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2년 8월호 편집장 레터 / 집 짓다 함정에 빠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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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얼마에요?”
집을 눈앞에 두고 사람들이 하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에 익숙해진 이들은 그 잣대를 주택에도 그대로 가져옵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당 1천3만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전국에 지어진 주택의 평균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이 질문은 대답하기 곤란한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아파트는 지가 시세가 분양가에 반영되지만 주택은 땅값‘따로’, 건축비‘따로’입니다. 토지의 가치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너무 커, 대개 건축비에만 한정해 평당 가격을 이야기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완성된 건축물의 유무입니다. 아파트는 모델하우스를 통해 마감재 하나까지도 건축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집은 지어지지 않았더라도 평당 가격은 거의 정확히 계산할 수 있지요. 반면 주택은 빈 땅에 새로 짓는, 그것도 웬만해서는 다른 주택과 똑같이 지을 수 없는 건축물입니다. 완성되지도 않은 건물에 미리 평당 가격을 붙이는 것은 큰 오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건축 전에 롤 모델로 삼을만한 집을 몇 채 꼽아봅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들고 얼마의 건축비로 지어줄 수 있는지 시공사에 문의합니다. 여러 견적서 중에서 가장 낮은 건축비를 제시한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바로 이 순간,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진만으로는 어떤 구조와 단열로, 어떻게 지어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진 속 집은 평당 4백만원 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한 시공사가 3백만원에 지어줄 수 있다고 나섭니다. 이들은 어떻게 이윤을 남길까요? 아무리 이윤을 적게 남긴다 해도(이것 역시 믿을 수 없지만), 건축비를 30%나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석연치 않습니다. 건축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 예를 들어 기초를 동결선 위로 치거나 얇은 철근을 쓰는 등 분명 덜 하거나 생략된 공정, 질 낮은 자재들로 건축비를 메워나갈 것입니다. 공사 중반이 넘어서면 옵션을 내걸고 추가 건축비를 요구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현장에서 이를 조율하다 보면 공사 시기는 늦춰지고, 아마 건축이 끝나고 나면 평당 4백만원짜리 집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당 3백만원짜리 자재와 기술로 지어진 집에 평당 4백만원을 지불한, 어처구니 없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집을 합리적으로 지을 수 있을까요?
자신이 건축에 지불할 수 있는 총비용을 정확하게 뽑고, 여기에 여윳돈 10%를 더 마련한 다음 실전에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가능한 빨리 짓고 싶다면 집의 규모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화려한 치장재는 삼가도록 합니다. 그동안 만난 수많은 건축주들이 가장 후회하는 일로 꼽은 1위는‘너무 큰 집’이었습니다. 시공사 견적을 받을 때도 중요합니다. 접합철물(106p 참고) 등 사소한 자재 하나까지 정확하게 기재해 달라 요청하세요. 바닥재나 조명 등 건축주가 주로 선택하는 자재는 아예 견적에서 제외하거가, 상한선을 두고 그 안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짓기는 인생 최대의 이벤트이자, 큰 재산을 쏟는 일입니다. 빠짐없이 준비하고 뛰어들어야,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 아는 사람을 통해 집 짓는 일이 두 배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마시길.
편집장 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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