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 마을에서 이웃과 예술하기 실아트 갤러리 > CULTURE


2025.12.17 16:41

사람 이야기 - 마을에서 이웃과 예술하기 실아트 갤러리

  • 관리자 3시간 전 2025.12.17 16:41 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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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함이 무겁게 내려앉은 시골 마을에 예술이 돌아왔다. 

작품으로 이웃을 잇고 서로를 물들이며 보낸 시간들.

이곳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는 행복한 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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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옛 마을회관이었던 건물은 이후 물류창고를 거쳐 박 작가와 실아트의 본거지가 되었고, 이제는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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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갤러리 공간에는 ‘수신제가 협동조합’ 활동을 통해 그림을 그려오신 어르신의 개인 작품 전시가 이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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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그림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수업의 일환으로 그린 그린 각자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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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보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실아트의 간판들.

 

마을을 물들이는 일상 속 예술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고 푸근한 마을인 천안 수신면 장산리. 마을회관 앞에 알록달록 간판과 파란 문의 건물이 눈에 띈다. ‘실아트 갤러리’다.

그녀는 이곳에서 천연염색과 스트링 아트(string art) 등 여러 공예 작품을 다양한 사람과 함께 만들고 나눈다. 

그녀의 작품은 각종 전시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상업적으로도 인정받아 국내 유명 카페나 해외에서도 수 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들을 주문받기도 한다.

처음부터 이 길을 걸어왔던 것은 아니었다. 20년 전, 육아와 미술을 병행하면서 지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고향으로의 귀촌도 그때 남편의 권유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치고 힘들 때도 ‘무언가 만드는 일’은 버팀목이자 힘이 되어줬다. 

천연염색부터 시작해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여러 소재를 다양하게 염색하는 방법으로 시도해보면서  작품을 구상하고, 그 과정에서 마을에서의 접점이 점차 늘었다. 

실아트 동아리’라는 이름으로 종이공예 등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과 하나둘 모이고, 주변 어르신을 모시고 학교처럼 같이 공예 수업도 한다. 

몇 년 전부터는 마을과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교류하기 위해 ‘수신제가협동조합’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활동을 인정받아 시에서 지원을 받기도 했다.

자신을 위한 예술이 어느새 마을과 도시에서도 인정받는 활동이 되어있었다. 염료가 옷감에 퍼지며 물들이듯이 천연염색도, 이를 즐기는 박의경 작가의 활동도 주변과 마을을 점차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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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친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그림. 캔버스 위에 황토를 밑바탕에 깔고 그 위에 채색해 그린 작품이다. 언젠가 여행에서 만났던, 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던 동백숲에서의 

인상과 기억이 화폭에 강렬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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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아트 갤러리는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동료 작가 중에는 한지 공예가도 있어 그의 작품도 공간을 빌려 전시하고 있다. 동료 작가와는 단순히 공간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고, 

마을 예술 활동에도 참가해 시골 어른들의 소통 갈증을 채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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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염색 식물 소재인 쪽은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그 빛깔이 약간씩 다르다. 염료 양을 조절해 비슷하게 맞출 수 있지만, 미묘한 차이를 즐기는 재미도 있는 법. 진한 

것은 7월에 수확한 쪽, 연한 것은 6월에 수확한 것으로 염료를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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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아트의 뜻을 이루는 것 중 하나인 실(絲). 이 실을 이용해 스트링 아트(string art) 등 다양한 공예 작품을 만들어낸다. 손바닥만한 작은 

것에서, 수 미터에 이르며 벽 한 쪽을 통째로 장식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까지, 실 한 가닥에서 시작한다.

 

이웃과 함께 어울리며,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삶

 

갤러리 전시 공간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문가 작품은 아닌 듯 했지만, 독특한 시선으로 주변을 관찰해 표현한 것이 무척 세련됐다. 

박의경 작가는 “‘수신제가 협동조합’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로 작품 활동을 도와드린 올해 아흔넷 어르신의 개인전”이라고 소개했다. 

찾아뵙던 어느 날, 어르신은 그간 그렸던 그림이라며 수십 점을 꺼내놓았는데, 박 작가가 보기에도 놀라운 그림들이었다. 

시를 제안했고 무척 부끄러워했지만,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이곳에 정착한 지도 20여 년. 돌아온 고향에서 그녀가 만난 건 예술과 관계에 목말라하던 어른들이었다. 

평생 삶을 일궈오느라 ‘하고 싶은 것’을 잊고 있던 분들, 나이 들면 외롭거나 마을을 떠나 요양원에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이웃과 함께하며 예술의 즐거움을 찾았다. 

꼭 작품을 하지 않아도 좋다. 박 작가는 늘 간식을 채워놓고 와서 얘기라도 하시고 가라고 붙잡는다. 그렇게 서로 간 접점을 만들어내고, 안부를 물으며 네트워크를 만들어간다.

박의경 작가에게 실아트라는 이름의 뜻을 물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버지 성함 ‘박실’에서 따온 [실]. ‘실(絲)’로 여러 작품을 하고 있으니 거기에서도 [실]. 그리고 우리가 모여 활동하고 있는 공간(室)이라는 의미에서 [실]. 그래서 이 공간 이름이 ‘실아트갤러리’라고. 

리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활동으로 여러 사람을 인연이라는 이름의 ‘실’로 잇고 있다는 점에서, 이 공간에 대한 이름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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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아트 갤러리

 @happy_sil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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