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이주해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의 삶을 경험하고 있는 나날들. 가족만의 속도로 적응해 나가며 그들다운, 그들의 집을 지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부부는 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 언제나 어린 두 자녀와 산으로, 들로, 바다로 다니며 서로 교감하고 그 감정을 나누는 것은 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좀 더 자연스럽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오랜 고민 끝에 그동안의 대도시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이곳, 제주로 내려왔다.
낯선 섬에서 네 식구가 처음 정착한 곳은 제주 시내였다. 생활의 틀을 무모하게 바꾸기보단 먼저 여기에서의 삶이 가족에게 타당한지를 직접 경험하며 그 답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부부는 차분히 완전한 정착을 준비해나갔다.
시간이 흘러 익숙함이 몸에 뱄을 때쯤, 집을 짓기로 했다. 시내에서 40분쯤 떨어진, 외지인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남들이 다 원한다는 제주 풍경이 한눈에 담기거나 모양이 바른 땅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다니기 좋은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고 걸어서 5분이면 작은 포구와 마주할 수 있어 정감 있고 한적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 대지면적 ▶ 366㎡(110.71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건축면적 ▶ 95.93㎡(29.01평) | 연면적 ▶ 95.93㎡(29.01평) | 건폐율 ▶ 26.21% | 용적률 ▶ 26.21% |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4.2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경량철골조 | 단열재 ▶ T100 EPS 패널, T10 열반사단열재 | 외부마감재 ▶ 삼화 테라코 사하라 | 담장재 ▶ 현무암 돌담 | 창호재 ▶ 이플러스윈도우 24mm 복층유리 시스템창호 | 에너지원 ▶ LPG | 조경석 ▶ 현무암 판석
조경 ▶ 푸른숲조경 | 토목 ▶ 호엘건설 | 구조설계(내진) ▶ 제이투 건축사사무소 | 설계 및 시공 ▶ 100A associates 02-919-9135, www.100a-associates.com
대지를 정했으니 남은 건 집을 지어줄 사람, 건축가를 찾아야 했다. 몇몇 건축가와 미팅을 가진 후 어렵사리 한 사무소를 택했다. 100A associates 안광일, 박솔하 디자이너와 만난 부부는 제주에서 생활하며 겪었던 환경적인 조건(비, 바람, 습기 등)에서 오는 문제점이 보완되고 마을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집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비용과 장소 그리고 집의 기능 등을 여러 방면으로 서로 고심하고 논의하여 지난가을 첫 삽을 떴다.
서쪽으로는 대지보다 낮게 마을의 지붕선이 오밀조밀 펼쳐지고, 날이 좋으면 먼바다 수평선이 살짝 보이는 곳. 폭이 좁은 남측 대지에 맞춰 그곳에 동서로 긴 형태의 건물을 놓았다. 다른 집보다 2.5m가량 높은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어 단순히 바다 조망을 위해 층을 높여서는 한갓진 마을 분위기에 해가 될 터. 때문에 부부는 망설임 없이 단층집으로 계획하고, 가족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을 적용하여 30평 규모로 짓기로 했다. 면적이 크지 않은 대신 내·외부가 하나인 듯 시각적으로 넓어 보일 수 있게 빛을 반영한 설계도 잊지 않았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삼화 수성페인트, 한화 인테리어필름 | 바닥재 ▶ VISTA 수입 포세린 타일, VINTAGE 강마루 | 욕실 및 주방 타일 ▶ VISTA 수입 포세린타일 / 욕조 및 세면대 – 마천석 30T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 가구 ▶ 현장 제작
조명 ▶ 테크노 전기 LED 조명 | 현관문 ▶ 이플러스윈도우 시스템 도어 | 방문 · 붙박이장 ▶ 현장 제작 + 도장 마감, 현장 제작 + 필름 + 패브릭 마감
POINT 1 - 제주도와 어울리는 마감재
POINT 2 - 집 안 곳곳의 창
POINT 3 - 하나가 된 열린 공간
제주의 돌, 바다, 바람 등을 모티프로 삼아 공간의 형태는 최대한 절제하면서 색감과 질감을 잘 활용하여 또 하나의 ‘섬’과 같은 집을 완성했다. 집을 짓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단연 욕실. 전체 면적을 두고 봤을 때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넓은 공간을 할애했다. 계절에 따른 관리와 대지의 위치상 야외가 아닌 실내에 이를 구현했는데, 물놀이를 좋아하는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장소가 되어준다.
생경한 곳에서 느낀 소중한 경험. 이제는 익숙하지만, 여전히 설레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를 가족이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길. ‘시호루(時好鏤)’라는 그 이름처럼 말이다.
취재_ 김연정 | 사진_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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