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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위한 소박한 집, 인생 후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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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근사한 이층집에 살던 노부부는 1년 전 집을 팔고, 바로 옆 땅에 단층집을 지었다. 담백한 집은 소탈한 부부의 삶과 함께 깊이 무르익어간다.

 

 

 

 

동네 길목에서 바라본 주택의 모습. 온화한 색감의 벽돌, 기와지붕으로 마감한 단층집이다.

 

 

70대 후반에 접어든 건축주 부부가 가장 처음 지었던 집은 세련된 3층 집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각종 편의 문제 때문에 아파트로 이사했지만, 주택살이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언젠가 꼭 다시 집을 지으리란 마음으로 틈틈이 땅을 보러 다녔고, 산을 병풍처럼 두른 마을 풍경에 반해 대지를 계약했다. 그러고도 세월이 한참 흘러 은퇴하고 나서야 두 번째 집을 지었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모던한 디자인의 이층집이었다. 그리고 다시 10여 년 지나, 부부는 인생의 후반부를 함께할 또 한 채의 집을 짓는다.

 

SECTION

 

 

 

나이가 들어서도 편안하게 생활하기 위해 드레스룸을 함께 구성한 건식 욕실. 화장실 반대편에는 들고나기 쉬운 다운 욕조를 두었다.

 

 

 

일자로 단출하게 동선을 구성한 주방. 벽 수납장을 알차게 제작해 편의성을 더하고, 거실로 열린 배치로 면적 대비 갑갑함이 없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대지면적 ▶ 620㎡(187.55평)|건축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21.30㎡(36.69평)|연면적 ▶ 121.30㎡(36.69평)
건폐율 ▶ 19.56%|용적률 ▶ 19.56%
주차대수 ▶ 1대|최고높이 ▶ 6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중목구조(태원목재 프리컷 세담중목 120×120mm)
단열재 ▶ 에코필|외부마감재 ▶ 벽 – 점토벽돌 / 지붕 – 테릴 스페니쉬 기와
내부마감재 ▶ 벽 - DID벽지 실크벽지 / 바닥 – 이건강마루
창호재 ▶ E-PLUS 알루미늄 시스템창호|에너지원 ▶ 도시가스
욕실 및 주방타일 ▶ 바스미디어 수입타일
수전 및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가구 ▶ 용진퍼니처|조명 ▶ 현조명
현관문 ▶ E-PLUS 시스템도어
데크재 ▶ 방킬라이
계획설계 ▶ ㈜세담주택건설
실시설계 ▶ 홈플랜 건축사사무소
시공 ▶ ㈜세담주택건설 031-679-0660 www.sedam.co.kr

 

 

가장 내밀한 곳에 자리한 안방. 휴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침대를 비롯해 꼭 필요한 가구만 두고, 남쪽 마당을 향해 창을 내어 채광을 확보했다.

 

 

 

중목구조 특유의 시원한 공간감을 자랑하는 거실은 부부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으로 집의 중심에 두었다. 해가 잘 드는 데크, 마당과 바로 이어진다.

 

 

PLAN

 

 

1F - 121.30㎡

 

 

부부는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본인들이 원하는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 살던 집을 팔고 정원으로 꾸렸던 옆 대지에 집을 다시 짓기로 한 두 사람은 몇 가지 조건을 정리했다. 첫째, 30평대 단층집일 것. 너무 큰 규모는 오히려 짐만 되었다. 둘째, 나무로 지은 집일 것. 콘크리트 주택에 살아보니 구조체가 마르면서 나오는 습기가 생활하는 데 꽤 불편했다. 셋째,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건 물론 하자가 없고 관리가 편한 집일 것. 대궐 같은 집이기보다 이 정도 기본만 갖춘다면 충분했다. 견고한 중목구조에 오랜 역사로 이미 검증된 건축 자재인 점토벽돌, 기와 마감을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거실 및 주방에서 현관을 향해 바라본 모습.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손님방, 욕실, 서재가 자리한다.

 

 

 

중목구조 특유의 시원한 공간감을 자랑하는 거실은 높은 천장과 길게 빠진 장선이 포인트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복도를 따라 거실과 주방, 맞은편 안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택 건축을 맡았던 ㈜세담주택건설 한효민 대표 역시 부부의 생각에 깊이 공감했다. 마음이 잘 맞아서일까. 집짓기는 설계부터 준공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프리컷 구조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중목구조 주택의 시공방식도 공기를 단축하는 데 한몫했다. 집의 형태는 최대한 단순하게 디자인하고, 단층집이라 왜소해 보일 수 있는 점은 점토기와 지붕을 멋들어지게 올려 힘을 주었다. 내부 설계 또한 부부가 가장 많이 사용할 안방과 거실, 주방을 중심으로 널찍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안방에 딸린 건식 욕실은 드레스룸과 일체형으로 콤팩트하게 구성해 마치 외국 호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조경은 대부분 부부가 손수 꾸몄는데, 전정할 필요 없는 ‘사이프러스 컬럼나리스’와 같이 최대한 손이 자주 가지 않는 수종을 골라 심었다고. 근사하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 같은 건 옆집 마당이나 산에 있는 나무를 보면 족하다며 허허 웃는다.

 

 

건축주가 요즘 자서전을 쓰며 시간을 보내는 서재. 그의 오랜 수집품과 책 등을 모아놓은 곳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마당을 넓게 둔 집의 전경

 

 

 

단열을 위해 시스템도어를 설치한 동쪽 현관. 아침 해가 뜰 때면 불투명 유리 너머로 긴 복도를 따라 집 안에 빛이 스며든다.(좌) / 현관부에서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우)

 

 

어느덧 입주한 지 1년. 그리 춥지 않은 해였지만, 지난겨울 3개월 평균 난방비는 월 15만원 남짓이었다. 여름에도 주방의 벽걸이 에어컨 한 대면 집 안 전체가 쾌적하다. 30평대 집은 둘이 살기에 충분히 넓고,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놀러 올 때면 집이 북적북적해 좋다.

 

“얼마 전 15평 집에 사는 노부부의 삶을 그린
<인생 후르츠>라는 영화를 봤어요.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박한 집과 삶을 일구어가는 모습을 보며,
두 분 모습이 겹쳐지더라고요.”

두 사람에게서 여전히 좋은 기운을 받는다며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을 전하는 한 대표다. 오늘도 부부는 정원을 돌보고 집 안을 구석구석 정리한다. 이조차 귀찮은 사람도 있겠지만, 인생사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두 사람은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집과 삶을 천천히 채워간다. ‘집은 삶의 보석상자여야 한다’던 어느 건축가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대문 앞에서 바라본 주택 외관. 왼쪽 주차장 뒤편으로 작은 창고를 만들 예정이다.

 

 

 

화창한 봄날, 데크에 나와 햇볕과 바람을 즐기는 부부의 모습

 

 

TIP  건축주가 전하는 집짓기 조언

 

너무 고심하지 말고 최대한 단순하게 짓자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믿고 맡길 전문가를 잘 만나는 것만 해도 집짓기의 절반은 성공한 셈. 지을 집의 모습이 분명하면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욕심을 조절하는 데서 출발한다. 웅장하고 예술적인 디자인도 좋지만, 집은 심플할수록 살기 편하고 짓기도 좋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잡다한 물건을 보관할 작은 창고 정도다.

 

취재 _ 조고은 | 사진 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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