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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집 그리고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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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제약이 많았던 땅. 가족은 그곳에 집과 그들의 출판사, 북카페를 담은 건물을 짓길 원했다. 긴 시간, 건축가와 함께 고민한 흔적은 공간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건물 전경. 1층이 개방적이라면 2층은 폐쇄적이고, 1층이 무거운 색상이라면 2층은 밝고 가벼운 색상, 반대로 1층이 벽체로 구성된 투과성이 있는 형태라면 2층은 매스 형태로 하는 등 건물은 주변 여건과 공간 활용에 따른 대립적 요소들이 극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헤이리 문화마을에 위치한 이 건물은 출발선상부터 여느 프로젝트들과는 달랐다. ‘버려진 개를 키울 수 있는 독립적 주택’이 건축주가 신축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자 우리의 작업이 시작된 지점이었다.

건축주는 대지 매입부터 건축가와 함께하였다. 주거·업무·상업이 동시에 수용 가능하며 주 업무인 출판업과 부업인 북카페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였다. 프로젝트에 있어서 주된 요구사항은 주택과 사옥의 절대적 분리, 실용적이고 따뜻하며 이웃과 잘 스며드는 집, 수납은 넉넉하면서 비워낸 듯 단순한 내부 공간 디자인들이 있었다. 이와 동시에 극복해야 할 점으로는 아동 출판사 및 북카페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인한 이웃과의 소음 문제, 출판사 직원의 복지 공간 등이었다.

SECTION

 

 

①정원 ②화장실 ③출판사 ④근생시설(북카페) ⑤미팅룸 ⑥창고 ⑦지원실 ⑧드레스룸 ⑨욕실 ⑩침실 ⑪다용도실 ⑫주방 ⑬거실 ⑭현관 ⑮작업실 ⑯엘리베이터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인 느림보 출판사 사옥이자 집. 대지가 위치한 헤이리의 까다로운 건축설계지침을 극복하고 만족스러운 건물을 완성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주택의 안마당

 

 

뒷마당과 이어지는 아늑한 길

 

 

헤이리 문화마을은 건축에 있어 마을의 자체 건축설계지침에 의한 형태적 제약이 많은, 까다로운 곳 중 하나다. 본 대지는 <헤이리 건축설계지침>의 총 4가지 건물 유형 규정 중 네 번째인 ‘게이트하우스 유형에 속한다. 말 그대로 개선문과 같이 중간이 뻥 뚫린 게이트 형상의 건물을 지으라는 형태 규정이다. 게다가 건축재료 선택 또한 제약이 있어 흰색 외벽, 벽돌, 담장 등은 사용할 수 없다.

이곳에 진행되는 모든 건축계획은 반드시 마을 자체 건축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땅 주인이라 하더라도 제약 속에 순응하는 건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건축주가 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그들의 사업이 헤이리 문화마을과 잘 부합되고, 이웃과 함께 자연을 더불어 살 수 있는 좋은 환경과 문화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머지 제약적인 부분들은 건축가와 머리를 맞대어 풀어나가기로 하였다.

건물의 1층은, 게이트 형상처럼 좌우 두 개의 별동으로 분리되어야 할 헤이리 건축설계지침과는 반대로, 출판사의 사무공간과 북카페를 한 동으로 배치하여 고용을 줄이면서 관리가 용이하도록 하고, 공간만 분리하여 업무영역과 상업영역, 각각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이용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파주시 | 대지면적 ▶ 651.2㎡(196.98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317.41㎡(96.01평) | 연면적 ▶ 493.41㎡(149.25평)  
건폐율 ▶ 48.74% | 용적률 ▶ 75.77%  
주차대수 ▶ 5대 | 최고높이 ▶ 9.3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130, 180, 220mm / 압출법보온판 1호 130, 180mm  
외부마감재 ▶ 외벽 – 노출콘크리트 마감, 실리콘페인트(백색) 도장, 콘크리트블록 / 지붕 – 식재  
담장재 ▶ 콘크리트 | 창호재 ▶ 프레임워크 153mm 삼중유리 창호(기밀성등급 1등급)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설비 ▶ 전기 – 대원포비스 / 기계·설비 – HL설비컨설턴트 
구조설계(내진) ▶ 모아구조  
시공 ▶ 콘크리트공작소 
설계담당 ▶ 염윤지, 이연정, 박혜진  
설계 ▶ JMY architects 윤재민



 

북카페가 들어설 1층 공간. 높은 층고로 확보된 메자닌(Mezzanine) 층은 부유하는 계단을 통해 진입할 수 있다.

 

 

정원을 품은 회의실은 공간의 확장감을 더한다.

 

 

4m의 높은 천장고는 상업공간 내 화장실 상부를 활용한 중층을 가능하게 하여 보다 다양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뒷마당 및 뒷산과 시원하게 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 공간 구성을 가능케 한다.

업무공간은 창고, 사무·창작 공간, 대표실, 주방으로 구성되고,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다소 폐쇄적 공간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건축주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1층의 엘리베이터는 2층 주택의 현관과 바로 통할 수 있도록 배치해, 노후생활에도 대비할 수 있게 계획했다.

