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에 대한 사랑으로 발을 들인 양조의 세계. 향긋한 홉 향기로 가득찬 시골 공방에서 우리 맥주라는 고민을 담아 오늘도 그녀는 솥 앞을 지킨다.
와인은 신이 만들고, 맥주는 과학이 만든다
“맥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과 끈기, 위생 그리고 편한 복장이에요.”
평야가 시원스럽게 펼쳐진 경북 의성의 한 마을. 푸른 홉 덩굴이 싱그러운 하얀 가게 안에서는 큰 솥이 김을 내며 끓고 있다. 이곳은 김예지 씨가 꾸려나가는 맥주 공방 ‘호피 홀리데이’. 맥주하면 시원함을 떠올리지만, 이를 만드는 것은 불과 오랜 기다림이다. 맥아를 긴 시간 끓여 당을 추출하고 맥즙을 걸러내 다시 끓이고, 효모와 홉을 넣어 또 한 번 끓이고 식힌다. 모든 과정을 거친 맥주는 7~14일간 19~21℃ 정도의 온도에서 숙성을 거치며 우리가 마시는 ‘맥주’가 되어간다. 이때 살균과 위생은 무조건 필수. 조금의 오염이 몇주의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년 작물 상태나 기후 상황 등에 따라 같은 브랜드에서도 맛이 달라지는 와인과 달리, 맥주는 쓰이는 재료 상태나 양, 온도와 발효 정도 등 정해진 ‘레시피’만 정확히 지키면 늘 원했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매력을 가진다. 이는 ‘나만의 맥주’를 추구하는 예지 씨가 맥주를 직접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호피 홀리데이’한 나만의 맥주
직접적인 연고도 없는 의성에 자리 잡게 된 것은 브루어리의 꿈을 키우던 중 찾았던 홉 축제에서 홉 농장 ‘홉이든’을 꾸려나가는 부부를 만난 것이 계기였다. 신선함이 중요한 홉을 근거리에서 조달할 수 있고, 무색무취한 대도시보다 지역사회와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이곳이 왠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나아가 홉을 포함해 다양한 국산재료와 나만의 레시피로 ‘의성맥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그녀 안에 그려졌다. 그런 이유로 대구에서 열려고 했던 공방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호피 홀리데이’라는 이름의 맥주공방이 되었다.
호피 홀리데이를 연 지 2개월. 오전에는 브루잉 원데이클래스가 진행되고, 오후에는 수제맥주를 나누는 펍이 된다. 동네에서, 그리고 여러 지역에서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며 “문화적인 갈증을 맥주공방이 채워드리는 것 같다”는 그녀. 동네 분들이 수제맥주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고 또 즐기며 만드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
“맥주에서 홉의 특성이 잘 느껴질 때 ‘호피’하다고 해요. 외국에서는 ‘호피 홀리데이 보낼 거야’라고 하면 맥주에 푹 빠져 쉴 거라는 의미로 통하기도 하죠.”
맥주가 좋아 브루잉을 시작한 예지 씨. 나만의 맥주를 만드는 클래스를 위해, 펍에서 즐기는 한 잔을 위해 호피 홀리데이를 찾은 이들에게 오늘도 ‘호피 홀리데이’를 전한다.
호피 홀리데이
경북 의성군 안계면 소보안계로 2068
www.instagram.com/hoppy_holidays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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