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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꿔온 집, 나만의 상상을 더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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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5-2 / 전원속의 내집

아파트에 사는 내내 단독주택에서의 삶을 꿈꾸며 가족의 보금자리를 그림으로 그리고 섬세하게 기록해왔다는 한 건축주가 제게 설계도를 내밀었습니다. 건축주가 손수 그린 설계도를 들고 찾아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정혜정  구성 전원속의 내집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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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나 인테리어를 전공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두 딸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였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주부라는 이유로 제 마음은 저절로 활짝 열렸습니다. 주부는 가족의 안락함과 행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직접 그린 설계도는 현재 가족이 사용하고 있는 가구와 소품까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꼼꼼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꿈꾸던 집을 짓기 위해 이토록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건축주를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그 가족의 첫 번째 집짓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여자이자 주부,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공간 구성과 수납, 채광, 색감, 재질 등에 관해 그녀와 세세하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무엇보다 소녀같이 순수하고, 동화처럼 아름다운 감성을 집에 담고자 하는 마음이 건축주와 통했지요. 일반적인 집의 구조는 과감하게 버리고, 가족이 함께 혹은 각자의 공간을 자유롭게 누리며 휴식을 취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집을 구상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오랜 세월 집을 가꾸고 손님을 맞이하고 아이들을 키워 온 엄마의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진, 아름답고 지혜로운 집이었습니다. 

1층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거실과 가족실, 주방과 다용도실, 드레스룸과 욕실을 두었습니다. 손님이 방문해 밤늦도록 머물러도 가족들은 2층에 있는 방에서 공부하거나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공간을 배려했습니다. 거실 옆으로는 길고 넓은 주방이 이어지는데, 거실과 주방은 허리 높이의 파티션으로 답답하지 않게 공간을 나눴습니다. 싱크대가 길어지면 높이와 컬러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높이를 10㎝ 정도 높이거나 낮춰 턱을 주거나, 상판이나 하부의 재질을 바꾸고 컬러를 달리하면 주방이 훨씬 넓어 보일 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재미와 짜임새까지 더해지니까요. 주방 옆으로는 크고 작은 여러 살림살이를 수납하고 세탁실을 겸한 널찍한 다용도실이 있습니다. 보조 조리대 아래에는 수납공간을 여유 있게 만들고, 베테랑 주부인 건축주의 아이디어로 문대신 커튼을 달았습니다. 문보다는 커튼이 자리도 덜 차지하고, 무거운 솥이나 프라이팬, 여러 가지 조리 도구 등을 꺼내기 쉽지요. 가족실에는 텔레비전과 소파, 간단한 운동 기구 등을 놓아두었는데, 미닫이문을 닫으면 완전한 방이 되도록 했습니다. 딸들이 모두 커서 집을 떠나면 부부의 침실을 1층으로 옮길 계획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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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부부의 침실과 두 딸의 방, 테라스와 욕실이 있습니다. 부부의 침실은 따뜻하고 차분한 무늬의 벽지, 적당히 기울어진 천장, 원목창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지요. 여기에 건축주의 안목이 돋보이는 침구와 조명, 앤티크 소품이 방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어 줍니다. 두 딸아이의 방에서는 엄마의 세심함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높은 천장고를 활용하기 위해 큰 다락방을 포기한 대신, 한창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각자의 아지트를 선사했어요. 침대 위에 다락을 만들어 침대에서 잠들 때는 아늑함을 느끼고, 사다리를 딛고 다락으로 올라가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2층 테라스는 1층 주방에서 마당으로 나가는 나무 데크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곳입니다. 건축주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며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던 느낌을 담으려 노력한 공간이지요. 잔디 마당을 내려다보며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을 수 있을 만큼 여유롭게 만들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을 바꾸고 나서 생각이나 습관이 달라진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집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만의 집짓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집에 자유로운 상상을 더 많이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땅이 넓다면 집보다는 마당을 넓히고, 방보다 테라스를 넓히는 건 어떨까요? 공간의 구분 없이 하나로 넓게 이어진 원룸은요? 나와 가족이 살 집을 지을 계획 중이라면 지금부터 내가 꿈꾸는 집의 모습을 그리거나 메모해 차곡차곡 모아보세요. 이런 상상들이 모여 집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삶을 유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글쓴이 정혜정
프로방스와 독일식 건축디자인 전문 회사인 베른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교육과 서양화를 전공했고, 어린 시절부터 집을 구상하고 만드는데 재주가 있었다.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의 삶이 행복할 수 있는 집, 가족들이 사랑으로 휴식할 수 있는 집을 짓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행복한 집짓기(2012)」가 있다. 031-8003-4150 www.bernh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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