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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을 배경으로 들어선 잿빛 벽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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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낮은 경사로를 올라 마주한 초록으로 둘러싸인 주택.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은 벽돌집이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외부에서 바라본 주택의 전경   /   잿빛 벽돌 외관과 푸른 옷을 갈아입은 잔디 정원이 조화를 이뤘다. 



양지 TG에서 내려 공장 풍경을 20여 분 더 감상하고, 마을에 이르는 길도 단번에 찾지 못해 여러 번 좁은 골목을 되돌아가는 수고를 거쳐 예정된 지번에 도착했다. 도로에는 짓다 만 주차장이 입구를 막아 도무지 안이 보이지 않고 주차장 높이만큼 땅은 성토되어 석축으로 쌓여 있었다. 상상과는 다른 실망스러운 여정. 시공을 중단하고 설계를 다시 하는 터라 손해가 크니 가능한 현재의 진행 상황을 반영해 달라는 부탁이 막막할 뿐이었다.

대지를 가득 채운 성가신 여름 잡풀들. 짜증스레 도달한 대지의 한가운데서 앞(남쪽)을 바라보니 마을의 지붕들이 나지막이 펼쳐지고, 멀리 반짝거리는 저수지와 맞닿은 산들의 실루엣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뒤(북쪽)로 돌아서니 깊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울창한 전나무 숲이 장엄하기까지 하고 그 옆(서쪽)으로 자작나무들의 수피와 잎사귀들이 태양에 빛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황홀경’.

SECTION     ①현관 ②거실 ③주방 ④식당 ⑤창고 ⑥욕실 ⑦드레스룸 ⑧세탁실 ⑨가족실 ⑩방 ⑪데크 ⑫테라스 ⑬자쿠지 



낮은 경사로를 오르면 마주하는 건물주택의 정면. 큰 창 앞에 놓인 아기자기한 미니 정원이 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마냥 즐거워 대지를 돌아다니던 중 머릿속에 그림 한 장이 그려졌다. ‘여기다 투명한 공간을 놓고 마을과 마당 그리고 뒤쪽 전나무 숲을 하나로 이어야지. 그리고 아무것도 놓지 말자. 나머지는 어떻게 설계해도 땅이 다 받아줄 거야.’

이 땅에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설계해야 했다. 먼저 대지의 북쪽으로 치우쳐 단순한 ‘┗┓’모양의 매스를 놓고 벽을 몇 개 세웠다. 사각형 매스의 앞뒤로 뻗은 팔들은 집의 형태를 만들기보다는 풍경을 집 안으로 초대하거나 시선을 외부로 인도한다. 마당 여기저기에 놓인 벽들은 경계를 지을 요량이 아니라 집과 더불어 파노라믹한 원경을 분절하여 진입마당, 앞마당, 뒷마당, 비밀의 정원 등 마당의 특성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블랙 타일로 포인트를 준 현관   /   넓은 하부장을 제작해 이전 집에서 부족했던 주방 수납공간을 해결해주었다.이 집의 가장 중심이 되는 식당 공간. 큰 창이 앞뒤로 열려있어 어디서든 좋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   대지면적 ▶ 810㎡(245.02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187.57㎡(56.74평)   |   연면적 ▶ 242.92㎡(73.48평)    |   건폐율 ▶ 23.16%   |   용적률 ▶ 23.94%   |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7.20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   단열재 ▶ 경질우레탄보드   |   외부마감재 ▶ 삼한C1 치장벽돌   |   담장재 ▶노출콘크리트 쪼아내기   |   창호재 ▶ 이건창호 알루미늄 창호, 35mm 삼중로이유리 | 에너지원 ▶ LPG             

조경 ▶ KnL 환경디자인 스튜디오(김용택)   |   시공 ▶ ㈜GIP    |   설계담당 ▶ 박준희, 임상일    |   설계 ▶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정수진, 정우영





식당에서 본 정원깔끔하게 꾸민 부부침실



이미 지어진 밉살스러운 주차장은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열려라 참깨’가 되어 대문을 열면 벽과 나무 한 그루 사이의 좁고 긴 골목이 나타난다. 그 길을 오르다 보면 탁 트인 앞마당과 집의 전경이 서서히 드러나고 다시 그 길을 계속하면 현관에 이른다.

현관은 다시 의문의 양 갈래의 길을 선택하게 한다. 왼편으로 보이는 거실의 남쪽 창으로는 이웃들의 지붕을 타고 시선이 흐르고, 커다란 서쪽 창으로는 단풍나무와 자작나무가 어느새 내 옆에 앉아 있다.



안방과 연결된 욕실. 투명한 유리문이 공간을 확장시킨다.   /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요소만으로 채운 2층 공간. 집 안 곳곳에 놓인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들이 눈길을 끈다.현관 좌측으로 배치된 거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KCC 친환경 페인트 / 바닥 – 지복득 마루   |   욕실 및 주방 타일 ▶ 태왕세라믹, 윤현상재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태왕세라믹   |   주방 가구·붙박이장 ▶ 일도노 가구   |   계단재·난간 ▶ 오크 + 평철난간   |   현관문·중문·방문 ▶ 제작 도어   |   데크재 ▶ 세성 석재산업 마천석


PLAN   ①현관 ②거실 ③주방 ④식당 ⑤창고 ⑥욕실 ⑦드레스룸 ⑧세탁실 ⑨가족실 ⑩방 ⑪데크 ⑫테라스 ⑬자쿠지 



아름다운 2층 곡선 난간과 경치 좋은 창 앞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건축주의 모습2층 가장 안쪽에 배치된 침실



이 집의 마님 격인 식당은 마을과 전나무숲 사이에 투명하게 앉아 전혀 다른 두 풍경을 양손에 쥐고 안도 밖도 아닌 연속된 시퀀스(Sequence)를 연출한다. 시원한 앞마당을 가진 투명한 이 식당에는 오로지 식탁과 사람만이 주인공이다.

안방으로 들어서면 넓은 앞마당을 뚝 끊어버리는 야트막한 벽이 비밀의 정원을 보호하며 욕조에 누워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읊조린다. 2층의 피아노 곡선 서재는 깊은 산중인양 인가의 흔적은 지우고 하늘과 닿아있다.



거실 위 테라스에는 아담한 자쿠지가 자리한다. ©남궁선   /   뒷마당부터 앞마당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이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남궁선 

처음 대지를 만나던 날, 학창시절 즐겨 듣던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송이 떠올랐다. 벽과 천장에 난 조그만 창으로 조각보 같은 풍경이 그리고 밤에는 달과 별이 가끔 새어들겠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 < 글 _ 정수진 >



건축가_ 정수진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

영남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파리-벨빌 건축대학교(DPLG/프랑스 건축사)에서 건축을 수학했다. 현재 에스아이 건축사사무소(Architecture : SIE)의 대표이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늘집, 노란돌집, 횡성공방, 펼친집, 별똥집, 이-집, 빅-마마 등의 주택작업과 붉은벽돌-두번째 이야기, 미래나야 사옥 등 다수의 건축 및 전시 작업이 있으며, 경기도 건축문화상, 2015 엄덕문 건축상 및 2017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02-575-6026|www.sie-jungsujin.com

취재_ 김연정   |  사진_ 변종석, 남궁선

ⓒ 월간 전원속의 내집   Vol.233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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