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2년 9월호 편집장 레터 / 집 짓다 함정에 빠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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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아이의 정서를 바꿉니다

두 살짜리 딸아이를 둔 엄마다 보니, 다른 집을 방문하면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요즘은 단독주택에 사는 젊은 층이 많아져서 이전보다 아이들 만날 기회도 자주 생겼습니다. 이번 특집 기사에 등장하는 세 가족도 우연치 않게 모두 두세 살 터울의 어린 자녀들을 두고 있었습니다. 자매, 형제, 그리고 남매.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이 아이들에게서 분명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생기 바이러스’입니다.

손님이 집에 오면, 방문을 열고 나와 먼저 인사하는 아이들. 당연하다고요? 요즘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은, 인사를 건네면 몸을 배배 꼬며 엄마 뒤로 숨어 버리곤 합니다. 아파트의 육중한 방화문은 집의 안과 밖을 완전히 단절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 안에서 자란 아이들은 세상 밖으로 부딪히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마당은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과도기적 공간입니다. 안과 밖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며 세상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연결 통로가 됩니다. 어려서부터 마당을 놀이 공간으로 삼은 아이들은 집 밖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성향이 나타납니다. 마당과 아이의 정서 사이에는 꽤 과학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생동하는 날씨를 직접 피부로 느끼고, 계절마다 다른 꽃향기를 맡으며 지내는 시간. 마당은 이렇게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며 감정을 풍부하게 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딸 아이가 주택으로 이사오고 나서 공간 지각력이 달라졌다. 길을 한 번에 잘 찾게 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합니다. 특히 3~5세 유아기에는 뇌가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주변의 자극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자녀가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다면, 얼른 손을 잡고 마당을 걷게 하세요. 지나는 개미만 봐도 까르르 웃어대는‘생기 바이러스’를 보고 싶지 않은가요?
저도 늦기 전에 딸아이에게 마당을 선물해야겠습니다. 그 어디가 되든지.

편집장 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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