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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디자인 주택을 짓다 / 홈스타일토토 임병훈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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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4-07 / 전원속의 내집

우리가 꿈꾸는 집은 거창한 게 아니다. 보통 사람의 집에 약간의 감각을 더한 ‘조금 더 예쁜 집’. 홈스타일토토 임병훈 소장은 기존 건축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이 시장을 개척하며,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에서 제주 섬마을까지 오늘도 꾸준히 달리고 있다.   


취재 편집부  사진 김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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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만을 디자인하는 건축가로는 거의 유일한 것 같습니다. 특별히 집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홍익대 건축과 재학시절, 사실 남들 눈에 비친 저는 설계학점 곧잘 받는 소위 ‘범생’이었어요. 당연한 과정처럼 입사한 설계사무소에서 우연히 일본 잡지를 보게 됐는데 거창한 작품집들과는 다르게 부동산, 주택산업, 자재관련 설명이 무궁무진한 거에요. 작지만 매력 있는 집들을 디자인하는 일본 건축가층이 두텁다는 것을 알았고, 그들의 디자인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아요. 짧은 일본어와 한자 실력으로 한 글자씩 읽어가며 주택디자인에 빠져들었지요.  

당시 국내 주택 설계시장은 어땠나요?

1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거장 건축가의 ‘작품주택’만 있었어요. 주택 설계비가 얼마고 공사비가 얼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분위기였죠.  어느 날,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사장님도 한번 봤다가 클라이언트에게 열심히 전화 돌리는 부장님도 한번 봤다가, 설비팀도 봤다가,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아, 나는 그런 거장의 길을 걷기는 어렵겠구나!’ 저의 자리를 찾는 탐색이 그때부터 시작되었죠. 그 뒤로는 작은 건축물을 디자인부터 완공까지 완벽하게 살피는 일에 주력했죠. 저는 운이 좋았어요. 세 군데의 사무실을 다녔는데 각각 한 가지씩 배워서 나왔거든요. 

그 시절, 그 곳에서는 무얼 배웠나요?

첫 직장에서는 기획팀에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에서 힘을 주고 빼는 완급을 배웠고, 두 번째 사무실에서는 디자인, 허가, 시공사 선정, 건축주 미팅, 감리까지 건축의 전 과정을 배웠어요. 사무실 소장님과 현장 소장님께 혼도 많이 났어요. 도면 똑바로 못 그린다고 혼나고, 현장에 가면 현장과 맞지 않는 도면이라고 혼나고… 현장소장님이 상대 안 해주면 잡철하시는 분이나 벽돌 쌓는 분들 붙잡고 이것저것 디테일들을 물어보며 사무실과 현장을 왔다 갔다 했죠. 사실 이런 현장 경험을 한 제 또래 건축가들이 그리 흔치는 않아요.  마지막으로 다닌 사무실에서는 엉뚱하게도 야근하지 않고 일하는 마인드를 배웠죠. 지금은 야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요(웃음). 

그때까지도 주택 설계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은 건가요? 

그 사이에 부모님 집을 지을 기회가 있었어요. 30평짜리 집에 약간의 디자인을 가미해서 직접 지었죠. 3년 후, 집을 팔려고 보니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보러 오는 거에요. 저희 아버지가 우스갯소리로 “커피 대접하다 코피 터진다”고 할 정도로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금 집장사들만 짓는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을 저처럼 건축을 전공하고 재밌게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이 기획하고 지어서 판다면 수요자들에게 반응이 있겠다!’ 싶었죠. 작품이 아닌 ‘디자인’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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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에 들어선 중정형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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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구도심에 들어선 디자인하우스


그런 과정을 거쳐 홈스타일토토 디자인사무소를 개소한 거군요. 

막연한 마음으로 시작한 처음 3~4년간은 그야말로 ‘암흑기’였어요. 사기도 당하고, 도면 열심히 그려주고는 200~300만원 간신히 받은 적도 있고요. 일만 해주고 돈 못받고‘팽’당한 경우도 있어요. 인생의 굴곡이 참 많죠? 그게 또 저의 장점이에요. 별별 일을 다 겪고 나니 건축주들하고 할 얘기도 풍성하고 쿵짝도 잘 맞거든요(하하).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4년 전부터는 후배 건축가 정신애 씨가 합류해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건축주들이 건축가가 제시하는 ‘주택설계비’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시장에 뛰어들 때만 해도 설계시장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설계는 시청 앞 건축허가사무실에서 해주는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였으니, 고생길로 접어든 거죠. 저야 ‘재밌겠다!’ 하면서 시작한 거고, 워낙에 작은 규모를 꼬물거리며 디자인하는 걸 좋아해 ‘주택 디자인’으로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했지만, 사실 설계자 입장에서는 1~2억원으로 집 지으려는 일반인에게 설계비를 3~4천만원 받을 수도 없으니, 사무실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요.  

