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상량문 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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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량문은 왜,
어떻게 쓰는 것일까?
한옥이나 황토집을 짓다 보면 집의 윤곽이 드러날 때쯤 상량식을 치르게 된다. 상량식은 기둥을 세우고 보를 얹은 다음 마룻대를 올리는 의식으로, 건축주 가족과 건축에 참여한 목수들이 모두 모여 축연을 베푸는 자리다. 이때, 축하의 의미로 마룻대에 쓰는 글귀, 상량문에 대해 그 의미와 작성법을 깊이 있게 알아본다. 편집자 주 | 도움말 |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김영봉 교수 | 한옥문화원 02-741-7441 www.hanok.org
상량식과 상량문의 전통적인 의미
상량(上樑)은 전통 한옥을 지을 때 기둥이나 대들보가 다 설치된 다음에 마룻대(종도리 : 宗道里)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마룻대는 건물의 가장 높은 위치에 세로로 놓인 큰 기둥인데, 서까래들이 이 마룻대에 걸치게 된다. 마룻대를 올리면 집의 골격은 거의 다 완성되기 때문에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는 의미에서‘상량식(上樑式)’이라는 의식을 치르게 된다. 이날은 잔치를 벌여 목수들에게 성의를 다해 대접하고 마을 사람들과 축연을 나눈다.
이중 아주 격식 있는 건물이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물의 경우 그것을 짓게 된 내력을 글로 쓰는데 이것이 상량문(上樑文)이다. 상량문은 약식으로는 마룻대에다 직접 쓰기도 하고, 정식으로는 종이나 비단에 써서 통에다 넣어 봉한 다음에 마룻대나 마룻대 받침목인 장여에 홈을 파고 넣어 둔다. 이때는 혹 상량문이 썩을 것을 염려해서 솔잎으로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몇방울 떨어뜨리고 밀봉한다.
쓰는 사람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건축주가 직접 쓰거나 주변의 문장이 뛰어난 사람에게 부탁해서 쓴다.
상량문을 쓰는 격식과 방법
약식으로 마룻대에 직접 쓰는 것은 입주(立柱)ㆍ상량(上樑)한 날짜와 시각을 한 줄로 내려 쓰고, 그 아래에 두 줄로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 글귀를 적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화도에 지어진 학사재의 경우 ‘ 서력 이천년 오월 열이튿날 입주상량 무궁무진’이라고 한글로 간략하게 쓰여진 바 있다. 이 외에도 약식으로 쓰는 법은 인터넷에 몇 가지 용례가 나와 있으니 참고하도록 한다.
글의 아래위에는 ‘龍(용)’자와 ‘龜(귀)’자를 서로 마주보게 쓰는데, 이는 용과 거북이가 모두 물과 관련되기 때문에 ‘방화(防火)’의 의미가 있다.
‘立柱上樑(입주상량)’은 말 그대로 기둥을 세우고(立柱), 들보(종도리)를 올린다(上樑)는 뜻이다. ‘1996年 8月 15日 立柱上樑’은 1996년 8월 15일 하루에 기둥을 세우고 종도리를 올렸다는 뜻이다. 혹 집이 커서 기둥을 세우는 날과 종도리를 올리는 날이 다르면, ‘1996年 8月 15日 立柱 17日 上樑’ 으로 쓰는 것이 맞다. 만일 기둥이 없는 조적식이라면 ‘立柱’를 생략하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應天上之五光(응천상지오광) 備地上之五福(비지상지오복)’은 ‘하늘에서는 오색빛이 감응하고 땅에서는 오복을 주소서’라는 기원의 뜻이다.
현대한옥과 황토집에서의 약식 상량문
옛날에는 상량문을 모두 한자로 적었으나, 요즘에는 시대가 바뀌어 그림을 그리거나 한글을 적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약식 상량문의 경우는 대개 마룻대에 직접 쓰고, 따로 종이나 비단에 쓰는 일은 거의 없다. 역시 집의 방향을 나타내는 구절이나 산문과 운문시들은 생략되곤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아무 글귀나 쓴다면 상량문이 가진 본래의 역할과 너무 동떨어질 수 있다. 후대의 사람들은 상량문에 쓰여진 날짜와 글귀를 통해 집의 역사를 알고, 그를 추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을 개조·증축을 할 때도 상량문을 다시 써 온 풍습이 있던 것이다. 상량문은 가족의 개성을 더하되, 기본적인 내용을 지키는 것으로 해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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