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최현기의 목조주택 현장 진단③ / 자재가 남거나 모자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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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서양식 경량목조주택이 도입, 보급된 지 어언 20년이 되어간다. 최근에는 도심지의 주택 단지에서도 목조주택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공법이 되었다. 그러나 늘어난 양만큼 질적인 면의 발전은 어떨까? ‘목조주택 시공실무’의 저자이며 NS주택문화센터에서 목조주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최현기 씨가 총 4회에 걸쳐 그 답변을 제시한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편집자 주>
목조주택의 지붕은 기능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 건축의 구성 요소이며, 건물의 외관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목조주택을 짓고자 마음먹는 이들은 목조주택 지붕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먼저 반한다. 동화 속의 집을 닮은 경사진 지붕과 뻐꾸기창(Dormer)이 외관상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붕은 여름철에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목조주택의 장점을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서까래의 단열성과 처마의 환기 장치 등 지붕이 가진 기능성은 목조주택을 거론할 때 첫 번째로 꼽히는 이점들 중 하나이다.
외관을 결정짓고 목조주택의 장점을 높이는 지붕 구조
국내에 지어지는 목조주택 중에서 가장 널리 지어지는 지붕 형태는 박공지붕과 모임지붕이다. 이 두 가지는 외형이 단순할 때는 물론이고 지붕의 형태를 혼합하면 그 구조미를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또한 정확한 계산식을 적용하면 별 어려움 없이 시공할 수 있으며 시공 비용도 절약된다.
지붕을 만드는 주요 부재는 서까래, 마루대, 마루보, 천장 장선 등을 들 수 있다. 간혹 트러스(Truss)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현장 상황과 일체감을 주기에는 아직 많은 기술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현장에서 직접 서까래를 제작하는 경우가 거의 주를 이룬다.
집 한 채를 짓는데 사용되는 목재는 꽤 많고, 그 자재는 누군가에 의해 산출되어 현장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그 자재가 어디에 쓰여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일은 실제 현장에서 너무나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목조주택이 국내에 들어온 시점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누가 서까래의 길이를 짧게 주문한 범인일까?
스터드를 이용해 벽체를 세우고 바닥 장선을 설치한 후, 서까래를 걸 수 있도록 천장 장선이 옮겨진다. 그 다음, 서까래를 설치하려 하는데, 이 순간 작업이 중지되었다. 서까래의 길이가 짧아 천장 장선에 걸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생긴 것일까?
현장에 있는 작업자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러한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과연, 현장에 짧은 서까래가 도착한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현장에 자재산출을 해서 보낸 사람은 분명 다음 중에 하나다.
① 건축주 ② 시공회사 ③ 빌더(시공자) ④ 자재회사 ⑤ 설계사무소
① 건축주는 아닌 경우가 많다. 건축주는 그 집의 주인이고, 전문가가 아닌 이상 목조주택 전체의 구조와 다양한 건축 자재를 알지 못한다. 건축주가 자재를 산출하거나 발주하는 경우는 그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② 시공회사가 자재를 산출해 현장에 보냈을 수 있다. 시공 현장을 도맡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장관리는 물론, 현장 진행 전에 도면을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도면에서 자재의 수종과 등급, 설치간격, 수량 등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산출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또 정확하게 계산해 주문했다 하더라도 그 자재는 산출한 시공회사의 직원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시공자가 마구잡이로 사용한다면 그 정확도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③ 빌더(시공자)의 경우를 보자. 실제 현장에서 시공에 참여하는 빌더 중에는 자재 산출까지 책임지는 현장 팀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지식과 시간이 드는 일이기에 현장의 시공자에게는 쉬운 일도 아니고 그 일을 나서서 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들이 해야할 일도 아니다. 또한 팀장만이 알고 팀원들은 모르는 상태가 된다면, 그 결과는 앞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④ 자재회사는 실제 현장에서 자재산출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다. 국내 목조주택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재회사에 도면을 보내 견적을 받는 일이 흔하다. 이유는 자재회사에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의 하나로 자재산출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주, 시공사, 시공자들도 이를 환영한다. 왜냐하면 그 공사의 가능성 여부가 낮고, 또 진행된다 하더라도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나무라고, 남으면 남는다고 때를 쓰며 반품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 있는 모든 목조주택 자재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이나, 하소연 할 곳도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재업체가 정확하게 산출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사용하는 빌더가 산출의 근거를 무시하거나, 아예 모른다면 이 역시 안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빌더들은 자재 가감의 잘못을 자재업체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⑤ 설계사무소는 이런 혼선을 없애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다. 