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최현기의 목조주택 현장 진단 / 목조주택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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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서양식 경량목조주택이 도입, 보급된 지 어언 20년이 되어간다. 최근에는 도심지 의 주택 단지에서도 목조주택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공법이 되었다. 그러나 늘어난 양만큼 질적인 면의 발전은 어떨까? ‘목조주택 시공실무’의 저자이며 여러 해 동안 목조주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최현기 씨가 총 4회에 걸쳐 그 답변을 제시한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편집자 주>

연/재/순/서

1. 목조주택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들①

      - 목조주택은 예측가능한 상품인가?

      - 싸고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조건

      - ‘3.3㎡(1평) 당 얼마’는 엉터리 계산법

      -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재산출방법(벽체)

 
2. 목조주택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들②

       - 목조주택의 장점이 단점이 되는 현실

       - 누구나 할 수 있는 구조 계산 방법

       -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재산출방법(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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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조주택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들③

       - 시작이 잘못되면 끝도 잘못된다

       -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재산출방법(서까래)

       - 그 자재를 써야 하는 이유를 알자

 
4. 목조주택에 대해 당신이 모르는 것들④

      - 구분되지 않는 현실

      - 알아야 잘 짓는다

     - 그것을 시스템이라 한다


내가 처음 목조주택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때가 지금으로부터 대략 15년 전이다. 그 때만해도 서양식 목조주택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이었고, 쉽게 다가가기 힘든 고급주택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몇 년 전부터 ‘목조주택은 싸게 지을 수 있는 집’이란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때가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7~8년 전, 국내에 펜션 건축의 붐이 일면서 저렴한 시공비에 좋은 집이라는 업체들의 홍보 효과가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이 아닌가 싶다.

 
목조주택은 예측 가능한 상품인가?

목조주택은 대중적인 주거문화로 제법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싸게 지을 수 있는 집’이란 정의는 분명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건축주가 좋은 집을 싼 값에 짓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공자나 시공업체가 이를 어떤 방법으로 충족시켜 주는가가 문제다. 지금까지 현장실무와 교육을 병행하면서 경험한 국내 목조주택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정도(正道)를 걷는 시공자는 중도에 포기하거나 직업을 바꾸고, 연습삼아 집을 짓는 시공자나 앞뒤가 맞지 않는 입담과 술수로 계약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승승가도를 달리기도 한다. 나는 주변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해보곤 한다.

“집을 잘 지었는데 건축주가 싫어하는 경우와 집을 날림으로 짓고도 건축주가 만족하는 경우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집일까?”

대답은 개개인마다 달랐지만 답변에 앞서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좋은 집에 대한 기준이 아주 모호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함이다. 집을 짓기 전에 금액에 맞는 집의 수준을 어느 정도 예측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또한 집은 완공된 결과물을 눈으로 보아야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고, 진정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직접 어느 정도 살아봐야 가능한 것이다.

목조주택은 현 수준으로 볼 때 건축의 예상 금액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완성된 이후에도 처음의 예상과 맞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싸고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조건

싸고 좋은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들의 마음은 매한가지이다. 그렇다면 싸고 좋은 집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을 음식점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강남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보는 순간, 아마도 높은 가격에 놀라고 말 것이다. 그 음식을 싸고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된다.

그렇게 하려면 좋은 재료를 볼 줄 아는 전문가적 안목이 있어야 하고, 주방장만큼의 요리 실력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요리하는 동안에는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을 테고 음식재료가 모자라거나 남지 않게 짜임새 있게 재료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음식을 완성했다고 하자. 과연 고급 레스토랑의 맛과 같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목조주택도 마찬가지다. 싸고 좋은 집을 짓고자하는 건축주에게 묻고 싶다. 좋은 자재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었는가? 능숙한 기술자처럼 일을 하고, 높은 곳에서 위험한 공구를 다룰 수 있는 실력과 체력은 되는가? 일의 진행 순서와 건축구조를 습득해 올바르게 시공할 수 있는가? 동선과 색 등을 고려한 디자인과 인테리어 감각은 있는가? 이 외에도 땅의 모양과 집과 창문의 방향, 욕실 위치, 인허가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정도를 좋은 집을 짓는 조건이라고 본다면 비전문가가 싸고 좋은 집을 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싸고 좋은 집을 짓는다는 것은 아는 범위 만큼의 집을 짓는 것과 같고, 그것이 결국 금액과 비례한다는 말이다. 싸고 좋은 집은 지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가격에 맞는 집을 자동차 구입만큼 쉽게 짓고, 사전에 금액과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집이다.

