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섬을 하나의 지붕으로 이은 집, 제주쉴로 스테이
본문
낮은 돌담의 진입로와 너른 잔디 마당 뒤로 세 채의 개별동이 섰다. 각 채들은 고유한 기능을 담고 하나의 지붕으로 이어져 있다.
제주도 동쪽, 선흘리 마을은 자연에 푹 파묻힌 중산간 지역이다.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을 아래 두고 작은 오름들이 주위에 둘러 있다. 은퇴 후 플랜이 확고했던 건축주는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오래전 이곳을 점찍었다. 5,000㎡가 넘는 전(田)을 구입해 1년여에 걸친 성토 끝에 완만한 땅을 만들었다. 대단위 토목 공사과 여러 인허가들로 지칠 만도 했지만, 그럴수록 건축에 대한 열의는 더욱 강해졌다.
직접 가꾼 식재료로 매 끼니를 만들고, 이웃이나 집을 찾는 손님에게 정성된 식사를 대접하는 일상. 그가 새로 짓는 집에서 보내고자 하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삶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원한 공간은 ‘최소의 거주’였고, 집의 모든 중심은 주방과 식당에 두고자 했다. 1층 전체는 주방으로 채우고 위로는 작은 침실이 있는 2층집을 꿈꿨으나, 건축가의 생각은 달랐다.
가운데 동은 주방과 다이닝룸이, 좌우로는 주거공간이 이어진 제주쉴로의 외관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159-22
대지면적 ▶ 1,650㎡(500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211.1㎡(63.96평) | 연면적 ▶ 196.37㎡(59.5평)
건폐율 ▶ 12.79% | 용적률 ▶ 11.90%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3.6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중목구조단열재 ▶ 기초 바닥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100mm / 벽체 – 그라스울(존스맨빌) R11·R19·R30, 비드법단열재 2종1호 70mm / 난방 바닥 - EPS보드 60mm
외부마감재 ▶ 테라코코리아 플렉시텍스(그래뉼) S/FLEX307, S/FLEX360
지붕재 ▶ 니치하갈바륨(일본단열강판) | 담장재 ▶ 자연석 현무암 겹담쌓기
창호재 ▶ 일본 YKKAP APW-430(더블로이유리 41mm, 에너지효율 1등급)
철물하드웨어 ▶ 일본 중목구조 LVL목재 / TEC-1, P3철물공법
에너지원 ▶ LPG
조경 ▶ 제주 하와이 조경
전기·기계, 설비 ▶ ㈜우보이엔지 | 구조설계(내진) ▶ ㈜단구조
설계 및 감리 ▶ ㈜에이알에이건축사사무소 02-711-0210 www.ar-a.kr
내부마감재 ▶ 벽 - 테라코 스터코 빈티지 / 천장 - 삼화페인트 백색 / 바닥 – 한솔 강마루 헤링본
욕실 및 주방 타일 ▶ 국산, 이태리산(제주 한라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멀바우 집성목 현장 제작
조명 ▶ 건축주 직구
현관문 ▶ 일본 YKK AP 베네토
중문 ▶ 재현하늘창 알루미늄 3연동 | 방문 ▶ 재현하늘창 ABS 도어
각 동을 이어주는 지붕은 한여름 햇빛을 가리고 비가 오는 날에도 야외를 한껏 쓸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처마를 만들어 낸다.
유려한 곡선의 지붕선
①현관 ②주방 ③거실 ④욕실 ⑤테라스 ⑥침실 ⑦세탁실 ⑧공용식당 ⑨보조주방 ⑩구들방 ⑪작업실 ⑫드레스룸 ⑬파우더룸
㈜에이알에이건축사사무소 측은 굳이 2층집으로 지어 마을에서 돋보이기 보다 단층의 낮은 집이 제주 구릉지에 잘 어울린다고 여겼다. 진심 어린 설득에 건축주는 마음을 바꿨고, 자연에 순응하는 집의 초안이 그려졌다.
건축가는 최소한의 기능적인 실을 먼저 나누고 이를 동선, 기능, 채광과 환기, 프라이버시 유무 등 여러 요소에 맞추어 조닝을 반복했다. 건축주가 원한 바 대로, 주방과 식당을 메인에 두고 나머지 실들을 기능에 맞춰 흩트리다 보니 세 개의 개별동이 생겼다. 가운데 주방+다이닝 공간을, 동쪽에 작업실이 딸린 본채와 남쪽에 게스트만을 위한 별채를 세우니, 마치 세 개의 섬이 하나의 지붕 아래 이어진 듯하다. 한옥의 지붕선과 제주의 전통주택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처마, 그리고 각 동을 잇는 넉넉한 데크 역시 제주의 변덕스런 날씨에도 야외 생활을 가능케 하는 공신이 되었다.
본채의 취미실 겸 침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전경을 프레임에 담고자 했다.
모든 가구는 공간에 맞춰 현장에서 제작되었다. 좌식 소파 역시 건축주의 아이디어다.
게스트룸의 공용 공간 모습. 전면창을 통해 정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역 특수성 때문에 애초 철근콘크리트로 설계된 집은 중목구조로 변경되었다. 혹시 모를 하자에 대비해 평지붕은 약간의 경사를 두고 방수 및 부자재 연결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시공 당시 지붕의 각 지점 경사도를 3% 이상으로 모델링하고, 부재의 완벽한 치수를 뽑아내는 등 건축가의 부단한 수고가 더해졌다. 각 동의 출입구는 사용성을 확장시키는 동선으로 배치하고, 각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주력했다.
다이닝동 내부는 메인 주방과 식당, 보조주방으로 구성하고 키 큰 책장 앞으로 좌식 평상을 만들었다.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입식과 좌식을 넘나들며 열린 공간을 공유한다. 본채와 별채에는 주변 풍광을 창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주력하고, 가구들은 대부분 주문 제작해 소재와 톤을 맞췄다.
건축주는 얼마 전부터 제주 여행객과 집을 공유하고 있다. 돌담을 쌓고 꽃을 가꾸고, 방문객들을 위해 아침상을 차리는, 그가 정말 원했던 일상을 시작했다. 이 집은 그런 꿈을 실현해 준, 최상의 선택이었다.
다이닝 공간은 처마 아래 데크 마당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계획되었다. 지붕 구조재를 노출해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하고 평상을 따로 제작해 공간이 더욱 풍성해졌다.
둘 이상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된 욕실. 창문 너머 식재를 계획하여 숲으로 둘러싸인 느낌을 주고 외부로부터 차폐 역할을 하게끔 했다.
스크랩우드 패널로 연출한 침실. 돌담과 신록이 창가 너머 가득하다.
건축주 부부는 남은 땅에 칼슘나무를 심고 꽃닭을 자연 방사하며 진짜 전원생활을 즐길 꿈에 푹 빠져 있다.
구성 _ 이세정 사진 _ 송유섭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