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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정보의 바다 속에서 감춰진 진실을 찾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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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1-01 /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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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건축주와 함께 황토대리석을 취급하는 한 업체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회사 대표는 황토대리석의 흡습성을

보여주겠다며 분무기로 대리석에 물을 뿌렸다.

물은 황토대리석에 잘 스며들었다.

그러고 나서 황토대리석에서만 원적외선이 나온다며 옆에 있던

옥 덩어리와 함께 같은 시간 동안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시켰다.

그 순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잘못된 상식들이 만들어지는구나!’

이 퍼포먼스의 결과는 뻔했다. 옥은 그대로지만,

황토대리석은 따뜻해진다. 그 이유는 수분 함량과

가열 방법에 있다. 전자레인지는 물체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 자체의 분자 활동을 촉진시켜 가열하는 조리기구이다.

건조된 상태의 결정체인 옥은 가열될 수가 없고, 분무기로 가습한

황토대리석은 당연히 가열이 된다. 이 실험은 원적외선의

방출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작된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위 일화처럼 건축업계에서도 왜곡되고 조작된 이야기들이 마치

상식처럼 유포된 경우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실험용 쥐를 통해

확인된 콘크리트가 인체에 주는 악영향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내용은 이렇다.

‘1987년 시즈오카 대학에서 나무, , 콘크리트로 만든 3종류의

상자에 실험용 쥐를 각각 넣고 사육실험을 했는데, 그 상자에서

태어난 어린 쥐들의 생존율은 나무 상자의 경우 약 85%, 철로

만든 상자에서는 약 41%, 콘크리트 상자에서는 약 7%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런 내용이 이어진다.

콘크리트주택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요. 집을 지으려면

역시 목조주택이 최고입니다.”

왜 그렇게 단언하느냐 하면, 일본에서 봐 왔던 많은 목조주택

관련 업체들이 계속 이렇게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도 신규고객들에게 뻔한 시나리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에 조금 다가가 보자. 실제로 실험의 목적과

전체적인 내용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채,

위에 거론된 부분만이 발췌되어 회자되고 있다.

생존율에 대한 진실은 이렇다. 위와 같은 결과는

평균기온 25라는 환경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뿐이었고

평균기온 20에서는 거의 모든 아기 쥐들이 죽었다.

평균 기온 30환경에서는 거의 모든 아기 쥐들은 살아남았다.

또한 상자의 재질로 인한 발육상태의 차이는 찾을 수 없었다.

이 실험을 실시한 담당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상자의 재질에 따른 열전도율 차이로 체온이 뺏긴 것이

원인이라고 사료된다.”

이 실험에 관한 논문 전체를 일본어 원본으로 읽어봤지만,

거기에는 콘크리트의 독성이나 유해성이라는 단어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실험의 스폰서는

시즈오카현의 목재협동조합 연합회였다. 그들에게는 실험

전체의 결과보다 나무 85%, 41%, 콘크리트 7%’라는

생존율의 차이만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의 농간(혹은 정보조작)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콘크리트의 역습(부제 : 콘크리트에 살면 9년 일찍 죽는다)’

이란 책이다. 저자인 후나세 순스케가 제시하는 대안은

너무도 어이없게 간단명료하다. 저자는 내부 마감을 나무를

비롯한 친환경 자재로 바꾸고 노출콘크리트가 인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간단하게 조치하는 것만으로 콘크리트의 단점을

대부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콘크리트주택 중에서 인체에

콘크리트가 직접 닿는 부분이 몇 퍼센트나 될까?

거주자들이 콘크리트 구조체에 직접 누워서 잠을 자고 살을 맞대고 앉아 밥을 먹을까?

이런 근본적인 논리의 모순조차 생각하지 않고, 쥐가 많이

살아남은 나무는 좋고, 많이 죽은 콘크리트는 나쁘다는 식의

흑백논리가 마치 상식처럼 재생산되고 있다.

 

열반사단열재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열반사단열재를

제조 판매하는 이들은 심하게는 이런 설명으로 판촉을 한다.

주택에 가해지는 열전달 부하 중 복사열이 70%인데, 이를

막지 못하면 단열이 30%밖에 안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집의 지붕과 외벽에 가해지는 열 부하 중에서 복사열이

상당량을 차지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부피단열재(EPS, XPS, 그라스울 등)로는 그 복사열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단열재 외부에 도달한 복사열이 결국은 전도열로 바뀌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부피단열재는 복사, 대류, 전도의 모든

열에 대해 효과가 있다. 그리고 반대로 열반사단열재는

복사열에 대해서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옳다.

열반사단열재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집에 가해지는 열 부하의 70%

복사열이고 제대로 시공된 열반사단열재의 반사율이 50%

나온다면, 그것은 집이 감당해야 하는 열 부하의 35%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열반사단열재가 부피단열재를 대체할 수 있는 요술방망이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예비 건축주들이 책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들이

제대로 된 진실인지, 조작된 허위사실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본인 스스로가 조작된 정보의

1차 피해자인 줄 모르고, 이를 제3자에게 다시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계속

당하기만 해야 하는 것인가? 진실을 비추어주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 주는 등대와 같은 원칙,

혹은 거짓말탐지기처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지침은 없는 것일까?

 

 

나는 그대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세상에 넘치는 많은

정보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 우선은 스스로

진위 여부를 분석해보려는 노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어미 새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무조건 받아먹고 있다면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지금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난 그대에게 묻는다.

그대가 믿어 왔던 상식은 과연 진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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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aka HIRAYAMA SEIKOU

NOAH Life_scape Design 대표로 TV CF프로듀서에서 자신의 집을 짓다 설계자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단독주택과 한국의 아파트에서 인생의 반반씩을 살았다. 두 나라의 건축 환경을 안과 밖에서 보며, 설계자와 건축주의 양쪽 입장에서 집을 생각하는 문화적 하이브리드 인간이다. 구례 예술인마을 주택 7, 광주 오포 고급주택 8채 등 현재는 주택 설계에만 전념하고 있다. http://bt668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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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전원속의내집님에 의해 2016-03-15 14:39:52 HOUS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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