‘3.3㎡(1평) 당 얼마’는 엉터리 계산법!

건축주들은 “목조주택을 지으려고 하는데 3.3㎡(1평) 당 얼마예요?”라고 똑같이 묻는다. 목조주택을 마치 자동차 구입하듯이 질문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주택은 부위별로 그 계산법과 적용 방법이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A와 B 집이 있다고 가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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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집과 B 집은 바닥 면적이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3.3㎡(1평) 당 가격으로 책정한다면 바닥 면적이 같기 때문에 건축비 역시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B 집이 A 집보다 벽체 길이가 더 길고, 당연히 벽체 면적도 더 넓은 상태다. 벽체 면적이 넓다는 것은 시공에 소요되는 목재, 합판, 투습 방수지(하우스랩), 단열재, 석고보드, 내외부 마감재, 못 등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공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고 일손도 더 필요하다. 이러한 단순한 비교가 외부 벽체뿐만 아니라 내부 벽체까지 적용된다면 그 차이가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 벽체 길이가 길수록 소요 자재량은 당연히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목조주택이 들어온 이래부터 지금까지 바닥면적으로 공사비를 책정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왔다. 공사를 빼앗기 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무조건 공사를 진행하고 보자는 업체들간의 경쟁 행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집을 짓고자하는 건축주들 역시 건축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이 싼 금액에만 현혹되어 공사를 맡기는 것도 문제다.

현장에서 건축주와 시공자들의 동상이몽을 여러 해 경험하면서 기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고심해 왔다. 벽체 면적에 따른 기본적인 자재 수량을 알 수 있는 스펙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자료와 아이디어를 모았다. 결국 목조주택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된다는 사실에 착안, 그로 인한 자재의 연속성과 반복성을 토대로 벽체용 스케일(Slide Ruler)을 제작했다. 이는 2003년 특허출원을 하여 2006년 특허등록을 얻었다.

벽체용 스케일을 사용하게 되면 설계도에 그려진 주택의 자재 수량을 누구나 1~2분만에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시공자는 건축주에게 자재비를 부풀리는 일이 없어질 테고, 건축주 역시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으로 집을 지으려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건축주와 시공자와의 입장 차이에서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단지 어느 정도 견해의 폭을 줄이며 서로 간에 믿음을 주는 건축을 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재산출방법(벽체)

일반적으로 알려진 목조주택은 미국식 경량목구조 공법을 따른다. 벽체에 사용하는 스터드(Stud)와 OSB합판, 단열재, 석고보드, 외장재, 내장재가 모두 기성품으로 모듈화 되어 있고 치수도 정해져 있다. 기존 모듈에 맞춰 자재를 선별하고 구성하는 것이 싸고 좋은 집을 짓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국내 시공 현장 대부분은 스터드 길이부터 모듈에서 벗어나 있다. 북미에서 사용하는 92 5/8인치(2,353㎜) 보다는 8피트(2,438㎜) 길이의 스터드를 주로 쓴다. 왜냐하면 기성품으로 나오는 단열재와 석고보드, OSB합판의 규격이 표준 스터드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현장에서는 표준 스터드인 92 5/8인치(2,353㎜)를 사용하지 않고 8피트(2,438㎜) 스터드를 사용하면서 스터드 위 빈 공간에 자투리들을 덧대는 헛수고를 하고 있다. 또한 자재와 많은 인력마저 낭비하고 있다.

기본 모듈을 지켜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올바른 시공 방법인데, 이를 깨닫지 못하는 현장이 안타깝기만 하다. 표준 스터드를 사용했을 때 벽체길이가 100피트(30.48m)인 경우 사용되는 자재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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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피트(30.48m) 벽체에 필요한 자재별 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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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벽체의 길이를 알면 전문가는 물론 비전문가라 하더라도 그에 해당하는 자재의 수량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완성된 설계 도면이 있다면 더욱 쉽게 적용해 볼 수도 있다. 도면 위에 벽체용 스케일(Slide Ruler)을 올려놓고 벽체 길이만큼 슬라이드 바를 옮겨놓으면 하단에 자재별 수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방법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 없이 누구나 쉽게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연재를 맡은 최현기 씨는 마스터빌더 목조주택의 대표이며 현재 NS주택문화센터에서 ‘목조주택 자재 산출’을 주제로 꾸준한 강의를 해 오고 있다. 그는 2006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지정된 ‘목조주택 시공실무’의 저자이기도 하다.

교육문의·031-765-9006

http://www.whc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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