생활시설
건축면적 ▶ 357.65㎡(108.37평)  |  연면적 ▶ 1,483.68㎡(449.6평)
건폐율 ▶ 57.69%  |  용적률 ▶ 219.65%
주차대수 ▶ 17대  |  최고높이 ▶ 26.93m
구조 ▶ 기초 - 파일 및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조
단열재 ▶ THK100 단열재(준불연재)  |  외부마감재 ▶ 송판노출콘크리트, 치장벽돌(시멘트벽돌), 구로철판 위 발수제 마감
담장재 ▶ 4인치 시멘트블록 통줄눈 쌓기  |  창호재 ▶ 필로브 3중유리 창호
열회수환기장치 ▶ 힘펠 열교환기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온수기
조경석 ▶ THK30 600×600 고흥석 버너구이 마감
전기·기계·설비 ▶ ㈜하늘천
구조설계 ▶ 은구조  |  시공 ▶ 우리마을에이엔씨
설계 ▶ 필동2가 아키텍츠 조경빈 02-572-8732 www.pd2ga.com

복도 천장에는 곡선의 긴 간접조명으로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공간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족욕할 수 있는 자리에서는 바로 옆 창으로 테라스와 바깥을 조망할 수 있다. 

주택에서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는 안방 욕실. 화장실과 샤워실, 파우더룸을 분리해 위생성과 사용 효율을 높였다. 생활적 편의 외에도 단열을 비롯해 열회수환기장치 등을 적용해줬다. 또한, 향후 임대세대로 쓸 나머지 한 세대는 구조와 자재 스펙을 최대한 비슷하게 해 어느 층을 쓰던 건축주도 임대세대도 후회 없도록 신경 썼다.

PLAN ①주차장 ②근린생활시설 ③계단실 ④거실 ⑤주방/식당 ⑥침실 ⑦욕실 ⑧툇마루 ⑨테라스 ⑩현관 ⑪보조주방 ⑫엘리베이터 ⑬기계실 주방 겸 식당 공간 바로 옆으로는 미니 텃밭이 마련된 테라스로 향하는 출입문이 놓여 키친가든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였다.안방은 취침에 필요한 공간 정도만을 두고 대신 욕실을 기능별로 분리해 크게 두었다. ⓒ박영채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노출콘크리트, 구로철판 마감, 벤자민무어(에그쉘)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그로헤
주방 가구·붙박이장 ▶ GAIN 허희영  |  계단재·난간 ▶ 콘크리트 폴리싱 + THK9 구로철판 난간
현관문 ▶ FSD 도어 위 구로철판 마감  |  방문 ▶ THK36 자작합판 도어
데크재 ▶ THK30 600×600 고흥석 버너구이 마감

테라스에는 앉을 자리와 수전을 둬 바비큐 등 외부 활동에 편리함을 더했다.툇마루 옆에도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슬라이딩 도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박영채

건축 과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현장을 답사했다는 상완 씨는 예비 건축주를 위한 조언 요청에 “요즘 대중들의 건축에 대한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음을 깨달았다”며 “설계에 신경 쓴 사례가 이후 수익성도, 주거 만족도도 더 높았다”고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주택 생활의 시작과 함께 근린생활시설에의 활용도 전개를 앞둔 시점. ‘근린생활시설’의 근린이 ‘가까운 이웃(近隣)’이라는 뜻처럼, 이웃한 마을을 밝히고 활기차게 만들기를, 사람들이 재밌게 공간에서 어울리기를 바라본다.


 

취재 _신기영  |  사진_ 변종석, 박영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5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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