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 난방비 제로에 도전하는 구들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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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산 기슭에 지어진 이우성 씨 댁  

난방비 제로에 도전하는 현대식 구들농가

귀농 5년째 되는 해 이우성, 유안나 씨 부부는 새 집을 마련했다. 농사짓는 밭을 바로 곁에 두고 창고와 별채, 비닐하우스 등이 모두 딸린 근사한 농가다. 더욱이 특이한 점은 계량형 구들을 시공해 기름이나 가스가 필요 없고, 오직 장작만으로 난방이 가능한 차세대 흙집이란 것이다.
취재·이세정 기자 | 사진·변종석 기자 | 취재협조·대한전통구들협회 032-762-8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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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상량식이 있던 날, 이우성 유안나 씨 부부는 대들보를 세우고 집 앞 밭에 옥수수 씨앗을 심었다. 집터 기초공사를 하면서 밭에도 땅고르기를 해 둔 터라, 새 땅에서는 건축과 농사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옥수수는 영글고 부부도 어느새 새집으로 이사를 마쳤다. 5천여㎡의 광활했던 땅이 이제는 집과 곡식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본채와 황토방 별채, 창고, 컨테이너, 비닐하우스에 강아지와 닭을 위한 집까지. 밭은 이미 옥수수가 사람 어깨높이만큼 자라 시야를 꽉 채우고 있었다.
이우성 씨는 “아직 주변이 정리되지 않아 부족하지만, 부부가 오랫동안 바라던 집짓기가 끝나 감개무량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본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별채로 지어진 황토구들방을 취재, 소개한 바 있다. 3평짜리 구들방의 처음과 끝을 따라가면서 본채가 지어지는 모습을 주의 깊게 훔쳐보았다.

 

한옥식 목구조에 심벽치기 흙집의 단점 보완하고 단열성능 높여

집은 외관상 목조주택 분위기다. 그러나 실제는 목구조흙집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송햄록을 이용해 주먹장 결구 방식으로 기둥과 보를 연결하니 전통 한옥 방식의 골조가 되었다. 여기에 벽체는 흙으로 심벽을 쳤다. 가는 각재로 외를 삼고 황토를 잘 반죽해 치대는 작업이다.
특이한 점은 전통 흙벽에 현대적 마감재를 접목한 것. 심벽 밖으로 스티로폼 단열재, 아트론 시트 그리고 목재루바사이딩으로 외부를 마감했다. 이유인즉, 흙벽의 단점인 갈라짐이나 습기 문제 때문이다.
슁글과 목재 사이딩으로 마감된 외관과 달리, 바닥은 전통 구들을 사용했다. 기름보일러나 심야전기보일러도 없다. 90㎡ 면적의 본채와 작은 황토방 별채는 모두 장작열로 난방을 해결한다. 일명 ‘구들보일러’가 가동되는 1호 집인 셈인데, 아직 본격적인 겨울을 나지 않아 효과는 입증되기 전이다.
이 씨는 “한두 번 장작을 때 보았는데 여름이라 외부와 온도차가 크지 않아 미지근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축열이 잘 되어 아침까지 온기가 남아 있었다”고 짧은 경험담을 밝혔다.
구들만으로 난방을 해결하자고 결정하기까지 애초 우려가 많았다. 농사일로 바쁜 부부가 온 종일 장작을 마련하고, 불을 피우는 데만 시간을 소비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뜨거운 방바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번 때면 오래가는 축열’이라며 다른 흙집과 달리 단열재를 시공했으니 한결 나을꺼라 기대했다.