건물의 2층은 도로면 동쪽 방향으로 ‘ㄴ’자 배치를 택하여 도로 면과 접한 시선을 막고, 서쪽 동산 방향의 마당과 함께 최대한 열리도록 하여 자연과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 외부로부터의 시선 차단과 소통하는 내부 구조를 만들기 위해, 도로면과 북측 이웃집 방향의 열림은 얇은 틈의 형식으로 최소화하고 단순한 벽체를 만들었다. 이는 건축주가 원하는 미니멀한 건축 디자인과도 잘 부합되는 부분이다.

 

 

단정하게 꾸민 출판사 내부 전경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수성페인트(백색), 포세린 타일, 시멘트블록, 콘크리트 면처리, 실리콘페인트 / 바닥 – 포세린 타일, 원목마루, 자기질 타일, 대리석 / 천장 – 수성페인트(백색), 콘크리트 면처리  
욕실 및 주방 타일 ▶ 포세린 타일, 자기질 타일, 넥스트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더죤테크, 조이포라이프 | 주방 가구·붙박이장 ▶ 사재 가구(주문 제작)  
조명 ▶ 원룩스 | 계단재·난간 ▶ 계단재 – THK30 애쉬 집성판 위 투명락카 / 난간 – 3mm SSTL. 와이어 난간  
현관문 ▶ 단열방화문(주문 제작) | 중문 ▶ T12 강화유리도어(주문 제작) 
데크재 ▶ THK22 루나우드 탄화목(클립 시공)



 

거실 창 앞 루버는 외부의 시선을 차단함과 동시에 내부에서는 어떤 방해 없이 외부를 관망할 수 있게 해준다.

 

 

천창과 전면창 등 적재적소에 창을 둔 덕분에 시간에 따른 빛의 흐름이 집 안 곳곳에 온기를 더한다.

 

 

동서 방향의 ‘ㄴ’자 배치는 자연스럽게 남향 건물이 되는데, 필요 광량을 자연채광으로 확보하기 위해 천창과 거실, 화장실, 드레스룸의 외벽 사이 틈으로 빛을 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큰 마당과 작은 마당을 동서 대각선 방향으로 놓고, 중간에 거실과 주방을 두어 주택 내 공유와 사유 영역을 구분하였다. 이는 동선의 분리뿐만 아니라 대각선 끝의 양쪽 마당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각적 중심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이 공간에는 도로 면에 루버창이 있어 유일하게 외부와 소통한다.

내실 구성에서 특이한 점은 드레스룸을 통해 각 방과 화장실에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로터리(Rotary) 구조의 드레스룸은 단지 옷을 보관하는 목적을 넘어 차를 마시면서 자신을 가다듬는 의류 문화의 공간으로 진화가 가능하다.

건축계획 과정에서 건축주가 초기에 예상했던 공사비의 두 배가 나왔지만, 건축주는 흔쾌히 이를 수락하였다.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공사비가 투입된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시공 전 건축주 자제의 결혼이라는 변수가 발생하여 어쩔 수 없이 공사비를 대폭 줄여야 했다. 그런 이유로 부분적인 변경이 생겼고, 마당의 리조트식 외부 라운지는 생략되었다.

 

 

주방과 거실이 있는 공공 영역과 침실이 있는 사적 영역 사이의 미닫이문은 두 영역을 나누거나, 때로는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작업실은 루버를 통해 막히지 않은 뷰를 제공받으며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PLAN

 

①정원 ②화장실 ③출판사 ④근생시설(북카페) ⑤미팅룸 ⑥창고 ⑦지원실 ⑧드레스룸 ⑨욕실 ⑩침실 ⑪다용도실 ⑫주방 ⑬거실 ⑭현관 ⑮작업실 ⑯엘리베이터

 

 

낮은 계단으로 주방과 거실 공간을 구분하였다.

 

 

측면의 막힌 벽과 작은 열림으로 외부의 산란된 빛을 들일 수 있는 욕실

 

 

이번 헤이리 느림보 출판사 사옥에서도 나타나듯 우리 작업의 지향점은 구조체 자체가 건물이 되는 디자인이다. 즉, 내부 공간 구조체와 재료가 외부로 그대로 드러나 간결한 건축물의 형상을 이루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최대한 폐쇄적이면서 개방적인 공간 구조. 즉, 여러 대립적 요소들이 공존하는 구조이다. 전체 공간은 이 두 개념의 충돌과 공존 속에서 조직화된다.

1층이 개방적이라면 2층은 폐쇄적이고, 1층이 무거운 색상이라면 2층은 밝고 가벼운 색상, 반대로 1층이 벽체로 구성된 투과성이 있는 형태라면 2층은 매스 형태이고, 매스 형태이면서 자세히 보면 틈들로 구성된 판형 구조체이다.

외부에서의 2층은 폐쇄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틈과 사이 공간, 천창 등으로 모든 공간이 소통된다. 본 건물은 주변 여건과 공간 활용에 따른 대립적 요소들이 극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구조체이다.  글 : 윤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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