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 My Sweet Home / 김재운 씨의 농가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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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제일 넓다는 예당저수지를 감싸고 있는 충남 예산. 서로 볏단을 몰래 날라다 주던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전해오는 따뜻한 마을에 김재운 씨가 산다. 그는 15년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구옥을 리모델링한 지 이제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취재·이세정 기자 | 사진·변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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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집을 고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게 고된 일일 것이다. 중간 중간 일손 놓을 일이 생기는 통에 능률도 오르지 않고 시간마저 기약할 수 없이 흐른다. 이토록 지루한 일을 2년째 하고 있는 김재운 씨. 서울 논현동에서 15년 넘게 인테리어에 몸담아 왔지만, 자신의 집을 최소의 경비로 꾸미는 일은 그에게도 역시 쉽지 않았다.

“제가 이 쪽 분야에 종사해 왔기에 기술이나 눈썰미가 남들보다 뛰어난 점은 있죠. 하지만 육체노동과 시간과의 싸움을 생각하면 혼자라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물론 지금도 완성된 것은 아니고, 마당이며 별채까지 손볼 곳이 무수히 남아 있는 상태죠.”

그는 살림집 뿐만 아니라, 100m 쯤 떨어진 곳에 있는 오리전문식당까지 혼자 힘으로 짓고 꾸몄다. 마당에는 야외테이블과 화장실 등 부대시설까지 제대로 갖춰져 지금은 전혀 불편함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 식당을 찾는 손님도 많아지고, 김씨의 손재주를 구경하러 오는 아줌마부대도 생겼다. 말수 없는 그는 손님들의 칭찬에 쑥스럽게 웃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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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된 시멘트 블록집

프로방스 살림집으로의 변신

2006년 김씨는 도로에 인접한 2천㎡의 부지를 마련했다. 예산읍 중심가에서 차로 5분 거리도 안 되지만,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길이 아니라 고즈넉한 곳이다. 주변을 둘러 낮은 둔덕이 에워싸고 있고, 키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구입 당시 땅 안에는 폐가에 가까운 작은 살림집 한 채와 버려진 창고들이 있었다. 김씨는 식당과 살림집을 함께 구상하고 있었기에 각각 장소별로 목적을 나눠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에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던 주거용 건물은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져 있었다. 50년이 조금 넘은 집이었는데, 실내는 벽지를 뜯어내는 족족 시커먼 곰팡이 자국이 드러났다. 전(前)주인이 보수를 한 번 했는지 어느 벽은 벽지 안에 없던 창문과 통로가 불쑥 생기기도 했다. 김씨는 처음 지어졌던 구조를 최대한 유지, 활용하기로 하고 별다른 단열 장치가 없던 집에 보강을 시작했다.

우선 스티로폼으로 단열을 하고 외부에 목재사이딩을 세로로 덧대 마감했다. 그가 사용한 나무는 근처의 농공단지에서 가져온 파레트용 목재였다. 동파이프 배관자재를 운송하던 파레트였기에 길이가 긴데다, 무료로 얻어올 수 있었다. 목재를 세로로 덧댄 것은 가로 사이딩보다 독특한 분위기를 낼 수 있고, 때나 먼지가 잘 끼지 않아 관리가 더 쉽기 때문이라고 그는 귀띔했다.

다행히 기와 지붕은 색감도 마음에 들고 쓸만한 상태라 별다르게 손대지 않았더니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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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소재와 경제적 자재를 이용한

DIY 개조

현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벽돌을 쌓아 낮은 담장을 만들고 작은 우편함으로 장식했다. 바로 옆에 장미를 심어 내년에는 덩굴이 타고 올라가는 아치를 만들 계획이다. 계단 한 단 높이의 데크를 두어 신발장도 올려 놓았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거실이 나오는데, 오른편으로 부부 침실이 자리하고 맞은편은 주방으로 이어진다. 실내는 전문가다운 개성 있는 인테리어로 완성되었다. 3개월간 집중적으로 수리한 내부는 희고 정갈한 분위기에 숨어 있는 벽장식과 소품들로 재미를 준다. 내벽은 인조석을 붙일 때 쓰는 접착용 타일모르타르로 두껍게 발라주었다. 이는 기존 핸디코트의 1/3 가격이고 바를 때 힘이 많이 들지만, 건조하면 무엇보다 단단한 벽이 완성된다.

