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 친환경 천연 농약 만들기

본문

미생물이 있어야  작물이 건강하다
내손으로 직접 만든 천연농약

자연 그대로의 벌판과 ‘내 밭’과의 차이는 작물을 심고 안 심고의 차이밖에 없다. 벌판에서도 식물이 자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곳에는 인위적인 농약의 활용이 전혀 없음에도 훌륭히 유지되는데, ‘내 밭’은 그렇지 않다. 40~50년 전 한국의 100% 농가가 순수유기재배를 했었다. 화학농약과 화학비료가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다. 변변한 천연농약 없이 어떻게 수천 년의 농업이 영위될 수 있었단 말인가? ‘친환경 농업’이란 신발명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보편적인 농업의 관행적 사고체계는 고작 30~40년 밖에 안 되는 짧은 역사에서 급조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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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밭을 인접산(山)의 부엽토 처럼,
내 밭의 미생물을 부엽토 속의 미생물처럼 동일하게,
내 밭의 유기물을 부엽토의 순수유기물처럼 풍부하게,
내 밭의 토양미네랄을 부엽토의 미네랄처럼 다양하게,

그렇다면 이처럼 병해가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병든 토양을 살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토양병균은 토양미생물을 말하는 것이다. 미생물 가운데서도 작물에 유해한 것을 일반적으로 병원균이라고 하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예컨대 병원성 균인 후사리움의 경우 일정 수준의 밀도라면 작물의 생육을 양호하게 한다. 반대로 병원성을 가지지 않는 미생물일지라도 정도 이상으로 늘어나면 해를 끼친다. 따라서 미생물을 이것은 좋은 것, 저것은 나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일단 보류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토양병해가 이 같은 병원균에 의한 피해가 많은 밭에서 만성적으로 발생한다는 데 있다. 


식물과 미생물의 공생관계를 활용하자

토양병해는 미생물이 뿌리를 공격하는 것이고, 그 결과 뿌리와 미생물의 사이가 나쁜 상태에 빠진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원래 뿌리와 미생물은 좋은 사이다. 미생물은 식물보다 훨씬 먼저 생겨났다. 미생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식물은 신참자이고, 재배작물은 더욱더 그렇다. 이러한 고참과 신참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육상의 식물은 생겨난 그 순간부터 미생물에 둘러싸여 있고, 미생물 안에서 생육하고 있다. 새로 태어난 식물은 반드시 미생물의 세례를 받는다. 작물이 자라면서 어떤 균은 사멸하고 어떤 것은 방어수단을 마련해 살아남는다. 식물은 환경의 변화에만 적응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생물의 공격에 견디며 차츰 저항력을 강화시켜 독성이 약한 균을 가려서 받아들여 공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미생물에는 상대를 죽여 탈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물과 공생해 가며 영양을 취하는 형태로 진화하는 균들도 있다. 식물과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볼 때 공생이 성립하는 것은 쌍방의 쟁탈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물은 미생물과 공생한다.
그렇다면 작물의 경우는 어떤가. 작물도 식물로서 그 나름대로 미생물과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 콩의 근립균이나 작물의 뿌리에 살고 있는 균근균은 작물로부터 양분(광합성 산물)을 받아들이는 한편 작물에게는 질소나 인산 등의 양분을 공급한다. 더욱이 뿌리와 미생물은 이러한 직접적인 상부상조 이외에도 다양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예컨대 작물의 뿌리는 근모 등을 통해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 것은 물론 뿌리 조직의 일부를 이탈시킨다. 이 분비물과 이탈된 뿌리 조직은 토양 중의 미생물에게는 영양분이 풍부한 먹이다. 이 때문에 뿌리의 표면에는 이것을 얻기 위하여 수많은 미생물이 모여들어 뿌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비근권(比根圈)의 몇 배에 해당하는 밀도의 미생물이 서식하게 된다. 이 근권 미생물은 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효소 등의 여러 가지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분비물은 뿌리로 흡수되거나 뿌리에 자극을 주어 뿌리의 발달을 촉진시키고 활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흥미 있는 사실은 미생물의 분비물은 지상부의 보이는 쪽의 생육을 좋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작물을 아담하면서도 단단하게 생육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즉, 잎을 무성하게 하기보다 병해에 대한 저항력이나 품질향상을 촉진한다. 바로 이것이 미생물이 공급하는 양분의 특징이다. 잎을 무성하게 하는 것은 비료를 주는 것으로 가능하나 병해에 대한 저항력의 증강이나 품질 향상은 그리 간단하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생물로는 이것이 가능하다. 바로 이런 것에 미생물과 작물의 공생관계를 만들어 내는 묘미가 있는 것이다. 비약해 말한다면 작물은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바탕으로 생명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공생은 다양성의 기초임을 명심하자

