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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주도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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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1-8 / 전원속의 내집

바람도 많고 비도 많은 제주는 집짓기에 혹독한 환경이다. 또한 섬이란 특성 때문에 건축에 대한 제반 사항이 그리 풍요롭지 못하다. 오랜 시간 제주에서 목조건축을 해 온 전문가를 통해, 제주라는 섬에서 집을 짓기까지의 여정과 유의해야 할 정보들을 들어본다.

 

오권만  구성 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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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주 열풍이 불고 있다. 전통적인 관광지 이미지에 올레길의 인기가 더해져 지금 제주도는 힐링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연예인들이 제주도에 세컨드하우스를 짓는다는 기사가 뜨고, 올레길 주변으로 게스트하우스가 붐처럼 지어지면서 제주도 건축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육지와는 다른 섬 건축, 그 내막은 자세히 알고 접근해야 후회없는 건축을 할 수 있다. 제주도 땅값은 3~4년 전에 비해서 많이 오른 상태다. 현지인들도 미디어를 통해 외지인들의 수요를 잘 알고 있고 부동산 회사에서 훈수를 두는 경우도 많아져 종전에 비해 평균 30~50% 정도는 올랐다고 봐야 한다. 제주도 땅은 대부분 밭이나 임야여서, 크기가 큰 편이다. 그래서 젊은 이주자들은 구옥을 많이 찾고 있고, 수요가 늘다보니 이 역시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신축을 염두에 두고 제주도 땅을 마련할 때는 건축 심의 여부를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제주도 땅은 미관심의가 있는 곳없는 곳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건축계획심의기준라는 이 특별한 법규는 주요도로변, 관광단지, 공원, 유원지 주변 200m 이내 구역을 대상으로 한다. 지붕은 경사 형태여야 하고 집의 높이는 최고점 기준 8m 이내, 지붕재로는 신소재를 적용하기 어려운 제한 규정도 있다. 소재뿐 아니라 색도 거의 지정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일본의 한 유명 건축가가 제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미관심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고 돌아갔다는 웃지 못할 일화까지 있다. 그러나 100이하 소규모 건축물은 건축계획 심의대상에서 제외된다. 건축계획심의제도는 지난 2006년부터 제정되어 운영하고 있으나 건축계획심의에 대한 도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주요도로변 등 관광단지, 공원, 유원지 주변으로 200로 심의구역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나 도시경관요소에 따라 구역을 200이내에서 탄력적으로 적용 농어촌지역 소규모 건축물에 있어서는 경사지붕 등 일정 기준에 충족할 경우 심의를 받지 않도록 할 것 현재 심의를 받지 않는 지역과 이번에 심의대상구역에서 제외되는 지역에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새롭게 건축계획심의를 받도록 하여 제주지역에 어울리는 건축물로 유도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미관심의 뿐 아니라 생태보전지구, 지하수보전지구, 경관보전지구 등의 제약 사항들도 있다. 마음에 드는 땅이 있으면 반드시 지자체 건축 담당과에 찾아가 확인과정을 거쳐야 한다.

 

외지인이라면 제주도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예행연습을 하길 권한다. 토지를 구입하기 전 2~3개월 정도 빈집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임대해 생활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는 크게 북부, 동부, 남부, 서부 네 구역으로 나뉘어 지역마다 생활방식이나 환경 차이가 큰 편이다. 사투리도 미묘하게 다른 만큼 주민들의 성향도 제각각이다. 각 지역의 습성을 잘 파악해 나와 내 가족의 취향과 잘 맞는 곳을 선택한 뒤, 정착할 토지를 선정하는 편이 후회가 없다. 또한 이주 목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완전 정착을 위해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가 딸린 집을 원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집을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의 자연스러운 풍광을 생각한다면 무분별한 개발과 신축보다는 개조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바람과 습기의 영향이 크다보니 거주의 쾌적함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리모델링 후, 난방 문제로 후회하는 이들도 많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제주도라는 특성화된 지역에 집을 짓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부터 토착민들이 많아 살던 곳이라 여기서는 동네 철물점 사장도, 페인트공도 집을 짓는다. 건축 전문가가 부족하면 하자가 많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최근 이주하는 예비 건축주들은 모던 스타일의 디자인을 추구하다 보니, 징크 등 최신 자재를 적용한 현장이 늘고 있다. 확실한 디테일이 필요한 공정에서 현장 작업자들의 손재주가 따라주지 못하니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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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보다 자재 물류비용 15% 더 붙어, 반품교체가 더 큰 문제 습기와 환기에 대비한 시공 디테일 절실해

 

여느 섬 건축과 마찬가지로 제주 역시 자재비와 인건비가 높은 편이다. 자재는 물류비 증가로 육지 대비 15% 정도 높다고 보면 된다. 이전에는 훨씬 비쌌지만, 지금은 많은 유통 경로가 생기면서 어느 정도 절감되었다고 본다. 사실 물류비 상승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재 하자나 반품이다. 원하는 자재가 잘못 왔거나 물건이 누락되면 다시 받는 기간이 필요해 현장은 멈출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설계 도면은 변경 없이 완벽하게 그리고, 정확한 물량 산출로 자재 발주의 모든 과정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한 계약 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여부를 명시하고, 시공자와 건축주는 이에 합의해야 추후 분쟁을 막을 수 있다.

 

그동안 제주에도 목조주택이 제법 지어졌지만, 많은 문제들을 갖고 있었다. 다습한 날씨와 세찬 바람으로 육지에 시공하는 방식 그대로 했다가는 예기치 않는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설계 단계부터 바람 방향과 우기량에 맞춰 건축물의 배치와 배수 상태를 잘 고려해야 한다. 시공기술에서는 지역에 따라 벤트 시설을 다르게 해야 하는 점, 습기에 대비해 스페이스월(레인스크린) 공법을 적용해야 하는 점 등에 유의한다. 또한 마감재에 따라 후레싱 작업에 변형이 있어야 하고 창호는 반드시 검증된 회사의 제품을 쓰도록 한다. 작은 나사 하나의 경우도 아연도금된 제품으로 선택해야 부식없이 견고하게 버틸 수 있다. 철저한 벤트와 환기 시스템으로 목조주택의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있다면 습도 높은 제주에서 목조주택에 사는 것은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현재 제주에서도 한국목조건축협회 제주지회가 구성되어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 기후의 특성에 맞는 목조주택 디테일 연구를 위한 워크샵들이 개최되고, 많은 빌더들이 모여 하자 없는 집짓기를 위해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제주도의 집짓기 열풍이 훈풍으로 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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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오권만 대표는 제주도를 기점으로 목조주택 건축을 하는 대한ENC를 운영하고 있다. 1998년 뉴질랜드 목조주택건축학교를 수료하고 현재는 ()한국목조건축협회 제주지회에 속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는 제주도 환경에 적합한 수분 관리, 구조 등에 관한 워크샵을 진행한 바 있다. 064-749-2178 www.dhen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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