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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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수목과 화초ㆍ잔디 등에 화장한 유골의 분골(粉骨)을 묻거나 뿌려 고인을 추모하는 자연장의 세부 기준안을 발표하고 2008년 5월 2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분묘(墳墓)는 현재 2천만기 정도로 추산된다. 전국의 묘지면적은 998㎢로 전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부지면적(2,177㎢)의 절반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풍부한 산림과 수목을 이용하는 수목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묘지와 납골당을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주>
수목장에 주목하는 이유
현대의 수목장은 죽어서도 친구 곁에 머물고 싶었던 영국인과 스위스인의 우정에서 비롯됐다. 1993년 봄 스위스 사람 윌리 자우터는 영국인 친구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죽으면 너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스위스에 묻어다오”라고 부탁한 말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화장하고 남은 분골을 어디에 뿌려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분골을 나무 아래에 묻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나무가 분골을 양분으로 빨아들이면 친구는 나무가 되어 곁에 머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그 뒤로 수목장 보급에 나서 스위스 26개 주 가운데 25개 주에 수목장을 조성했다.
우리가 수목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게 행해지고 있는 장묘문화의 병폐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장묘문화의 주류는 매장이다. 매장문화에서는 무덤을 망인의 명함쯤으로 생각하여 더 웅장하고 더 화려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 묘지는 전 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가 주거하는 주택 면적의 절반으로 서울시 면적의 1.6배에 이른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3/4에 해당하는 면적이 묘지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니, 자연이 산 자를 위한 것이 아닌 죽은 자를 위한 것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장문화의 문제를 인식한 사람들은 대안으로 납골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매장문화에 버금가는 후유증을 낳고 있다. 납골은 망인의 분골을 모시기 위해 석조물이 필요한데, 일부 석조물의 형태가 매우 웅장하고 화려해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게다가 증가하는 납골의 수요로 석조물은 외국에서 수입하기까지 이르렀고, 그 많은 수의 석조물이 수천 년이 흘러도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으니 매장문화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기존 장사법은 산지의 잠식과 함께 대형화 되고 사치스러워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까지 대두되고 있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수목장은 장례법 중 가장 경제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의 장묘문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면서 비용을 걱정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수목장은 어떤 장례법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한국산림정책연구회에서 실시한 수목장 원가계산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당 5인까지 합장할 경우 25년간 관리비를 포함한 총비용은 수목장림의 수목을 ha당 200본을 이용할 경우, 본당 약 200만원, 300본을 이용할 경우 약 130만원, 400본을 이용할 경우 약 98만원으로 추산된다.
장묘 방법별로 구체적인 가격을 비교하면, 매장은 179만~546만원, 납골묘는 772만~1,695만원, 납골당은 40만~348만원이 들고, 이에 반해 수목장림은 98만~196만원이 소요되었다. 이를 1인 기준으로 환산하여 비교하면 매장은 179만~546만원, 납골묘는 52만~106만원, 납골당은 40만원~348만원이다. 이에 반해 추모목 한 그루당 다섯 사람이 합장되는 것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1인당 비용이 19만~39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수목장이 타 장례법에 비하여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물론 이윤이 포함되는 사유림 및 산속에 조성되는 수목장림을 이용할 경우, 비용은 좀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일본과 영국이 500만∼600만원,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450만원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할 때 저렴한 수준이다. (중략)
* 매장, 납골묘, 납골당의 총비용은 초기구입비, 유지관리비(30년)를 합한 비용임.
- 출처 : 장사제도개선방안공청회 자료집(2005.7) 보건복지부/생활개혁실천협의회
* 수목장림의 경우는 초기 조성비 및 25년간의 순관리비를 계산한 것임.
<?xml:namespace prefix = o />이 글을 쓴 변우혁 교수는 고려대학교 농대 임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대학교 임과대학 산림정책 및 자연보호 연구소에서 임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www.sumokjang.info)’의 상임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산림정책학’, ‘북한산국립공원환경해설’, ‘에코-다잉의 세계 수목장’ 등이 있다.
02-3290-3013, 017-246-3096
<전원속의 내집 2008년 6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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