다양한 미생물이 뿌리를 감싸고 있으면 몇몇 미생물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나 작물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건전한 뿌리는 다양한 미생물을 기르고 뿌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병해로부터 뿌리를 지켜 준다. 공생과 다양성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게 되면 특정 미생물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양성은 안정성을 가져온다. 중요한 것은 어느 미생물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서로 절도를 지켜가며 살아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뿌리와 흙은 본래 미생물의 다양성을 보증하고 있다. 빽빽하게 뿌리내린 근모는 복잡한 환경을 만들어 내고,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틈새가 큰 곳, 작은 곳, 산소가 많은 곳, 적은 곳 등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토양도 미생물에게 다양한 살 곳을 제공한다. 원래 흙은 특정한 미생물만 만연하는 것은 억제하고 식물과 미생물과의 공생관계를 보다 좋게 유지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요즈음 토양병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본래 흙이 갖고 있던 이 능력이 마비되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또 어떻게 흙의 이런 능력이 마비되었는가.
가장 큰 이유는 비료의 지나친 투여, 즉 과잉시비 때문이다. 뿌리 둘레에 비료가 지나치게 많게 되면 작물은 질소만을 우선 흡수하기 때문에 질소과다 생육을 한다. 질소과다 생육은 보기에는 훌륭한 생육상태로 보이나 근모의 발달은 나쁘다. 근모가 적으면 근권 미생물이 살 장소가 적어진다.
이보다 더 문제는 질소가 과다할 경우 아미노산 등 뿌리의 분비물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결과다. 근권 미생물이 빈약한 상태에서 분비물이 늘어나면 병원균이 급속히 달라붙어 결국 근권을 점거해 버리고 만다. 따라서 비료를 많이 뿌린 밭일수록 미생물의 다양성은 줄어들고 토양병원균이나 기생성 선충이 많아지는 것이다.

미생물이 살 집을 먼저 만들어 주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해답은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먼저 미생물의 집인 뿌리를 풍부하게 해야 한다. 즉 근모가 많은 뿌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비료가 쌓여 있는 흙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부드럽고 건강한 흙일수록 근모는 잘 발달한다. 그렇다면 왜 비료분이 쌓이는 것일까. 그것은 토양이나 미생물은 생각하지 않고 작물만을 생각해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한 과잉시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비는 토양을 나쁘게 한다. 즉 시용한 비료를 작물에 서서히 공급하는 흙의 기능이 마비되어 버리는 것이다. 흙의 기능이 떨어지고 뿌리의 활동력이 저하되면 비료의 흡수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다시 비료를 넣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적은 비료로 효과가 높은 비료를 만들거나 비료효과가 높은 비료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단비(單肥 : 비료의 3요소인 질소, 인산, 칼륨 모두를 함유한 복합비료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들 중 한 가지만을 가지고 있는 단일성분의 화학비료를 말한다)를 바탕으로 비료량을 줄이는 것이 유력한 방법이다. 이렇게 해야만 다양한 미생물의 터전을 만들 수 있다.
미숙한 가축분뇨를 사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는 양분의 과잉축적을 촉진해 미생물의 서식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석회, 고토 등 토양개량제의 지나친 투입도 미생물의 서식지를 좁힌다.
흙을 만드는 자재로는 오히려 점토나 숯이 더 적당하다. 숯은 표면적이 넓고 틈새를 가지고 있어 미생물의 살 집이 풍부하다. 그저 유기물을 넣는 것보다 좋은 효과를 보는 때가 많다.

