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 농가 리모델링 “네모반듯한 남향집이 새단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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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지어진 흔한 시골집이 모던한 전원주택으로 탈바꿈했다. 반년만에 전격적으로 주말주택을 지어낸 김현수, 최정화 부부는 리모델링에 대한 그들만의 정의를 내려 주었다. 버릴 것과 가지고 갈 것을 과감히 결정하고 나서 무조건 즐기는 것이 정답이라고.
월간 <전원속의 내집> 취재·이세정 기자 | 사진·변종석 기자
땅주인과 집주인이 다르다니요?
새로 집을 지으려면 건축 및 각종 인허가 과정이 복잡한 반면, 농가는 원래 대지에 있기 때문에 간단히 매매만 성공하면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숨은 복병이 있다. 바로 무허가 주택 여부와 지상권 문제다.
가옥대장이나 건축물대장에 나와 있지 않은 집이라면 무허가 주택이라 볼 수 있고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건물등기부등본 등에 소유주가 다르면 땅주인과 건물주인이 다르다는 뜻이다.
건물에 대한 권리를 ‘지상권’이라 부르는데, 땅주인과 매매를 한 후 지상권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다 낡아 허물어진 집이라 재산가치가 없다고 해도 건물주가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서류상으로 땅만 샀기 때문이다.
지상권만 사서 하는 가벼운 전원생활
반대로 지상권만 가진 사람에게 집을 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계약 당시 집주인이 그 집에 버젓이 있으니 더 믿고 샀다가 잔금 치를 때 토지 소유주가 나타나면 계약금만 날릴 수도 있다. 쓸만한 집이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나왔다면 십중팔구 이런 집이다.
그러나 일부러 지상권만 사서 전원생활을 하는 이들도 있다. 집 상태가 좋고 일년 도지세(토지 소유주에게 1년에 한번 씩 내는 돈)가 싸다면 생각해볼 수 있겠다. 지상권을 갖고 있으니 건물은 내 것이며, 토지 소유주는 지상권 때문에 제값에 땅을 팔기 힘들어 시세보다 싸게 내놓을 수도 있다. 단, 마찬가지로 나중에 지상권만 팔기는 어렵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겨울, 김현수 씨 부부는 아이들의 방학을 이용해 경북 문경의 석탄박물관을 찾았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경치와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에 반한 부부는 연고도 없는 이 곳에 이상하리만큼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때부터 문경 마을에 집 한 채 두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 때마침 온라인상에 빈농가로 나온 매물을 보게 된다.
부부는 단번에 이를 사들였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속에 대지는 네모반듯하고 단층의 일자형 집이었다. 수년간의 답사와 건축 문제로 발품과 실랑이에 지친 이들에게는 배 아플 정도로 부러운 이야기다.
내부 벽지와 바닥 뜯어내기
주방 가구와 내벽 철거하기
천장 보강 작업과 지지대 설치하기
다용도실을 위한 시멘트 블럭 쌓기
거실과 방에 새 창호 달기
천장에 석고 보드 작업하기
공사 중반부 진행 모습
주방 뒤편 다용도실로 이어지는 문
주방을 나누는 가벽 작업
현관의 파벽돌 마감과 싱크대 위 타일 작업
현관문 설치와 상인방 보강 작업
디딤계단을 위한 소나무 심박기
부분철거와 증축이 이어진 개조 작업
거의 5백㎡에 달하는 대지는 남쪽으로 앞마당을 두고 북쪽 끝으로 본채 한 동, 측면의 우사 한 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본채는 80년대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시멘트집으로, 부엌 바닥은 꺼져 있고 화장실은 재래식인데다 구들과 보일러를 겸용으로 하는 난방 방식이었다. 그나마 2년 전 지붕개량사업 지원을 받은 청남색 강판기와만 쓸 만한 상태였다. 지붕과 몸통이 따로 노는 어색한 집은 리모델링이 시급했다.
