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방음⋅편의성, 정통 한옥의 한계를 넘다 >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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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방음⋅편의성, 정통 한옥의 한계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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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원형은 최대한 유지하며 성능과 디테일에 집중한 함경루는 정통 한옥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주거 모델을 제시한다.

 



 

한옥의 다양한 변주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울 은평 한옥마을. 주거는 물론 상업 시설까지 한옥으로 지어져, 답사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한옥은 짜맞춤 방식의 기본 골격과 나무라는 소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쩌면 마당과 실의 배치부터 자연과 마주하는 방식에 더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그런 점에서 70평 내외의 택지지구 필지에 한옥의 개념을 담아내기는 버거울 수 있기에 모든 건축물마다 설계자의 고뇌가 엿보인다. 특히 대부분 주택은 돌담에 둘러싼 형태로 작은 안마당이나 중정을 갖고, 2층이나 다락을 올려 좁은 실 면적을 보완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와를 얹은 돌담과 솟을대문 안으로 안정적인 구도의 2층 한옥이 펼쳐진다. ELEVATION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은평구 | 대지면적 ▶ 248.7㎡(75.36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건축면적 ▶ 103.9㎡(31.48평) | 연면적 ▶ 197.3㎡(59.78평) 
건폐율 ▶ 41.77% | 용적률 ▶ 61.37%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8.4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한식목구조 
단열재 ▶ 수성연질폼 90㎜ | 외부마감재 ▶ 외벽 – 회벽 마감 / 지붕 – 한식기와 
담장재 ▶ 사고석 한식 담장 | 창호재 ▶ 첨단한옥창호 85mm 나무 + 알루미늄 
에너지원 ▶ 도시가스 | 조경석 ▶ 화강석 도드락 마감 
전기·기계 ▶ 새서울기술단 | 설비 ▶ 세연이엠씨 
구조설계 ▶ 이든구조컨설팅 
시공 ▶ ㈜고진티앤시 
설계 ▶ 오드건축사사무소


안마당을 가운데 두고 실을 분리해 채광과 환기를 좋게 했다. 외기와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정통 한옥의 개념을 따랐다. 길게 뺀 처마 아래로 한옥의 상징적 요소인 툇마루도 빼놓지 않았다. 단과 마루, 실을 넘나들며 옛 선인의 주거 동선을 재현하게 했다.
‘工’자 형 평면 배치의 매력

함경루 역시 건축가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3代가 사는 집이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 개수가 많았다. 다행히 건축주가 필지를 일찍 구매해 주변보다 다소 큰 80평 규모의 대지를 갖고 있었지만, 한옥에 많은 방을 넣는 것은 큰 숙제였다. 겹집으로 복도를 내면 공간 효율이 떨어지고 마당과의 관계도 약해지며 집이 커져 결과적으로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비례감을 잃을 수 있었다.

건축가는 열매가 많은 ‘工’자 배치를 택했다. 필지가 도로에 맞닿는 코너에 위치해 이 방식을 적용하기에도 적합한 상황이었다. 외부와 소통하기 좋은 공간을 사방 끝에 여럿 만들 수 있고, 화장실이나 주방 같은 공용 서비스 공간은 접점 부위에 위치시켰다. 공간마다 채광과 환기가 좋아 주거의 질도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는 선택이었다.

 

한식 시스템창호와 미닫이를 적절히 조화시켜 단열과 기밀을 잡은 현대식 한옥 내부우물마루가 깔린 방에는 들어열개문을 달아 전면개폐가 가능하도록 했다. 

 

‘工’자 배치는 외부 공간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대문과 주차 위치를 분리시키고, 안정감 있는 마당도 얻었다. 지하에는 넓지 않은 공간을 두어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측면에 썬큰을 두어 습기를 예방하고 채광이 좋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적정한 크기의 한옥 찾아가기

건축주는 변형이 많이 되고 요소가 더해진 한옥보다, 한옥 그 자체가 가진 미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집을 원했다. 건축가와 한옥의 기본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하기로 합을 맞추고, 현대적 기능을 더하는 방법에 주로 집중했다. 비례감을 최우선에 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다만, 현대 한옥의 기능적 변화를 융통성 있게 수용했다.

 

정통 한옥에 비해 높은 층고로 더욱 비례감이 좋아진 실내와 차경. 한지를 통과한 빛이 안에 적절히 머금는다.  /  정갈한 디딤돌이 놓여진 현관부. 한옥은 창이 있는 곳이면 어디로든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관부 면적은 그리 크지 않다.

 

현대 한옥은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다. 복층이 보편화되면서 구조재 사이즈가 커지고, 한식 시스템창호의 적용으로 창의 면적도 넓어졌다. 실내 반자 높이도 넓어져 전통 한옥에 비해 건물 높이도 약간 높은 편이다.

 

PLAN ①방 ②가족실 ③화장실 ④대청마루 ⑤현관 ⑥작업실 ⑦주방 ⑧식당 ⑨안마당 ⑩후정 ⑪주차장 ⑫다목적실 ⑬썬큰 치밀하고 섬세하게 기획한 창의 크기와 배치. 2층에서는 북한산의 다채로운 풍경을 액자처럼 담는다. 

 

건축가는 “기존 한옥이 갖고 있던 전통 한옥의 치수로는 개방감이 풍부하고 비례가 좋은 공간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건축주와 함께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여러 차례 한옥 답사를 행했다. 좀 더 안정감 있는 비례를 가진 창호와 공간을 찾고자 유사 사례를 분석하고, 깊은 논의 과정을 거쳐 실의 치수를 신중하게 결정했다. 그렇게 함경루는 좁은 한옥이 아닌, 적정한 면적의 한옥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도장, 한식 벽지 / 바닥 – 지복득 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 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남우 
주방 가구 ▶ 리바트  |  조명 ▶ 을지로 대도조명 
현관문 ▶ 첨단한옥창호 시스템 도어 
방문 ▶ 첨단한옥창호 주문 제작


주변 한옥마을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 / 2층은 거실과 두 개의 방, 욕실을 마련해 필요한 실의 개수를 충족했다. 

 

현대 한옥을 위한 꾸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통과 현대 건축의 장점을 접목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옥의 정취는 물론이고 단열, 방음, 보안 등 생활의 편의성은 높인 함경루. 건축주의 의지와 설계자의 기민함으로 지어진 집은 이 시대 현대 한옥의 거취를 여실히 보여준다. 건축주는 오랜 노력 끝에 돌담이 있는 마당에서 아침을 맞는, 한옥의 일상을 누리고 있다.

 

건축가_ 최재복 [오드건축사사무소]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SKM건축사사무소와 황두진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2014년 오드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였으며, 현재 명지대학교에서 현대한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W HOUSE, 심락재, 아우름포레 등이 있다. 02-2202-3008|www.odearch.com



구성_ 이세정  |  사진_ 박영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35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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