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고독의 프랑스 숲여행 La Solitude > CULTURE


2025.12.17 17:14

자발적 고독의 프랑스 숲여행 La Solitude

  • 관리자 2시간 전 2025.12.17 17:14 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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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과 주체들이 다양하게 얽히고 설키는 

현대 도시 사회에서 고독은 오히려 귀한 존재가 되었다. 

프랑스 전역을 순례하던 건축가는 프랑스 남서부

한 시골 마을 숲속에서 고립을 통한 고독의 즐거움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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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고속열차인 떼제베(TSV)로 보르도에 도착. 여기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을 달리면 고즈넉한 시골 숲이 나타난다. 

이곳에 건축가 곽데오도르가 프랑스 하계 올림픽에 맞춰 개장을 준비 중인 리조트, ‘라 솔리튜드(La Solitute)’가 있다. 

건축가는 유학 시절 여행하며 다녀본, 사계절 온화한 프랑스 남부를 떠올렸다. 그는 한동안 와인을 만들며 보르도와 툴루즈 사이 거대한 포도밭과 숲을 누볐다. 

숲에서 그는 고독의 즐거움을 찾았고, 포도밭에서 생동감을 만끽했다. 이때 농업을 기반으로 한 휴식과 재생이라는 테마를 떠올렸다.

리조트라고 하지만,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은 많지 않다. 

자연에서 조금 손을 본 푸른 숲과 산책로, 인근 너른 평야에 펼쳐진 포도밭과 와이너리, 오래된 농가 몇 채, 작은 미술관과 매장, 조각공원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남부 프랑스답게 가장 추울 때도 영상 15℃일 정도로 온화하고, 가을이면 포도를 수확해 직접 와인을 만들어볼 수 있는 축제도 펼쳐진다. 

수만 평에 달하는 들판과 숲길은 온종일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걸으며 여행자를 고독한 명상의 길로 안내한다.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낸 농가는 길어야 수십 년인 한국의 건축 사이클에서 재생의 의미를 되짚는다.

건축가는 “이곳은 숲 여행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인생의 반, 또는 그 이상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리조트”라며 소개를 정리했다. 

“한국의 템플스테이처럼 인생의 버킷 리스트를 정리해보는, 자발적 고독의 리조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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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라고 하지만 도심지에서 약 11km로 그렇게 멀지는 않아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부족하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 즐거운 고독을 방해할 정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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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지 가운데를 지나는 도로 덕분에 리조트 안쪽으로도 차량 진입이 원활하다. 프랑스는 개발에 있어 각종 허가 절차가 많기 때문에 도로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는 부지는 그 자체로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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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옛 농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베이스 캠프. 수백년 전 이 지역에서 밭을 일구던 부농(富農)의 집으로, 시간은 많이 쌓였지만 여전히 든든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철근콘크리트로 된 세련된 현대 건축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생과 치유의 감정을 전달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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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는 리조트 내 ‘베이스 캠프’로 활용되어 숙소나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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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와 톨루즈 사이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다.  인근 포도밭과 와이너리에서 포도주를 눈과 입으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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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의 방해 없이 오롯이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

 

건축가 곽데오도르 : 떼오하우스

프랑스 파리국립응용미술공예대학(ENSAAMA)과 파리8대학교(UP-VIII)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석사와 건축사회학으로 박사를 수료했다. 

뉴칼레도니아 한국문화원 원장과 떼오하우스 건축사무소 대표건축가로 한국, 프랑스 그리고 캐나다에서 활동 중이다. 10여 년 전부터 와인과 차에 관한 디자인과 다양한 건축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811-7941  

@theodore_kwack

 

 

 

고독이 선물이 되는 곳, 라 솔리튜드

당신에게 필요한 건 도망이 아니라, 멈춤입니다

마지막으로 온전히 혼자였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누군가의 메시지에 답하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있던 시간 말입니다. 아마도 꽤 오래전 일일 겁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리면 도착하는 작은 숲속 마을. 그곳에 '라 솔리튜드'라는 이름의 리조트가 있습니다. 솔리튜드, 고독이라는 뜻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휴양지의 이름으로 외로움을 택하다니.

하지만 건축가 곽데오도르는 알고 있었습니다. 진짜 쉼은 화려한 볼거리나 끊임없는 자극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숲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라 솔리튜드에는 현대적이고 화려한 건물이 많지 않습니다. 대신 수만 평의 푸른 숲과 굽이치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너른 포도밭이 펼쳐진 평야와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오래된 농가들이 있습니다.

이곳의 겨울은 영상 15도, 사계절이 온화합니다. 마치 이 땅 자체가 지친 여행자를 따뜻하게 품으려는 듯 말입니다. 가을이 오면 포도를 수확하고 직접 와인을 빚는 축제가 열립니다. 땅이 주는 선물을 손으로 만지고, 발로 밟고, 입으로 맛보며 우리는 비로소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이어지는 숲길을 걸어보세요.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길을, 오후의 그늘이 시원한 길을, 저녁 노을이 숲을 물들이는 길을. 누구도 당신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그저 걸으세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다가 멈춰 서도 좋고, 나무 아래 앉아 하늘을 보아도 좋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당신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닙니다

혼자라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우리가 고독과 외로움을 같은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로움이 누군가가 필요한 결핍의 감정이라면, 고독은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충만의 시간입니다.

라 솔리튜드의 건축가는 이곳을 "자발적 고독의 리조트"라고 말합니다. 템플스테이처럼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정리해보는 곳,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요.

세월을 머금은 오래된 농가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진짜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쌓아 올린 성과와 채워진 일정 너머,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작은 미술관과 조각공원을 거닐며, 와이너리에서 와인 한 잔을 음미하며, 우리는 천천히 답을 찾아갑니다. 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로는 질문을 품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삶에 지쳐 있나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나요? 혹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힘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끼시나요?

괜찮습니다. 라 솔리튜드는 당신이 무언가를 해내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돌아오라고 재촉하지도 않습니다. 이곳은 그저 당신이 당신으로 존재하는 것을 허락합니다.

숲은 당신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포도밭은 당신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구불구불한 산책로는 당신이 어떤 속도로 걸어도, 어느 방향으로 가도 당신을 받아줍니다.

여기서 당신은 배울 것입니다. 머무르는 것의 용기를, 비우는 것의 아름다움을, 고독 속에서 발견하는 내면의 풍요로움을. 그리고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당신에게 필요했던 건 더 많은 자극이 아니라, 고요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돌아올 때, 당신은 다를 것입니다

라 솔리튜드에서의 시간은 극적인 변화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돌아올 때 당신은 분명 조금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조금 더 느긋해진 걸음으로, 조금 더 깊어진 숨결로.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 자신에게 조금 더 다정해진 마음으로.

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연결이 아니라, 잠시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는 시간입니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멈춰 서서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을 느끼는 것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작은 숲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채로, 당신의 침묵을 존중할 마음으로, 당신의 고독을 축복으로 바꿔줄 수 있는 곳.

라 솔리튜드. 고독이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라 선물이 되는 곳. 당신이 당신에게 돌아가는 곳.

 


"이곳은 숲 여행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인생의 반, 또는 그 이상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리조트입니다."
— 건축가 곽데오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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