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는 마음 한구석에 남을 장소.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그 다섯 번째는 제주시 청수리에 위치한 ‘오오오하우스’다.
제주도 곶자왈과 한라산이 보이는 동네, 청수리. 여기에 세 채의 박공지붕 집이 하나로 합쳐진 ‘오오오하우스(OOOHOUSE)’가 있다. 싱그러운 자연 속 새하얗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곳은 오랜 친구인 두 가족과 새로 찾아올 한 가족을 위한, 세 가족의 집이다.
오오오하우스에 사는 두 가족은 어린 자녀가 있는 30대 후반의 부부들이다. 남편들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고, 주말이면 아내와 자녀가 있는 제주집으로 간다. 아이가 하나 또는 둘 있는 두 가족은 꼭 필요한 공간만 둔 미니멀한 집을 원했고, 제주로 여행 온 가족에게 내어줄 집 한 채를 더 두었으면 했다. 경사지를 따라 각자의 높이로 나눠진 땅은 잘 정비된 도로와 경사를 따라 지어진 집들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 작은 대지 안에 세 가족의 집을 그려 나가는 일은 서로 다른 삶의 속도를 읽어가는 데서 시작되었다.
내외부 모두 간결한 디자인의 오오오하우스는 세 채의 집이 이어진 듯하지만 높이 차이를 두어 적절한 거리를 둔다. 1층의 o house와 oo house에는 두 가족이 살고, 2층의 ooo house를 여행 온 가족에게 내어주는 형태다. 모든 집은 방의 구분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공간 안에 주방과 거실, 침실을 구성했다. 그리고 집마다 다른 속도를 담았는데, 작은 정원과 이어지는 o house는 주방과 거실 가구에 나무 소재를 사용해 한결 아늑한 분위기다. 또 다른 가족의 집 oo house에는 청량감 넘치는 야외 수영장이 있고, 날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ooo house에는 햇살 가득한 유리 온실을 두었다.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는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레시피 박스’를 준비해준다. 두 가족의 일상이 담긴 레시피 노트와 제주에서 자란 제철 재료들을 담은 상자다. 건강한 한 끼를 만들고 나누면서 잠시나마 이 시간과 공간에 온전히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따뜻한 온실에 앉아 푸르름을 바라보며 사색하고, 오래된 필름 카메라로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일상. 조금은 느린 속도로, 삶의 반짝이는 것들을 발견하고 나누며 또 다른 시선으로 하루를 마주하기를. 오오오하우스에선 그렇게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겨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대지면적 ≫ 465m2(140.66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50.93m2(45.66평) | 연면적 ≫212.85m2(64.39평)
건폐율 ≫ 32.46% | 용적률 ≫45.77%
주차대수 ≫ 3대
외부마감재 ≫ 드라이비트
내부마감재 ≫벽- 도장 / 바닥- 콘플로어
욕실 및 주방 타일 ≫ 벽·바닥 – 콘플로어
수전 등 욕실기기 ≫ 콘크리트 제작 세면대, 레진 욕조, 아메리칸스탠다드 양변기 주방가구 ≫ 콘크리트 상판, 목공 하부장 자체제작
조명 ≫필립스 매입등, Oluce 플로어스탠드
현관문 ≫ 필로브 | 방문 ≫현장 제작
붙박이장 ≫MDF 위 도장 현장제작
구조설계(내진) ≫ 미래SDG
조경·설계·시공·감리 ≫이룩(2LOOK) 070-8682-0255 http://2look.co.kr
INTERVIEW / 오오오하우스의 두 가족
두 가족이 함께 집을 지은 계기는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입니다. 따뜻한 물이 담긴 작은 욕조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 수다 떨기를 좋아했고, 기분이 울적할 땐 어른들 몰래 비밀 다락에서 키득거리며 만화책을 읽고 군것질을 하곤 했지요. 그러던 우리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 마음의 의지가 되는 좋은 ‘가족’이 되었어요. 함께 제주로 이주하며 그동안 육아에 치여 잊고 있던 것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나누게 되었고, 우리 두 가족을 위한 집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저희의 어린 시절 추억과 마음을 담은 아지트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함께하는 시간이 오롯이 담긴 곳이에요.
살아보니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속도가 다른 세 집의 성격을 공간 구성, 마감재, 가구 등에 반영하여 각자의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나무 주방의 o house, 푸른 수영장이 있는 oo house, 서로의 속도와 시간을 간직하는 온실을 가진 ooo house. 서로의 다른 속도를 읽어가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뻐요.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은
오오오하우스의 설계·시공·브랜딩을 맡은 이룩(2LOOK)이 기획한 펜션 ‘청수리아파트’가 근처에 있어요. 이곳의 카페 ‘아파트먼트커피’에 가면 아들이 원두를 볶고 반짝이는 흰머리의 어머니가 내려주시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노년이 무르익어가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커피를 음미하며, 우리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에 잠기곤 한답니다.
숙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곳을 찾아준 가족에게 육아를 하며 걸어온 시간을 통해 발견한 ‘오오오레시피’를 전하고 있어요. 제주의 신선한 재료와 조리방법을 함께 이야기하며, 여행 온 가족이 저희 두 가족의 속도를 느껴보는 시간이기도 하죠. 사람은 모두 다르고 한 명 한 명이 특별하니, 숙소를 준비하고 있다면 이런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아이들이 크면서 두 가족의 생활에 변화가 조금 있을 수 있겠지만, 계속 제주에 함께 머물며 이곳에서 삶의 속도를 서로 나누고자 해요. 이렇게 우리는 각자 다른 온도와 속도로 걷지만, 가끔은 서로의 보폭을 살피며 함께 살아갑니다. 이곳을 찾아올 가족분들도 저희처럼 자신만의 속도로, 하지만 서로의 보폭을 살피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취재협조_ 오오오하우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대한로 800-12 | ww.instagram.com/ooohouse https://blog.naver.com/ooohouse
취재_ 조고은 | 사진_ 백상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67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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