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에서도 쾌적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목재 모듈러 가구, 도잠을 선보이는 이정혜 대표를 만났다.
#무릎_하나_들일_작은_집을_위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물건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도잠’의 이정혜 대표는 지난 1996년부터 18년간 그래픽 디자인 회사 ‘베가스튜디오’, 4년간 수공예 생산자 플랫폼 ‘소생공단’을 운영하다 현재는 소형 목재 모듈러 가구 브랜드 ‘도잠’에서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오고 있다.
도잠은 합판 가구가 흔치 않던, 특히 카페 등 상공간이 아닌 가정용으로 만든 합판 가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던 지난 2016년에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론칭했다. 합판이 표면적으로 보면 굉장히 비슷비슷한 두께에 표준화된 재료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도잠은 이를 가지고 유격을 정확하게 맞추고 정성스럽게 다듬어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짜맞춤 가구를 제작한다. 시제품을 많이 만들었다가 버리기도 하고, 수많은 종류의 합판을 써보기도 하는 과정을 거쳐 도잠만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도잠이라는 브랜드명은 중국 문인 도잠 도연명이 관직에서 물러나 속세를 등지고 시골 작은 집에서 전원생활의 기쁨을 노래한 시 ‘귀거래사’의 한 구절인 ‘무릎 하나 들일 작은 집이 나’로부터 감명받아 이름붙였다. 도잠 역시 ‘작은 집에 사는 법’이라는 모토를 지녔다.
#여성의_부드러운_힘을_담은_가구
도잠의 구성원은 모두 여성이다. 이 대표에게는 여성으로서 살아나간다는 것, 여성 디자이너가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함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화두였다. 그래서 여성적인 특성이 반영된 가구, 여성들이 실제로 사용할 때에도 ‘이 물건이 정말 나의 물건이구나’하고 느낄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만큼 가구가 여성 목수의 손길로 완성되어지는 것이 그녀에게는 큰 의미를 지녔다. “가구를 만들다 보면 남성만큼, 또는 남성을 능가할 정도로 정말 힘이 센 여성들이 있는데, 오히려 그 과한 힘 때문에 가구 한쪽이 무너지거나 잘못 가공되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책장도 교직하는 구조라 완벽한 짜맞춤을 위해서는 빡빡한 유격이 필수인데요. 억지로 힘을 줘 밀어 넣으면, 다른 쪽이 반동으로 일어나요. 대신 나무를 달래듯, 보살피듯 부드럽게 약한 힘으로 톡톡 치면 조금씩 들어맞죠. 가구를 만들면서 강력한 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더욱 잘 깨달았어요.”
도잠을 단 한줄로 표현해달라는 물음에 이 대표는 오랜 시간 고민하다 ‘집에 들어왔을 때 당신을 반겨주는 친구같은 가구’라고 답했다. 모던한 하이엔드 가구들이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기능주의를 강조한다면, 도잠의 가구는 왠지 마음이 가는, 마음을 얹어도 될 것 같은 가구를 지향한다. 우리 선조들이 개의 다리를 가진 밥상 ‘개다리 소반’을 쓰며 물건을 하나의 ‘존재’로 여겼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도잠의 가구에 눈코입이나 발의 형태와 같은 요소들을 교묘히 숨겨놓기도 했다고 하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취재협조_ 도잠 인스타그램 dozammi, www.dozamm.com
기획_ 오수현 | 사진_ 변종석, 브랜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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