아내 최정화 씨는 “부분 철거로 공사비는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집을 얻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첫 소감을 밝혔다. 부부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기에 현장에 늘 있을 수 없어, 시공자가 작업 진행 상황을 사진을 찍어 온라인상에 올리고 의견을 나누며 진행했다.
한정된 공사비 때문에 쓸 수 있는 자재 역시 한계가 있었지만, 대부분 현장 근처에서 자급자족하면서 리모델링했다. 시공을 맡은 이루리디자인의 강성규 실장은 “지방에서 소소한 자재를 찾기란 매우 힘들며 동네 주민 분들의 간섭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실제로 집 경계에 울타리 대신 작은 대나무를 심었다가 이웃들의 원성으로 다시 뽑아내기까지 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세심한 공사 진행과 실내 구성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면서 본채 부분 철거와 보완이 시작되었다. 시골집 내부벽을 아무 생각 없이 철거했다가는 건물이 붕괴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시에 보강이 이루어져야 했다. 외부 헛간을 부수고 남은 대들보와 기둥을 활용해 지붕을 지탱했다. 그리고 실내 중심에 새로운 목재 기둥을 하나 받쳤다.
김 실장은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할 때는 긴장하고 공사를 하지 않으면 큰일날 수 있다. 건물 손상이 커서 지붕이 내려앉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건물에 충격을 주는 연장을 쓸 때에도 전문가의 견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거실 공간에 새로 노출된 목재 기둥은 마감 없이 놔두기로 했다. 스테인 작업만으로 본연의 나뭇결이 드러나는 기둥은 향과 자연미가 드러나 거실에 장식 효과를 더한다. 실외에 재래식으로 있던 화장실 대신 거실과 연계해 새로운 욕실을 만들고, 주방 옆으로 다용도실도 증축했다. 두 공간 모두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콘크리트 블록을 쌓고 방수를 철저히 해 시공되었다.
현대적 감각의 오브제 몇 가지
농가주택 리모델링은 대부분 적은 예산으로 공사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나오는 폐자재를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잘만 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고 이질적이지 않은 외관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몇 가지 현대적 감각을 더하면 집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 집에는 앞서 제시한 실내 노출 기둥 외에도 파벽돌 현관, 통나무를 심은 계단 등이 적용되었다.
특히 최 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곳은 건물 외벽의 목재 처리다. 남은 목재를 가늘게 켜 벽 한 켠에 덧대주니, 지저분한 전기계량기도 가리면서 외관에 자연미를 더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현관문을 열면 파벽돌 장식 사이로 푸른 잔디들이 돋아나고, 거실과 주방의 칸막이벽은 화려한 꽃무의 벽지로 도드라진다.
중간에 턱이 있던 2개의 방은 과감히 1개로 터 버리고, 주방 바닥은 메워 거실과 일체를 이루도록 했다. 동선이 짧고 시원한 구조로 한 가족이 지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추억과 함께 집은 즐기는 것
입주한 지 2달이 지났지만, 마당은 벌써 남채밭이 풍성하다. 제2의 시골생활에 흠뻑 빠지신 김 씨 부모님들의 소일거리다. 가족들은 구들에 직접 캔 고구마와 옥수수를 구워 먹기도 하고, 근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여름을 난다.
김 씨 부부는 이제 정원 가꾸기에 욕심을 내고 있다. 지대가 낮아 아직 흙과 자갈로 덮여 있지만, 가을이 되면 흙을 돋워 푸른 잔디를 심을 계획이다.
“리모델링에는 적당한 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살릴 수 있는 부분과 버릴 부분을 과감히 정하고 실행해야죠. 옛집의 추억을 어느 정도 버무려두고, 우리 가족만의 향기를 더하는 것이 리모델링의 매력인 것 같아요.”
마당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의 모습이 집을 정녕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살기 좋은 집은 만들기 전이나, 만들고 나서나 좋은 추억을 간직하게 하는 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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