 

구들보일러 시스템으로 방 2개와 거실까지 난방 해결

바닥은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기초에서 1m 이상은 시멘트 벽돌을 쌓아올렸다.
방 두 칸을 이어 한 아궁이로 연결해 구들을 앉혔는데, 고래둑의 높이는 80㎝ 이상으로 하고 폭은 30㎝ 정도 띄웠다. 고래둑을 높이 만들어줘야 불길이 잘 살아나가고, 바닥 흙의 습기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래둑 위에 구들장을 올리고 틈새가 없도록 시멘트모르타르로 잘 메워주었다. 흙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추후 갈라져 가스가 새어나오고, 바닥이 약해 구들장이 무너지는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궁이에 불을 피워 연기가 새는 곳이 있나 확인한 후, 바닥은 7㎝ 두께로 시멘트모르타르 미장을 했다. 구들을 가지고 부부침실과 아이방 난방을 해결하게 되었다. 아이방 앞에 아궁이가 있고 뒤쪽 침실로 굴뚝이 나 있는 형태다.
시공을 맡은 대한전통구들협회의 조창완 대표는 “우리 선조들은 구들을 난방 뿐 아니라 취사에도 활용했지만, 현재는 입식 주방인데다 취사에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기능이 축소되었다”며 남은 열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를 제안했다.
가마솥 걸이가 없는 함실구들 안에 동파이프로 코일을 감아 물을 데우는 방식이다.

기존의 가마솥 자리에 동파이프로 만든 코일(흡열판)을 설치하고, 장작을 때운 열기가 흡열판을 달군다. 달구어진 흡열판이 물탱크를 데우면 전기도 필요 없는 무동력으로 4백ℓ 양의 온수를 얻을 수 있다. 이 온수 배관이 거실을 돌면서 난방을 해결한다.
흡열판에서 물이 데워질 때 폭발음으로 시끄럽지만, 사용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며 아래쪽 찬물방향에서 순환펌프를 달아 물을 밀어주면 한층 조용해진다.


집주인을 닮은 소박하고 편안한 인테리어, 편리함 보완한 흙집으로 탄생

구들집 안은 최대한 생활의 편의에 맞춰 설계했다. 거실공간은 둘로 나뉘었는데, 한쪽은 조각보 공예를 하는 아내를 위한 갤러리다. 이미 레일조명을 설치해 두고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천장은 서까래를 그대로 드러내고, 벽에는 한지를 덧발라 전통 분위기를 냈다. 흙벽을 그냥 두고 싶었지만, 흙가루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어쩔 수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부부를 위해 거실 한쪽 면에는 매입책장에 만들어져 있고, 전경이 보이는 벽면은 상단을 유리로 채웠다. 유리 사이에는 염색 한 꽃잎을 넣어 인테리어 효과를 높였다. 이 꽃잎유리창은 싱크대 위에도 설치해 부엌일을 하는 아내를 기분 좋게 한다.
바닥에 설치한 구들로 이어진 두 개의 방은 거실보다 한 계단 정도 높게 위치한다.




서재로 쓰는 3평짜리 별채 황토방, 손님들 방으로 활용할 수 있어

별채인 황토방은 3개월간 시공과정을 함께한 기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공간이다. 실내는 바닥을 한지로 마감하고, 벽은 흙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사람이 앉으면, 그 높이에서 밭 전경이 훤히 보이는 시원한 창을 갖고 있다.
별채는 이 씨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간이다. 손수 농사를 지으면서, 흙살림 기자일까지 하는 터라, 하루 일과가 벅찬 그에게 좋은 쉼터가 되어 준다.
“직접 내 집을 짓고 싶은 꿈도 있었지만, 저에겐 농사가 먼저였습니다. 농사일은 때가 있으니까요. 첫 집이라 아쉬운 점이 있지만, 사람이 다 맞춰가면서 사는 거 아니겠어요? 나중에 정말 제 시간이 나면 직접 집짓기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황토방 역시 날이 더워 군불 효과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올 겨울엔 기대가 크다. 언제든 손님이 찾아오면 뜨끈한 아랫목을 내어 줄 그, 소박한 별채와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산처럼, 새처럼, 나무처럼 살고 싶어 박달산 기슭에 집짓다’ 그가 직접 적은 상량문 글귀가 새 집에 제 살처럼 박혀 있었다.

<출처 : 전원속의 내집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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