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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트리하우스를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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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여름이 되면서 트리하우스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입구 전등에 작은 새가 집을 지어 네 마리의 새끼가 자라고 있다. 조금 지나면 그들은 둥지를 떠날 것이다. 가슴 떨리는 미지의 세계로. 지금의 나처럼.

 

 

 

무려 15년 전의 일이다. 업무 차 전국의 산야를 다녔지만, 사는 곳 지척에 이런 첩첩산중이 있는 줄 몰랐다. 대전에서 차로 30분 거리. 충남 옥천의 굽이진 산세 속에서 우연히 덩굴로 뒤덮인 늪지대를 만났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였지만, 김득영 씨는 여생을 보낼 곳으로 이곳을 점찍었다.

그는 아내를 데리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밭머리 캠핑장’을 찾았다. 산에서 보면 밭의 시작점에 있다고 그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군용 텐트를 치고 코펠 밥을 지어 먹으며, 넓은 땅 이곳저곳에 원두막도 짓고 창고도 세웠다. 그 사이 경운기, 트렉터, 미니 굴착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간 장비도 수두룩하다. 개간한 땅에는 300여종이 넘는 나무를 심고 연못도 만들었다. 농사도 짓지 못할 정도로 20년간 농사도 짓지 못했던 묵은 땅이 그의 땀방울을 영양분 삼아 서서히 변해갔다.

어느덧 제대로 된 집을 지을 때가 왔다. 10년 동안의 천막생활로 욕심을 부릴 만도 했건만, 선택은 단호했다. 단층의 소박한 농가. 자는 시간 빼고 대부분을 자연에서 보내는 부부에게 큰 집은 오히려 짐이었다. 전기와 수도, 이제는 인터넷까지 갖춘 땅에 안정된 집을 짓고 나니 그제야 득영 씨는 숨겨둔 카드를 꺼냈다.

바로 오래된 로망, 트리하우스였다.

 

 

신나무 수형에 맞춰 집의 모양을 다듬었다. 남은 자재로 짓다 보니 한쪽 지붕은 너와, 반대쪽은 싱글을 덮었다. 필로티 하부는 온종일 그늘을 선사하는 또 하나의 휴식 공간이다.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700평 정원에 둘러싸인 트리하우스는 15년 동안 가꾼 농장을 감상하는 전망대와 같다. 

 

 

 

창을 최대한 많이 내어 원두막 같은 집을 짓고자 했다. 따로 단열공사는 하지 않았다. 

 

 

 

(왼쪽부터) 4륜구동만 들어올 수 있었던 15년 전 땅의 모습. 부부는 이곳에 군용 막사를 치고 주말마다 자발적 노동캠핑을 했다. / 굴착기는 소형일수록 전복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 자부하던 득영 씨도 두 번이나 넘어졌다고. / 미국에서는 나무에 볼트를 박아 지지하는 TAB(Tree Attachment Bolt) 공법이 유행이다. 볼트를 나무가 딱 물고 있어 생태에 큰 지장은 없지만, 나무가 자라면 집도 올라갈 우려가 있다. 득영 씨는 필로티 형식의 철골조 플랫폼 방식을 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리하우스에 대해 호불호가 크다. 나무에 해를 입힌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다. 득영 씨 역시 우리나라에는 트리하우스를 지을 만한 큰 나무가 없고, 관련된 기술도 전무한 실정이라 여겨 스스로 방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독립적인 플랫폼을 세워 집을 올리는 것. 철골조 용접과 전기만 기술자를 부르고, 나머지 작업은 아내와 둘이 했다. 장장 1년이 걸렸다.

 

 



 

 

 

나무에 직접 부담을 주지 않고,   
나무에 기대어 공생하는 방식으로 지은 트리하우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나만의 세상이다.