단독주택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예전만 하더라도 설계비를 들으면 내용도 듣기 전에 ‘으악!’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가치를 인식하는 분위기에요. 그러나 여전히 디자인주택의 수요와 공급은 소수예요. 집짓기에 그다지 머리 쓰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도 많고요. 그러나 분명 세상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수입차 늘어나고 커피전문점 끝없이 생겨나는 것 보세요. 숨어 있는 수요는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소비자들도 차차 천만원의 돈을 들여 천이백만원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디자인’의 힘이라는 것을 인식해가고 있어요.  그리고 디자인이 상세하고 콘셉트가 강력하면 자동적으로 시공 품질에 대한 장악력이 생깁니다. 투자 대비 집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거죠.  저희도 예전에는 실적도 없이 고군분투 했다면, 지금은 집도 많이 지어졌고 포털사이트에 개설해 둔 카페에 들어와서 사전 정보를 수집하는 예비건축주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젊은 건축주들이 늘어나면서 요구조건은 명확하고, 비용관계는 확실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돈은 별로 안 돼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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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건축주와 작업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예비건축주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건축주들은 ‘가격은 싸게, 품질은 좋게’를 외치는데, 세상에는 비용을 들인 만큼 품질이 나오는 게 인지상정이거든요. A 시공자 결과물이 마음에 드는데 B 시공자의 견적서가 더 쌀 때, 건축주는 A 시공자에게 B의 가격으로 해달라고 생떼를 쓰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고, 품질은 보장할 수 없게 돼요. 설계자와 시공자를 일단 정했으면, 전문가인 그들을 믿어주는 ‘뚝심’이 필요해요.  또, 건축자재의 기본 스펙은 법정기준 이상으로 맞추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데, 여러 군데에서 접한 파편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간섭하는 건축주도 있어요. 재료는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공 종합점수’가 더 중요하거든요.   건축주는 내 집을 짓는 건축의 각 주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고 자기 페이스에 맞게 그들을 핸들링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요.  

‘시공사가 돈 떼먹고 도망갔다’, ‘설계자가 목조 도면을 그릴 줄 모르더라’ 등 사기행각이 난무한 것도 건축주들의 불신에 한 몫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착공 전 단계에서 공을 많이 들여야 해요. 요즘 건축주들은 인터넷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엉덩이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경향이 있어요. 설계자든 시공자든 현장을 방문해 그들의 결과물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설계자가 디자인만 그럴싸하게 하는 게 아니라 상세한 부분까지 다 도면에 표현해 현장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또, 같은 자재로도 시공자의 실력에 따라 품질 차이가 확연하니 제대로 시공하는 사람인지도 꼼꼼히 체크해야 하고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건축 시장 개척,  험난하고 배고프지만 진정성으로 승부해야죠” 


목조 감리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소장님의 목구조 도면은 디테일하다고 들었습니다. 목조를 따로 공부했나요?

그렇게 대단한 실력은 아니고요, 현장 가서 대화는 되는 수준입니다. 알다시피 대학교에서는 목구조를 가르치지 않아요. 몇 년 전만 해도 경량목구조는 집장사의 영역이었죠. 저는 어렵게 ‘목조건축대상’ 수상작 도면을 구해다가 독학했어요. 단순히 베끼는 게 아니라 왜 이런 디테일로 지어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어요. 평면뿐 아니라 상세도면이 많았는데, 그때 서까래와 탑플레이트, 헤드와의 관계 등 목조를 이해하기 시작한 거죠. 구조체의 주기표, 폭, 뎁스, 앵커 등 보에 대한 리스트도 있어서 그것도 공부했어요. 현장에서 어깨동냥하며 “왜 이건 두 겹을 쳐요?”물어봐 가면서요.   

건축가와 집장사, 그 중간 정도의 디자인을 원하는 건축주의 수요를 점쳐보자면?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집장사와 건축가의 중간 디자인이 너무 미약해요. 건축가들에게는 경제성이 없어서 진입이 어렵고, 아직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 번에 해결하길 원하는 건축주가 많아 설계자가 디자인만 납품하는 게 쉽지 않아요. 주택 디자인 시장의 허리가 두툼해야 건축주의 선택지도 넓어질 텐데, 아쉽죠.  하지만 건축주분들의 인식변화로 중간층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분위기인 것은 확실해요. 저희를 찾아오는 건축주들은 집장사도 만나보고 건축가에게 상담도 해본 분이 많아요. 원하는 바도 명료하고 설계비도 일정금액 할애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죠.   

<땅을 읽고 집을 짓다>란 제목의 책을 출간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건축사 사무실 출신으로 저희처럼 주택에만 집중해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는 거의 없어요. 여러 채의 집을 지으며 경험한 ‘보통 사람들의 디자인 주택’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요.  저희를 찾는 건축주들이 “이 땅에 어떻게 건물을 앉혀야 할지 상상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늘 하세요. 지금까지 작업한 걸 가만히 살펴보니 택지지구, 산등성이, 물가 등 다양한 조건에 집을 지었더라고요. 땅부터 시작해서 공간을 구성하고 종합해서 버무려내는 과정을 예비건축주들에게 전달해 집 짓는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었어요.  

홈스타일토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한다면? 

얼마 전 만난 예비건축주는 ‘건축가’라는 존재가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을 준대요. 저희 세대 건축교육은 거장을 만들기 위한 커리큘럼이었으니까 ‘건축가’ 하면 좀 위압적인 느낌이 있었죠.  없던 시장을 만들어가며 일반인들이 살만한 주택을 설계해보니, 주택은 건축가가 자기 색깔을 내기가 힘들 정도로 건축주의 요구사항이 많은 디자인 영역임이 확실해요. 법규와 건축주의 요구사항 등 주어진 요건을 잘 버무려서 한 덩어리를 만들어내야 하죠. 그래서 스스로를 건축가보다는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저희처럼 건축을 제대로 공부하고 배운 사람이 설계한 집이 지나치게 비싸지만 않다면, 머잖아 그 진정성을 알아줄 거라 믿고 오늘도 묵묵히 작업해가는 거죠.

홈스타일토토_ 서울시 종로구 종로1길 55, (경통빌딩) 602호 / www.homestyletoto.com   hbr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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