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2년 10월호 편집장 레터 / 집만 있고 문화는 없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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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만 있고 문화는 없는 시대 
 

가을을 맞아 이곳저곳에서 굵직한 건축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잡지 뿐 아니라 여러 주택과 부동산 관련 단행본을 제작하는 우리는, 매번 박람회에 빠지지 않고 부스를 열고 있다. 기자들은 가끔 부스에 직접 찾아가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을 만난다. 요즘 어떤 책을 찾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내용이 궁금한 지 은근스레 묻고 그들의 답을 청한다.


근래 가장 특이한 점은 우리 취재원과 독자들의 나이 변화다. 기존에 전원주택은 은퇴자나 귀촌자를 위한 주거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도심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고 출퇴근하면서 어린 자녀들에게 자연을 선물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유모차를 몰고 온 젊은 부부들이 건축도서를 뒤적이며, 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 박람회의 흔해진 풍경이다. 이들은 개성 있는 디자인에 주목하며 건축의 모든 프로세스를 몸소 습득하려는 듯,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아파트가 더 이상 투자수단이 될 수 없는 현실에서 주택의 저변 확대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수요층의 폭이 넓어질수록, 더욱 다양한 면모로 발전할 것이란 희망도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한발 짝 물러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단독주택이라는 하드웨어는 날로 커지는데, 주거문화라는 소프트웨어는 도무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마당의 잡초를 뽑고 계절별로 꽃을 갈아 심는 것이 주택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집과 함께 나이 드는 것을 기꺼워하며 주기적으로 페인팅을 하고, 물받이를 손볼 정도의 DIY 정신이 필요하다.


경기도에 한 목조주택 단지를 설계한 건축가는 “집을 최소 비용으로 짓고, 나머지 부분은 건축주가 가족들과 함께 꾸며나가는 주제로 시작한 단지였다. 그러나 막상 입주가 시작되고 나니 처음 지어진 상태 그대로 1년을 보낸 집들이 허다하다”며 속 타는 심정을 밝혔다. 지금 단지는 관리 보수가 안 되어 마치 슬램가처럼 전락하고 말았다. 그 책임은 우리나라 사람의 주택관을 제대로 읽지 못한 건축가와 마음만 앞선 건축주, 둘 중 어느 쪽도 피해갈 수 없다.


외국 서점에 가면 주택 유지보수를 위한 다양한 책들이 한 섹션을 차지한다. 누구나 집에 성경처럼 두꺼운 ‘HOME DIY’라는 책은 한 권씩 두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집에 딸린 주차장에 목공 도구들을 챙기고, 주차 정비도 웬만큼 직접 한다. 인건비가 비싼 이유도 있겠지만, 자신의 소유물을 자신이 챙기고 그것을 즐거움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홈디포’ 같은 주택자재 쇼핑몰 하나 없는 우리나라에서, DIY는 고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도 자재를 찾고 직접 손보는 재미를 알다보면, 집과 가족에 대한 애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집짓기 준비를 하고 있다면 짬을 쪼개 공구를 만지고 페인팅 하는 법도 배워보자. 집이 단순히 ‘House’가 아닌 ‘Home’이 될 수 있도록.

편집장 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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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tae님의 댓글

wontae 작성일

일등 국민이 되는 지름 길.<div>그러나 건축주가 하고자하나, 모든 전반적인 규격의 통일이 먼저라 생각함,</div><div>"홈 디포"에서는 규격품을 판매 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꾸미고 고칠 수가 있음.</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