 

 

 

직접 수확해 말린 곶감. 시골 농장으로 얻는 수익은 없다. 자급자족하고 지인들과 나눠 먹는 삶이다. 오히려 퇴비 값 등 돈이 들면 몰라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변에 있는 자재로 뚝딱 만들어보는 걸 즐긴다. 모자와 열쇠는 나뭇가지에 툭 걸어두면 그만이다.

 

 

 

트리하우스는 지형 여건, 날씨, 나무가 자라는 속도까지 짓기 전 고려할 사항이 많다. 같은 꿈을 가진 동지가 있다면, 발 벗고 조언하고 싶다. 열심히 산 당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 

 

 

TIP - 김득영 씨가 알려주는 트리하우스에 대한 궁금증 셋

어떤 나무를 택할까?

천근성인 아카시아나 낙엽송 등은 뿌리가 땅 속에 깊이 박히지 않아 태풍이나 폭우에 잘 쓰러질 수 있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도 폭설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쓰러질 수 있어 역시 피해야 할 수종이다. 밤나무나 감나무는 밤송이나 홍시가 떨어져 집을 엉망으로 만든다. 수액이나 꽃가루가 심한 나무, 특이한 냄새가 나는 나무도 유의해야 한다.

관상수나 가로수로 선호되는 느티나무나 팽나무 등은 수형이 예쁘고 빨리 자랄 뿐 아니라, 나무 그늘이 좋다. 벚나무나 이팝나무 등은 봄철 흐드러진 꽃이 특별한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단, 속성수는 나무의 성장 속도를 잘 예측해 트리하우스를 설치해야 한다.

트리하우스는 건축법상 어떻게 분류되나?

트리하우스는 건축법상 어떤 기준이 없다. 6평 미만이다 보니 농막이나 창고 등 가설건축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지역은 6평 미만 농막은 신고도 필요 없게 되어 있다. 다만, 자체적인 구조 설계는 꼼꼼하게 해야 한다.

땅은 있는데, 마땅한 나무가 없다면?

집을 세울 지지대를 먼저 만들고 어느 정도 굵은 느티나무 두 그루(20만~30만원 선)를 양쪽에 심는다. 두세 해 지나면서 나무가 크면 멋진 트리하우스로 변모할 것이다. 첫해는 나무가 몸살을 하더라도 3년이 되면 제법 풍성하게 잎으로 덮을 수 있을 것이다.

 

 

남서향으로 앉힌 본채는 오후 볕이 한가득 들어올 텐데, 10년 전 심어둔 느티나무 덕을 톡톡히 본다. 나무가 너무 울창해 트리하우스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가만 보면 창문도 다 제각각이고, 바닥 장판도 5쪽 문양이 달라요.
중고 자재들로 하나씩 채웠으니, 원가 계산이 안 되는 집이에요(웃음).”

트리하우스가 녹색인 이유도, 마침 녹색 페인트가 남아서라고. 실내는 3평을 조금 넘지만, 4인용 테이블이 들어가는 데크와 전망용 발코니를 전면에 두어 손만 뻗으면 어디에서든 나무가 닿는다.

내부는 작은 침상과 스피커, 오래 전부터 수집해 온 카메라 장비가 선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봄부터 가을까지, 휴식 시간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고 가끔 책을 읽다 밤잠을 청하기도 한다.

트리하우스를 짓고 그 매력에 푹 빠진 그는, 비슷한 로망을 가진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어느 세찬 비바람이 부는 밤. 트리하우스에 등잔불 하나 켜 두고 창밖을 바라봤어요. 유리 너머 흔들리는 나무의 모습과 잎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가히 환상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죠. 트리하우스의 클라이막스는 그렇게 뜻하지 않게 찾아와요.”

 

 



 

 

 

트리하우스의 가을과 겨울 풍경. 지내기엔 여름이 가장 좋고, 멀리서 바라보기엔 겨울이 가장 멋지다.

 

 

취재협조 _ 이방갈로|www.ebungalow.co.kr

취재 _ 이세정 사진 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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