산의 흙과 숯을 활용해 땅의 기운을 높여라

그렇다면 시비로 토양을 좋게도 하고 미생물을 이롭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정답은 ‘섞어띄움비’이다. 섞어띄움비료란 닭똥이나 유박, 어분 등의 유기물비료를 발효시켜 만드는 것이지만 일반 비료와 다름 점은 산의 흙(또는 점토)이나 숯을 상당량 넣는 점이다. 다른 비료분이 필요할 때는 단비 등으로 보충하면 좋다. 산의 흙이나 숯은 양분을 유지하고 미생물에게 살 집을 제공한다. 이것을 뿌리 주위에 뿌려 주면 근권 미생물상이 풍부해지고 병해가 없어지며 효과가 안정적이다.
섞어띄움비는 비료만이 아니다. 비료적인 효과도 있고 미생물을 다양하게 하며, 그 위에 미생물의 서식지까지 제공하는 종합자재다. 이것은 작물과 미생물을 공생관계로 만들어 주는 환경 만들기 기술로서, 전통기술의 현대적인 부활로 볼 수 있다. 옛날의 거름들은 대개 이렇게 만든 비료였다. 그래서 옛날의 유기물 이용은 근권 미생물을 양생하는 기술이기도 했다.
낙엽 등의 완숙퇴비를 과채의 상토로 사용했었고, 보리의 발아를 좋게 하기 위해 종자와 퇴비를 섞어서 밭에 뿌렸다. 또한 퇴비를 섞은 비토를 심을 장소 주위에 뿌려 놓기도 했다. 이런 방법은 뿌리를 키우고 근권 미생물을 키우는 뛰어난 기술이었으며, 그렇게 사용된 미생물은 밭을 걸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현대의 유기물은 그저 밭에 집어넣는 자재가 되어 버렸다. 땅을 깊게 갈고 유기물을 많이 넣는다고 흙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뿌리와 미생물의 공생을 조장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섞어띄움비를 사용해 땅의 본래 힘을 되살리는 방법이 절실하다.


TIP - 병해충를 피할 수 있는 자연 식물을 밭 주변에 심자

① 수선화 _ 수선화 녹말로 만든 풀을 가지고 화선지를 붙이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친환경농업에서는 물이나 주정에 우려내거나 생즙을 짜서 천연살충제로 이용한다.

② 은행나무 _ 은행나무를 유심히 살펴 보면 잎사귀와 열매 어디에도 균의 흔적, 충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집안 구석구석에 놓아두면 바퀴벌레 등의 해충을 막을 수 있다.

③ 주목 _ 주목 잎을 알코올과 함께 약한 불에 오랫동안 달이면 유독 성분인 택신을 추출할 수 있다. 택신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을 이용한다.

④ 옻나무 _ 옻나무 줄기에 상처를 내면 유백색의 독성을 가진 수액이 배출된다. 이 수액은 곤충이나 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며 상처부위를 아물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⑤ 아주까리 _ 아주까리 씨앗에 들어있는 리신(ricin)은 자연발생적 생물물질로는 독성이 가장 강한 것 중의 하나다. 탄저균이나 파상풍균 등과 함께 주요 생화학무기로 다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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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영상 씨는 현재 유기농업 전문업체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자닮사는 에너지 의존적 생활양식을 타파하고 우리의 건강과 지역 생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업의 변화를 꾀하며 자연농업에 관한 유익한 강좌들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국내 친환경 명인들이 주도하는 천연농약 전문가 강좌가 인기다. 055-883-8959 http://www.naturei.net

[이 게시물은 전원속의내…님에 의해 2011-01-21 10:48:56 정보에서 이동 됨]

댓글목록

뜰이고운집님의 댓글

뜰이고운집 작성일

유용한 자료로 올해 활용해 볼랍니다.

전원속의내집님의 댓글

전원속의내집 댓글의 댓글 작성일

<P>감사합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