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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지붕재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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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0-3 / 전원속의 내집

모던하고 개성 있는 건축물에 사용되던 징크가 대중에게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그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슷한 성능이라 자칭하는 컬러강판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본지 전문가 칼럼을 통해 징크를 위시한 금속지붕재 시장을 정확히 알고 진단해보자. 

구성 정사은   자료협조 선이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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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사용된 Pre-Weathered 징크  


징크는 영어로 Zinc로 표기되며 아연(Zn)을 뜻한다. 아연은 수소(H), 산소(O), 철(Fe)과 같이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소이다. 따라서 징크는 무엇보다 소재를 의미하며 얇은 판상재의 형태로 지붕과 외벽 등 건축 외장에 쓰인다. 지붕재로서의 징크의 역사는 멀리 로마 시대 폼페이 유적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본격적인 사용은 얇고 넓적하게 가공된 Rolled Zinc가 개발된 1811년 이후이다. 특히 1852년 프랑스 파리가 도시계획에 따라 재정비될 때, 모든 지붕에 징크를 사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대대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해 오늘날 파리 건물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후 1960년 티타늄이 합금된 징크가 개발되고 1976년 최초로 생산공정에서 인공 산화층을 형성해 유통하는 프리웨더링(Pre-Weathering) 제품이 등장하면서 오늘날의 징크 시장이 형성되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기와집과 초가집으로 대변되는 지붕재를 사용해왔다. 이것을 허문 최초의 지붕자재는 슬레이트이다. 석면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슬레이트는 우리나라 지붕자재 역사에서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최초의 수입 지붕재인 아스팔트싱글은 서구식, 특히 미국식 주택에 대한 기대와 맞물리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실상은 디자인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여 많이 사용된 측면이 크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합판 없이 콘크리트 위에 아스팔트싱글을 시공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자재와 시공 양 측면 모두 품질을 놓친 결과, 결국 싱글은 지붕재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동판은 아스팔트싱글의 후레싱과 물받이 재료로 시장에 진입했다. 서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도 식민지시대 일부 상징적인 건물의 지붕에는 동판이 사용되었지만, 그 명맥이 끊어져 있다가 다시금 복귀한 것이다. 이후 고급건축물의 전체 지붕에 주로 적용되었지만, 색상이 너무 어둡고 무거워 모던한 건축물을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동판은 자재만 공급되었을 뿐 세계적인 건축의 흐름이나 기술과는 동떨어져 있는 한계를 보였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 말 징크가 도입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한 건축시장이라는 바탕 위에 모던한 건축물에 대한 요구와 맞아 떨어지면서, 징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50년 이상을 보장하는 유일한 지붕재인 징크 

지붕재로서 징크의 장점은 무엇보다 ‘살아 있는 소재’라는 것이다. 은백색의 징크는 표면이 살짝 부식되어 산화층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금속 내부의 부식을 억제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 층을 ‘산화보호층’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파티나(Patina)라고 부른다. 요즘은 대부분 공장에서 미리 파티나를 형성한 제품이 사용된다. 산화보호층은 시공 이후에도 공기와 반응하면서 치환되거나 안정화된다. 즉, 숨을 쉬는 것이다. 공기가 맑은 시골에서는 100년 이상, 도심에서도 50년 이상 그 기능이 보장되며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거나 노후화되지 않고 언제나 새것 같다는 장점이 있다.  징크의 산화보호층은 광택 없는 회색인데, 현대 건축이 추구하는 모던(Modern)과 내추럴(Natural)한 감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최근에는 회색을 베이스로 다양한 컬러음영을 추가한 제품도 선보여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징크의 생산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단계는 광석에서 순수한 아연만을 획득하는 제련공정이며, 둘째는 제련된 징크를 얇고 넓적한 판재로 만드는 압연공정이다. 그리고 공장에서 미리 산화보호층을 형성시키는 표면처리공정이 마지막이다. 우리나라는 유럽, 미국, 일본을 제외하고는 철, 동, 알루미늄에 대한 제련공장과 압연공장을 모두 가진 유일한 나라이다. 하지만 징크의 경우, 제련공장은 있지만 압연공장은 없다. 그 이유는 다른 금속과는 달리 징크의 압연제품, 즉 징크판은 건축 외장용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이다. 압연공장(Rolling Mill)을 건설하기 위한 초기투자비용에 비해 국내 시장 규모가 아직도 너무 작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현재 국산징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made in KOREA’ 타이틀을 단 징크를 찾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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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와 컬러강판 구별법 

그런데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국산징크가 있다. 그것도 진짜(Real)라는 의미의 형용사를 앞에 달고 말이다. 사실 이 제품은 겉모습만 징크처럼 보이지 실제로는 철(Fe)로 만든 판 위에 페인트를 칠한 컬러강판이다. 징크는 우선 재료의 물성 자체를 나타내기 때문에 겉모습이 징크와 유사하다고 해서 징크라 불러서는 안 된다. 이것은 소비자의 혼돈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적인 상술이다. 그것도 대기업이 할 짓은 아니다. 