구조도면에 부재의 수종, 등급, 크기, 설치 간격 등을 명시하고 도면을 근거로 산출한 내역을 자재회사에 보낸다. 이른바 자재와 도면이 일치하도록 하고 도면을 기초로 시공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설계사무소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자재를 산출할 줄 모르거나, 알지만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도면 작업을 하기에는 설계비용의 책정가가 너무 낮다. 다시 말해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 너무 높다고 생각하기에 선뜻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이것은 첫번째 대상이였던 건축주의 잘못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설계 금액을 지불하려는 건축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반인들이 제대로 설계하는 곳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서까래 3D 스케일 _ 지붕 경사에 맞는 서까래 길이를 산출하는 기구
보통서까래의 길이 산출 방법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자재산출방법(서까래)
이와 같이 목조주택 전반의 상황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누구의 문제이고 누구를 탓할 것인지는 큰 의미가 없다.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건축주는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설계자, 시공사, 시공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돈이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각자의 입장에서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단계까지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근거를 토대로 한 자재산출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건축주, 설계자, 시공사, 시공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암산을 잘하는 한 명의 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계산기를 만들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자가 필요하다.”
① 우선, 지붕 서까래의 길이를 빨리 판별하는 방법이다.
지붕평면도에 서까래 3D 스케일(Rafter 3D Scale)을 올려놓으면 그 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스케일 중 지붕 경사에 맞는 바를 꺼내 도면 위에 필요한 부분에 올려두고 길이를 맞추면 서까래 길이가 바로 산출된다.
② 다음은 서까래 부재의 크기와 설치 간격을 알아본다. 해당되는 지역과 집의 유형에 맞게 수종과 등급을 고른다. 6가지 지붕 형태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비전문가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지붕에 설치될 서까래의 크기와 간격을 알 수 있다.
서까래 크기와 간격은 6가지 중 선택하여 적용한다.
③ 다음은 지붕에 설치될 합판의 수량이다. 지붕합판스케일(Panel 3D Scale)을 알고자 하는 지붕 경사면 위에 올려두면 합판수량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를 헤아려 적용하면 현장시공수량과 일치한다.
지붕에 설치될 합판의 수량을 알 수 있다.
지붕경사(8 : 12)에 설치될 합판수를 산출한다.
④ 산출된 결과값을 자재산출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그 값을 자재리스트로 만들어 자재공급회사와 시공자에게 넘긴다. 현장에 자재가 준비되면 현장 시공자는 자재의 용도에 맞도록 이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 때, 시공자는 반드시 교육을 통해 정확하게 시공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한 쪽만의 이익이 아니라 건축주, 시공사, 시공자, 자재 회사, 설계 사무소 모두에게 편의와 이득을 제공할 것이다.
합리적인 근거로 자재를 수급하는 과정은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목조주택 시장으로 볼때 목조주택 자재의 낭비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또한 보다 높은 신뢰와 투명성으로 목조주택 시장을 바로잡고, 올바른 건축문화를 세우기 위한 초석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는 현 목조주택 시장에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업체와 관계자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2008년은 대외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인해 목조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한 해였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이들에게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2009년은 과거를 극복하고 진취적인 목조주택 시장을 열어갈 수 있는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경간거리계산기 _ 바닥, 천장, 지붕서까래의 크기와 설치간격을 산출하는 기구
▲ 합판 3D 스케일 _ 벽체, 바닥, 지붕 경사에 맞는 합판 수량을 산출하는 기구
연재를 맡은 최현기 씨는 마스터빌더 목조주택의 대표이며 현재 NS주택문화센터에서 ‘목조주택 자재 산출’을 주제로 꾸준한 강의를 해 오고 있다. 그는 2006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지정된 ‘목조주택 시공실무’의 저자이기도 하다.
교육문의· 031-765-9006 http://www.whcc.co.kr http://www.masterbuil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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