천장은 초배지로 쓰는 갱지류를 발랐다. 평상시에는 무르지만, 물에 젖으면 무척 질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하기 적당하다. 기존에 여러 방향으로 지저분하게 연결된 전선도 한 곳으로 모아 오방색을 맞춰 연결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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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와 소품들로 개성이 묻어나는

실내와 마당 풍경

그의 독특한 개성을 볼 수 있는 곳은 창호와 벽난로다. 푸르고 노란 창호들은 흰색 내벽 뿐 아니라 나무색 외벽과도 잘 어울리는 색감이다. 전기 벽난로로 운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은 TV 선반으로 사용되며, 거실의 중심이 되고 있다.

벽난로 맞은 편에는 일체형 벤치를 제작해 설치했다. 모두 파레트에 쓰인 목재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김씨의 손재주를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스테인 처리한 목재들은 나뭇결이 살아있고 곱게 사포질 되어 가구로 사용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한 하단부는 타일까지 장식해 질감을 달리하는 센스도 보였다.

거실 측면은 벽지를 뜯고 나서야 알아챘던 통로에 가판대 모양의 책꽂이를 매입했다. 역시 파레트 목재로 그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침실에는 가장 정성을 들인 붙박이 침대가 자리한다. 높이를 맞춰 짠 수납장과 침대가 이어진 형태로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데 제격이다. 이곳은 손수 만든 CD장과 화장대로 아내에 대한 애정들로 듬뿍 채워져 있었다.

주방은 별도의 창고, 화장실과 이어져 있다. 역시 그가 만든 식탁과 장식장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식탁 위에 호롱불 모양의 조명을 설치해 운치를 높인 것도 아이디어다.


뚝심과 아이디어가 숨어 있는

그만의 아지트

재활용 자재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그의 능력은 마당의 작업실,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다. 자투리 목재로 만든 세탁물 수거함과 다양한 모양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작업실 한 켠에 쌓여 있었다. 20대 초반, 처음 목각의 아름다움에 반해 만들어 본 목각병풍이 아직도 공간의 한 가운데를 차지한다.

“TV에서 누군가 나무를 일일이 조각해 병풍을 만드는 것을 보고 나도 해 볼까 하며 따라했어요. 오랜 시간이 걸려서 완성한 작품으로 제가 나무 만지는 일에 빠지게 한 귀중한 보물이죠.”

그는 틈이 나면 주변 고물상에 들러 버려진 의자 프레임이나 합판 등을 가져다 놓는다. 이들을 뜯고 다시 붙여 페인트칠도 새로 해주면 근사한 외부 벤치가 완성된다. 채색한 자전거 바퀴로 장식한 화장실은 표지판이 없으면 용도를 눈치 챌 수 만큼 멋진 외관이다. 밋밋한 몰딩과 천장에 뿌리기 기법을 이용해 멋을 내두니, 식당에 온 손님들은 일부러 화장실을 찾기도 한다. 마당 곳곳에는 다 쓴 가스통이나 플라스틱 간장통으로 조명을 달아두었는데, 어두워지면 은은히 빛을 밝혀주는 길잡이가 된다.



음악이 있는 파스타집을 위한

소박하고 값진 시간

그는 리모델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현재 운영하는 식당 외에도 살림집을 다시 꾸며 프로방스풍의 파스타집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도로변에 울타리도 제작해야 하고, 마당에는 작은 무대를 꾸미기 위해 자재도 준비해 놓은 상태다. 공연 문화를 누리기 힘든 지역민들을 위해 소소한 음악 파티가 열리는 아지트를 꿈꾸고 있다.

“1년 후에 다시 한 번 구경 오세요. 혼자 뚝딱거리는 일에 이제 이력이 생겼으니, 그 때쯤이면 자신 있게 보여드릴 공간들이 많아질 거예요.”

겨우내 작업실과 마당을 분주하게 뛰어다닐 그의 모습을 본다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집 만들기 041-331-5332




리모델링 궁금증

재활용 숨은 공신, 목재 파레트(Pallets)


파레트는 수출입 시 물건을 대량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틀이다. 대개 목재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주변에 큰 공단이 있다면 빈 터 안에 쌓여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목재 파레트는 포장하는 물품에 따라 주문 제작되기 때문에 사이즈는 천차만별이다. 또한 공단 안에서 한 번 쓴 파레트는 처리할 방도가 없는 골치거리기 때문에 대부분 무료 수거가 가능하다. 외국에서는 실제 이 파레트로 골조를 만들고 짚이나 흙을 이용해 집을 짓는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는 데크 상판이나 평상 제작,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쓰여 솜씨 좋은 주부들의 무한 사랑을 받고 있다.



리모델링 진행과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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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전 상태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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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달기와 외부 사이딩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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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벽지와 곰팡이 철거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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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별 목공과 페인팅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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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직접 제작과 설치


댓글목록

wontae님의 댓글

wontae 작성일

일등 국민<div><br></div><div>멋 쟁 이!!!</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