이미테이션과 진짜 징크를 구별하는 것은 몇 가지 사항만 확인해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징크가 아닌 것은 아무리 정교하게 포장할지라도 페인트 도장 때문에 매끈하고 광택이 나므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징크는 자석이 붙지 않는 반면 컬러강판은 철이기 때문에 자석이 붙는다. 알루미늄판에 징크처럼 보이게 도장한 이미테이션도 있는데, 알루미늄은 자석에는 붙지 않으나 징크에 비해 무척 가벼워 손으로 들어보면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징크를 흉내낸 컬러강판은 지붕에 사용하기에 적당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컬러강판은 징크와 같은 시공방식으로 지붕에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징크의 지붕시공법인 이중 돌출 이음(Double Standing Seam)은 판재를 180° 꺾어 판과 판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페인트가 칠해진 제품은 도장에 손상이 생겨 철판의 부식으로 이어진다. T-Bend Test를 한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도장에 크랙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상단 이미지 참조). 이 갈라진 틈을 통해 수분과 강판이 만나고 부식이 시작된다. 설사 도장이 손상되지 않은 표면이더라도 페인트의 수명이 다하면 부식이 발생한다. 징크 이미테이션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 수지 도장의 수명은 약 10년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 때문에 이미테이션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체 비용과 내구성의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징크든 이미테이션이든 각상, 합판, 멤브레인과 같은 부자재와 인건비는 동일하다. 오직 원자재의 가격 차이가 있을 뿐이다. 컬러강판은 징크 가격의 20~25%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자재와 인건비를 포함한 총 가격은 ㎡당 약 10만원 정도로 징크 시공과 비교해 80%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징크의 수명이 50~100년인데 비해 컬러강판의 수명은 고작 10년이다. 내구성을 생각한다면, 어떤 자재를 택할 것인지 답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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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크(VM Zinc) T-Bend Test   ▶ 컬러강판(Real Zinc) T-Bend Test  

                    마감         자석부착     두께       무게(㎡)

   
징크             금속자체        X           0.7㎜     5.04㎏
컬러강판      페인트            O          0.5㎜     3.9㎏  
알루미늄판   페인트            X          0.7㎜     1.89㎏ 

 

 

징크의 시공과 유의사항 

징크는 동판과 함께 Architectural Sheet Metal Roofing을 구현하는 주요한 두 소재이다. 징크의 시공은 고급맞춤 양복에 비유될 수 있다. 아무리 어렵고 복잡한 외장도 징크로 감쌀 수 있다. 세밀한 디테일은 손기술과 오랜 경험을 요구하며 경력 10년 이상은 돼야 숙련공으로 불릴 수 있다. 징크의 시공은 물의 흐름을 봐가며 금속을 서로 맞접어 시공하는 것이다. 접어서 물 처리가 되지 못하는 곳은 납땜을 해야 한다. 제대로 징크를 시공하기 위해서는 품이 많이 드는 만큼 복잡한 시공방식 때문에 시중에는 여러 가지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건축주는 지붕에 코킹을 사용하면 그 이유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좋은 시공을 위해서는 손기술만이 아니라 미리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시공회사 또한 징크에 적합한 시공계획도서를 잘 준비해야 한다.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징크 밑면에 환기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징크는 우수한 자재이지만 갇힌 습기에 약하다. 따라서 징크와 합판 사이에는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환기층을 반드시 형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델타멤브레인이라는 특수 이격재와 델타클립이라는 고정클립을 사용해야 한다. 이 부속재는 지붕의 합판마감과 징크 사이를 8~10㎜ 띄워 주는 역할을 하는 징크 시공의 핵심적인 재료이다. 이를 이용해 공기층을 확보하지 않고 징크를 지붕에 사용하였다가는 시공 후 1~2년 만에 아주 심하게 부식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징크의 박람회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브랜드의 징크가 유통되고 있다. 각 제품의 품질과 특성이 조금씩 다르며 외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제품도 유통되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항목으로는 산화보호층의 안정성, 표면색상의 균질성, 절곡시 크랙 발생 여부, 보양필름의 부착 여부 등이 있다. 또한, 브랜드의 역사와 국내외 시공 실적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격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고급 징크와 저렴한 B급 징크의 원자재 차이는 10% 정도이며 전체 시공비로 보자면 3~4%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참 낮게 시공비를 제시하는 곳이라면 적정 부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시공 기술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적은 비용차이지만 그 품질은 천차만별인 금속 지붕재 시장. 소비자의 세심한 주의만 있다면 내구성 좋은 마감재인 징크의 저변이 확대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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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크의 다양한 색상과 톤  


이 글을 쓴 장우혁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1994년 선이인터내셔날㈜과 선이건설㈜을 설립했다. 징크와 자작나무합판 등을 국내에 도입하였으며, 현재는 대한민국 패시브하우스 보급에 힘쓰고 있다.  02-3141-4774 sunnie@korea.com www.sunnie.kr   www.vmzi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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